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청년 기부자들의 ‘아름다운 선행’

불황 속 청년 기부자들의 ‘아름다운 선행’

기사승인 2009-07-16 17:18:04
[쿠키 사회] 경기 침체로 생활이 더 팍팍해졌지만 청년들은 기부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밥값과 교통비, 빠듯한 비정규직 월급을 아껴 푼푼이 모은 돈을 자기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16일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 기부’ 사업 참가자는 청년층인 20, 30대가 64%로 어느 연령대보다 많았다. 이 사업은 기부자가 소득이나 지출 가운데 일부를 아껴 내놓는 소액 기부 활동이다. 월급 15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1%인 1만5000원을 매달 기부금으로 내놓는 방식이다.

소득이 적은 청년 기부자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알뜰살뜰 돈을 모았다. 회사원 박성규(36)씨는 “회사에서 회식을 하거나 내기 당구에서 이겨 공짜 점심을 먹게 될 때마다 돈을 모았다”고 했다. 차비를 아꼈다는 박은진(27·여)씨는 “조금만 부지런하면 택시비 몇 천원을 아낄 수 있다. 그 돈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니 정말 좋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매월 8800원씩 기부한 박모(30·여)씨에게는 20대 비정규직의 평균 월급으로 알려진 88만원이 ‘1%’의 기준이었다. 박씨는 “나도 비정규직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신도 빠듯한 월급으로 힘들게 생활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비정규직인 ‘88만원 세대’의 비애를 잘 아는 만큼 기부를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대학가에서도 청년 기부는 두드러졌다.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은 다양한 행사로 목돈을 모았다. 광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은 바자회에서 생활용품과 먹거리를 팔아 남긴 수익금 140여만원을 재단에 전달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5월 축제 기간에 한 명이 서명할 때마다 1000원씩 기부하는 에너지 절약 서약으로 62만1000원을 모았다. 경북대에서는 ‘마이크로 프로세스 설계실험’ 과목을 듣는 수강생이 한 학기 동안 틈틈이 모은 20여만원을 재단에 내놓았다.

재단 측은 “20, 30대 기부자 비율은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해마다 1위”라며 “심각한 청년 실업의 와중에서 역경을 딛고 나눔을 실천하는 청년들이 희망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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