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를 보라”…다문화 가정은 단점이 아닌 장점

“오바마를 보라”…다문화 가정은 단점이 아닌 장점

기사승인 2009-07-21 17:42:00
[쿠키 사회] 지난 15일 저녁 강원도 횡성의 숲체원 대강당에선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얼굴 생김새와 피부가 약간씩 다른 아이들이 이중 언어 강사들과 한데 모여 한국과 외국인인 어머니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우정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 아이들은 생김새가 조금 달라도 엄연히 국적이 한국인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2009 한국문화 체험 캠프’가 시작된 이날 오후 프로그램은 오리엔테이션 및 마음열기로 구성됐다. 시교육청 김정서 장학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엄마 나라인 미국과 아빠 나라인 케냐를 오가면서 두 문화를 이해했다”면서 “여러분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장점으로 잘 발달시켜 두 나라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아빠가 한국인이지만 엄마의 출신국가가 일본 중국 몽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다양했다.

이윽고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됐다. 140명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70명의 이중 언어 강사들은 8명씩 팀을 나눠 동그랗게 앉았다. 팀원들이 서로 얼싸안은 채 같이 앉고 동시에 일어나는 게임이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내 동질감을 느낀 듯 척척 호흡이
맞았다. 친구 무릎에 앉기, 한국음악에 맞춰 춤추기 등을 하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다음날에는 이주 여성들이 모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 춤을 선보이는 행사와 한국 전통 놀이인 투호와 제기차기 등이 열렸다.

임지훈(가명·12)군은 “여기서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 너무 즐거웠다”면서 “그동안 엄마 나라(일본)의 말을 잘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원진숙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연구원장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한 자아 정체성”이라며 “두 문화를 향유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도록 배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횡성=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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