[쿠키 사회] “일제 때는 남부시장 장날이 2일과 7일이었어. 지금 싸전다리 밑에 장이 서면 품바 공연 등 볼 것이 아주 많았지. 아∼암.”
머리가 하얗게 센 최종섭(70)씨를 만난 11일 그는 옛 전주 이야기를 꺼내며 기억을 떠올리느라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전북 전주시 태평동에서 태어난 최씨는 고조할아버지 이전부터 전주에만 살아온 그야말로 진짜 전주 토박이다.
그는 전주지역 5대째 이상 토박이들의 모임인 ‘향친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향친회는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지역발전과 친목을 위해 계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1952년 정식 모임으로 발족했다. 현재 23명의 회원이 매월 갖는 정기 모임이 688회, 57년4개월에 이른다.
이 모임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지위가 높다고 해도 5대 이상 전주에 살고 있는 집안의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가입이 안된다. 이는 회원들의 자존심이자 회원 자격의 제1원칙이다. 다음 원칙은 어른을 공경하고 후배를 살피는 선량한 품성.
회원이 유명을 달리하면 그 아들이 회원 자격을 이어받는다. 대부분 70세 이상이지만 94세 박병연 할아버지를 비롯 ‘55세 청년’ 회원 송현종씨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김홍두씨는 14대째 전주에서 살고 있다.
재무 담당 임정원(64)씨는 “전주 어디를 가든지 할아버지, 아버지와의 추억이 없는 곳이 없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당연한 일이지만 무언가를 잃는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라고 아쉬워했다. 향친회는 회원 수가 줄자 최근 가입 자격을 5대째 이상 거주에서 3대로 완화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전주는 만대가 살 수 있고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자신한다”며 “우리 같은 전주 토박이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회지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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