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혜성’ 이시영 “나의 경쟁력은 오랜 무명에서 온 간절함”

[쿠키人터뷰] ‘혜성’ 이시영 “나의 경쟁력은 오랜 무명에서 온 간절함”

기사승인 2009-11-04 1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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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나타나다

[쿠키 연예] 이시영은 혜성이다. 2009년은 그의 해였다. 지난 1월 종영한 드라마 <바람의 나라>에서 여진(김혜성 분)의 여인이자 시녀인 연화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뒤, 곧바로 <꽃보다 남자> 금잔디(구혜선 분)의 단짝친구이자 배신녀 구민지로 등장해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상승세는 이어졌다. 버라이어티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코너 ‘우리 결혼했어요’ 3기에 전진과 가상부부로 출연, 엉뚱하고 당돌한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며 ‘이시영’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신세대 고소영, X세대 김희선의 뒤를 이을 만큼 새로운 ‘당돌세대’의 시작을 알렸다.

드라마 초반 이민수(정겨운 분)의 연인으로 특별출연한 <미워도 다시 한번>의 손정화 역도 이시영의 낯가림 없고 털털한 성격과 닮아 있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았다

개성 있고 발랄한 이미지를 과하게 소비하면 배우로서의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을 텐데,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운명’이기엔 아까운데…라고 염려할 즈음 이시영은 옷을 갈아입었다.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에서 유부남 백세훈(류진 분)과 불륜의 사랑을 나누는, 차분하고 가련한 이미지의 연희로 변신했다. 영화 <홍길동의 후예>에서도 청순가련형의 미녀 선생님으로, 이별을 선언한 약혼자 홍무혁(이범수 분)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애정지상주의자 연화로 등장한다.

본인이 신중하게 출연작을 고른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강렬하게 쓰이고 금세 버려질 불운 대신 차곡차곡 공과를 쌓아가는 행운이 그의 곁에 있다.

어디 있다가 이제야 왔니?

‘얼음 인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시영을 서울 안국동 카페에서 만났다.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작은 얼굴, 가녀린 몸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얘기를 나눠보니 성격은 별명과 달리 ‘뜨거운 사람’이다. 자기 주관이 분명하고 그것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지나온 시간에 대해 당당하고 다가올 미래를 긍정하는 사람이다.

짧은 기간 드라마, 버라이어티, 영화에서 연속 ‘러브 콜’을 받을 만큼 매력 있는 재목이 ‘어디에 있다가 이제 나타났느냐’고 묻자, 많이 듣는 소리라며 활짝 웃는다. 이어지는 답은 의외였고 역시나 솔직했다.

“그런 소리 곧잘 듣는데요, 제가 운이 없어 재능을 갖췄음에도 데뷔하지 못했던 게 아니에요.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쩌면 저보다 더 예쁘고 많은 탤런트를 갖춘 분이 흙 속에 묻혀 있어요. 저도 얼마 전까지는 그 많은 분들 중에 하나였고요. 흙 속에서 나올 수 있었으니 운이 나빴던 게 아니라 좋았던 거죠.”



“연기는 포기할 수 없는 꿈”

이시영은 2008년 케이블TV 수퍼액션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3’을 통해 데뷔했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오랜 무명을 견디게 해준 힘이 무얼까 궁금했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 하나의 생각이 저를 채우고 있었죠. 배우가 된 지금도 연기는 제 꿈이에요.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오래도록 연기를 하고 싶어요. 포기하려해도 할 수 없었던 꿈, 그게 저를 버티게 해준 것 같아요.”

이시영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을 때, 흔히 예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을 시기에 “연기자가 되기까지 오랜 무명시절을 보냈다”고 밝혔다. 보도를 접하고 연예인 이시영이 배우 이시영으로 보였다고,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고 사견을 전하자 “어머 정말요?”하며 좋아한다. 정작 본인에게 오랜 무명은 독이 됐을까, 약이 됐을까.

“물론 약이죠, 좋은 약. 그렇게 연습하고 또 연습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쉽게 오지 않는 기회지만 일단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떨 땐 연기를 하고 있는 오늘이 믿기지 않아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바라만 보던 자리에 제가 있는 거예요. 어렵게 얻은 것이기 때문에 이 자리의 소중함을 아주 잘 알아요. 연기할 수 있는 매일 매일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나의 경쟁력? 간절함!!

연기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강하게 전해올수록, 혹시나 있을 지도 모르는 공백기를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일었다. 하지만 걱정 많은 기자와 달리 이시영의 답은 당찼다. “소위 말해 나오자마자 뜬 경우엔 처음 맞는 공백기가 혼란스럽고 큰 좌절로 다가올 거예요. 안절부절 아무 것도 못하고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겪어봤기에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줄 알아요. 힘들지 않을 거란 얘기는 아니고요, 어려운 시기를 살아내는 방법을 조금은 안다는 거예요.”

인기의 증표라는 CF까지, 올 들어 줄줄이 이어지는 각 분야의 ‘러브 콜’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간절함, 아닐까요. 사람이 뭔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듯이 제가 간절한 마음으로 계속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하고, 배역이 주어지면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하는 마음이 통하는 거죠. 그리고 사람이 간절하면 눈빛이 다르지 않나요, 오디션에 참석한 저의 간절한 눈빛이 감독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아닐까요?”

again 연화, again LOVE

배우일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하며 간절함을 담아 해낸 연기, <홍길동의 후예> 속 연화를 만나고 싶다. 드라마 속에서 ‘연화’(바람의 나라)로 시작해 ‘연희’(천만번 사랑해)로 살고 있는 이시영, 그가 스크린으로 옮아가 관객 앞에 새롭게 다가설 이름은 다시 한 번 ‘연화’이다. 연화라는 이름이 안방에 이어 극장에서도 보는 이의 큰 사랑을 불러올지 지켜보자.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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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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