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육필시고 전집 발간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 발간

기사승인 2009-06-01 18:07:01

[쿠키 문화] ‘풀’의 시인 김수영(1921∼1968)의 육필 원고 영인본인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7년간의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이 책을 엮어낸 이영준(51)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은 1일 서울 세종홀 한 음식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전집은 시인의 육체적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원고지를 통해 시의 수정과 가필, 행갈이의 조정 과정 등 착상에서부터 최종 발표본에 이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2년 봄 김수영의 육필 원고를 직접 본 순간의 전율, 감전된 것 같은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육필시고 전집에는 이전에 출간된 ‘김수영 전집’에 수록된 시 177편의 영인본 외에도 지난해 발굴된 시인의 원고, 시인의 수첩이나 공책 등에 남아 있던 시상 메모와 초고, 발표된 지면을 스크랩해 시인이 수정하거나 가필한 원고 등 345편의 육필 원고가 담겨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김수영의 미발표 시 ‘겨울의 사랑’. 이 시는 김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82) 여사가 보관하던 것으로 전집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발굴돼 이날 처음 공개됐다. 김수영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만난 여인을 생각하며 1954년 무렵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시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잘 드러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연구원은 또 김수영의 첫 발표 시 ‘묘정의 노래’ 발표 연도가 1945년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 시가 게재된 잡지 ‘예술부락’의 지면을 통해 1946년에 발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인의 일기에 기록됐으나 분실된 것으로 알려진 ‘숫자’라는 시가 이후 ‘황혼’으로 제목이 바뀌어 발표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한국 문학사에서 김수영이 차지하는 위치와 작품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이념적인 위치나 정치적 입장에 치우쳐 작품 자체로 읽어내는 것이 부족했다”며 “이 책이 김수영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간담회 자리에 함께 한 김현경 여사는 “김수영 시인은 시를 한 편 한 편 쓸 때마다 신경이 날카로워질 정도로 산고를 겪었다”며 “시인의 시 정신을 지금까지도 이렇게 생생하게 빛나게 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더없이 영광이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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