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할머니들에게 ‘우생순’ 선물한 최일광 교장, 대통령 표창 받는다

섬할머니들에게 ‘우생순’ 선물한 최일광 교장, 대통령 표창 받는다

기사승인 2009-05-14 17:48:01

[쿠키 사회] “여기에서 살면 누구나 그렇게 헐 판인걸요, 뭘….”

스승의 날인 15일 대통령 표창을 받는 최일광(58·전북 군산 비안도초교) 교장은 14일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최 교장은 까막눈이었던 이곳 섬 할머니들에게 한글과 문자생활의 재미라는 ‘생애 최고의 순간’(본보 2008년 2월16일자 보도)을 선사한 주인공. 그는 2006년 정기운항선도 운항이 중단돼 새만금 가력도에서 개인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비안도초등학교에 부임한 뒤 이렇듯 참교육에 대한 각종 사명을 묵묵히 실천해 오고 있다.

비안도초등학교는 전교생이 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작은 학교. 최 교장은 당시 섬에 함께 들어온 부인 이경희(54)씨에게 1년만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후 가족과 친지들이 있는 육지로 나가자고 했다.

최 교장은 먼저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충을 위해 동료 교사 2명과 함께 예체능교육과 영어교육도 가르치는 방과후 학교를 열었다. 최 교장 부임이후 아이들에게 학교는 집보다 더 즐거운 곳이 됐다. 아이들은 이제 사물놀이는 물론 단소, 리코더, 실로폰 등 무려 7∼8개의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 성취도 평가에서는 평균 93.8점을 받았다.


약속했던 1년이 채워지자 최 교장 부부는 육지로 나갈 채비를 했지만 결국 떠나지는 못했다. 섬 어르신들이 “한글을 몰라 뭍에 나가도 버스도 못 탄다우. 우리도 글을 배울 수 없겄소?”하는 얘기가 계속 뇌리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도로 짐을 푼 부부는 ‘평생대학’을 열고 50세 이상 할머니 12명을 신입생으로 받았다. 이들에 대한 강의는 20여년간 교회학교 교사를 했던 부인 이씨가 직접 나섰다.

글자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색연필로 줄긋기부터 시켰던 할머니 학생들은 이제는 손주들이 보내온 편지도 척척 읽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월 모두 졸업을 시켜줬는데도 ‘등교’를 고집하는 바람에 요즘은 어려운 책 읽기와 덧셈과 뺄셈도 가르치고 있다.

1년6개월전 이곳 주민 하나하나가 친필로 “최 교장을 다른 학교로 보내지 말게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작성해 도교육청에 보낸 일은 유명한 사건이다. 

“36년간의 교직생활 중 가장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 교장은 “가족처럼 대해준 주민들과 동료 교사들이 있어서 이같은 일을 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군산=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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