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고교 10곳 중 1곳은 국제 자매결연

서울 초·중·고교 10곳 중 1곳은 국제 자매결연

기사승인 2009-05-19 17:19:01


[쿠키 사회] 41년 전 서울 명동2가에 있던 선린상업고등학교(현 선린인터넷고)는 대만의 육달고급사업가사직업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친교를 약속했다. 서울 지역 초중등 학교로서 외국 학교와 맺은 첫 인연이지만 지금 그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교사(校舍)가 옮겨지고 교명(校名)과 구성원이 바뀌는 동안 우정도 빛이 바랜 것이다. 국경을 넘는 학교 간 자매결연은 2000년대 들어 팽창했지만 최근 악화된 경제 사정과 전염병 공포, 역사 갈등 등에 부닥치면서 틈틈이 삐걱대고 있다.

◇서울 10곳 중 1곳 결연…숭의초 ‘가장 오랜 사귐’=1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현재 서울에서 다른 나라 학교와 자매결연이나 협약을 맺은 초중등 학교는 119곳으로 전체 학교(1266곳)의 9.4%였다. 학교급별 비율은 초등학교 6.2%, 중학교 9.7%, 고등학교 15.3%로 상급 학교로 갈수록 늘었다.

선린인터넷고가 1968년 3월7일 이러한 해외 친교에 물꼬를 텄지만 관련 자료는 흩어지고 없었다. 황호규 교장은 “자매결연을 맺은 뒤 교장이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 교류가 끊어졌다. 최소 10년은 왕래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장 진한 우정’의 영예는 70년 9월30일 대만의 입인소학교와 맺은 인연을 39년간 유지한 예장동 숭의초에 돌아갔다. 결연 초기 이들 학교는 교장과 교사만 오가며 수업 방식 등을 공유했으나 최근 교류 방식을 학생 중심으로 바꿨다.

2007년과 지난해 잇따라 한국을 찾은 대만 학생들은 숭의초 학생들과 전통무용이나 관현악 연주를 선보이며 어울렸다. 떠날 땐 직접 만든 미술 작품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김낙섬 숭의초 교감은 “언어는 달랐지만 공연 등을 통해 유대감을 키울 수 있었다”며 “서로 이웃이자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수서동 서울세종고가 일본 규슈산업대 부속고와 36년째 교류하고 있고, 81년 서울 지역 중학교로서 가장 처음 해외 자매결연을 맺은 고덕동 배재중도 일본 네아가리(根上)중과 두터운 우의를 다져왔다. 2007년 일본 정부는 “풀뿌리 차원의 상호 이해와 우호 관계 증진에 공헌했다”며 배재중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장벽은 없었다…헤어질 땐 눈물 “꼭 다시 만나”=돈암동에 위치한 성신초는 84년부터 2007년까지 일본 대만 중국 캐나다 등 각기 다른 나라의 학교 4곳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5곳과 맺은 대원외고를 빼면 경복여고 서울공고 선일초와 함께 해외 교류가 가장 왕성한 학교로 꼽힌다. 결연 초기 성신초는 주로 방문객을 맞았지만 국가 경제력에 힘이 붙은 90년대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직접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성신초 학생들은 각국 자매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사물놀이나 태권도 등의 공연을 선보이고, 전통 물품을 들고 가서 바자회를 연다. 그곳 학생들은 ‘물 건너 온 친구’를 위해 갖은 공연으로 환영행사를 열고, 학교 안팎을 함께 다니며 관광 안내원 노릇을 자처한다. 어디서든 대화는 손짓 발짓을 섞은 영어로 통했다.

“처음 방문할 땐 낯설어선지 잔뜩 긴장했는데 환한 얼굴로 맞아주는 그 학교 친구들을 보자마자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밝고 친절한 분위기부터 일본 전통 무용 등으로 정성스럽게 준비된 환영 행사까지 모두 인상 깊었어요. 돌아올 땐 얼마나 서운했는지 일정을 짧게 잡으신 선생님들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니까요.”

지난해 일본 자매학교를 다녀온 이가현(13)양은 “그때 사귄 일본 학생들이 그리워 요즘도 영어로 쓴 이메일을 교환하고 있다”며 “일본이나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한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솔자였던 함종인 교사는 “양국 학생이 헤어질 때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던 모습에서 역사 갈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다음 일정을 취소해서라도 자매학교에 더 있으면 안 되겠느냐고 아우성치던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학교들이 자매결연이나 협약을 맺은 나라는 모두 14개국이다. 체결 건수로 볼 때 단연 이웃나라인 중국(66건)과 일본(58건)이 많다. 뉴질랜드 미국 필리핀 호주 캐나다 영국을 아우른 영어권은 28건으로 ‘영어 붐’을 타고 대부분 최근에 맺어졌다. 지리적 여건이나 사회적 풍토에 따라 교류 대상 학교가 특정 국가에 쏠린 가운데 일부는 멕시코·우즈베키스탄(신학초) 말레이시아(서울사대부속여중) 몽골(광장중) 독일(대원외고) 등의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기도 했다.

◇불황·환율급등에 전염병까지…올해는 교류 뜸할 듯=“예전에 비해 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왕래가 뜸해졌어요. 제가 부임하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본 학생들이 왔다는데 저희가 못 가니 결국 교류가 끊어진 것 같습니다.” 김태원 동국대부속여중 교장은 학교 간 교류가 멈춘 것을 아쉬워했다.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88년 3월1일 일본 도쿄의 슈쿠도쿠(淑德)중과 자매결연을 맺었지만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어느새 연락마저 끊긴 것이다.

자매결연 및 협약 건수는 시기별로 60년대 1건, 70년대 3건에서 80년대 16건, 90년대 26건으로 증가폭이 차츰 늘다가 2000년대 들어 120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엔 39곳이 맺어졌다. 그간 누적된 166건의 23.5% 수준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하지만 실제 활발하게 교류가 이뤄지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면서 “특히 올해는 극심한 불황이 닥친데다 환율은 오르고 신종 플루 사태까지 덮쳐 해외 교류 침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해성국제컨벤션고가 지난 3월 축구로 유명한 일본 토인(桐陰)고와 맺기로 돼 있던 자매결연 일정을 오는 10∼11월쯤으로 연기했고, 이미 맺고 있는 학교들도 같은 이유로 학교 간 왕래를 멈췄다. 일본의 사쿠라가오카(櫻丘)중과 10년간 교류해 온 청담중은 최근 다시 불거진 독도 영유권 문제와 급등한 환율에 부담을 느껴 지난해부터 자매학교 방문이나 초청을 잠정 보류했다. 신상중과 서원초 등도 경제 사정 등이 나아질 때까지 해외 방문을 중단키로 한 상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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