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결산] ‘말’에 취한 TV…집단 토크쇼 붐

[방송 결산] ‘말’에 취한 TV…집단 토크쇼 붐

기사승인 2009-12-19 11:49: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2월에는 2009년 상반기 결산과 함께 하반기를 장식한 드라마, 가요, 방송, 영화, 사건·사고 등 각 분야를 살펴본다. 지난번에는 지상파3사를 활짝 웃게 만든 간판 드라마와 가요계를 장악한 아이돌 그룹의 활약상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SBS ‘강심장’의 가세로 황금시대를 맞은 집단 토크쇼에 대해 들여다본다.

‘1박2일’ ‘패떴’ ‘무도’ 여전히 강세…‘남자’ ‘천하무적’ 약진

상반기 방송 예능계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세가 지속됐다.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는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 간다’는 방송계의 통념을 깨고, 황금알을 낳는 ‘복덩이’가 됐다. 지상파3사는 제각각 인기메뉴를 걸어놓고 손님맞이에 총력을 기울였다. KBS는 전국 명소 탐방, SBS는 농촌 일일 체험, MBC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들의 도전이라는 요리로 시청자 유혹에 나섰다. 결과는 지난해처럼 막상막하였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MBC ‘무한도전’은 삼각편대를 이루며 사이좋게 시청률을 나눠가졌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인기는 신생 프로그램의 합류로 더욱 힘을 얻었다. 지난 3월 닻을 올린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은 하프 마라톤·09학번 새내기 체험·F16 전투기 조종사 등 이색 분야에 도전, 건강하고 신선한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단의 성장기를 다룬 KBS ‘천하무적 토요일’도 주말 예능의 다크호스로 불리며 호조세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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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가 많이 나올수록 재밌다? 집단 토크쇼 성황

하반기에는 ‘집단 토크쇼’가 상한가를 쳤다. 우량주인 리얼 버라이어티를 바짝 추격할 만큼 주가가 상승했다. 지상파3사는 ‘말’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몸집을 키웠다. ‘화자가 많아야 이야깃거리도 풍부해진다’는 단순한 논리가 적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게다가 일대일 인터뷰나 삼삼오오 모여 풀어내는 밋밋한 토크쇼로는 매콤·달콤·새콤한 버라이어티에 길들여진 시청자의 입맛을 되돌리기 어려웠다. ‘집단 토크쇼’는 출연자의 머릿수 만큼이나 시청자의 다양한 미각을 자극하기에 용이하다.

각국 미녀들이 모여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KBS ‘미녀들의 수다’와 가수, 연기자, 방송인 등이 한데 모여 퀴즈를 풀며 끼를 발산하는 ‘스타골든벨’도 집단 토크쇼다. ‘미녀들의 수다’ ‘스타골든벨’의 기복 없는 인기는 집단 토크쇼 붐을 몰고 온 ‘불씨’가 됐다. 그리고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 독립편성과 SBS ‘강심장’이 맞물리면서 불씨가 타올랐다.

‘세바퀴’가 닦고 ‘강심장’이 조이고

현재 ‘세바퀴’는 파죽지세다. 지난 4월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독립한 이후 전국 시청률 20%를 넘나들고 있다. MC 박미선을 필두로 이경실, 김지선, 임예진 등 주부 스타들의 솔직하고 과감한 발언이 인기 요인이다.

‘강심장’은 첫 방송부터 위력적이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6일 전국시청률 17.3%를 기록,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난항을 거듭했던 전작 ‘야심만만2’와 비교해 월등히 상승한 수치다. 후폭풍도 강력하다. 방송 다음날 각종 포털 사이트에 도배하다시피 수십 개의 기사가 뜨고,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졌던 스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상위 검색어를 휩쓴다.

‘강심장’의 매력은 ‘물량공세’와 ‘폭탄발언’에 있다. ‘아이돌 종합선물세트’를 연상시킨다. 빅뱅, 소녀시대, 카라, 슈퍼주니어 등 한 자리에 모으기 어려운 톱가수들이 총출동한다. 예능 출연을 한사코 고사했던 그룹 2NE1도 나오게 만들었다. 오랜 기간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스타들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방송 출연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심장을 뒤흔드는 강한 이야기를 선정한다’는 기획의도에 따라 자극적 이야기들이 곧잘 오간다. 이 중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는 발언은 스타의 사생활이다. ‘나와 사귀다 헤어진 사람은 다 톱스타가 됐다’ ‘15년 전 당대 최고의 가수와 연애했다’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와 교제했다’ ‘나와 사귄 스타가 양다리를 걸쳤다’ 등 스타 열애는 단골 메뉴다.

집단 토크쇼 이대로 괜찮을까

그렇다면 집단 토크쇼는 ‘만병통치약’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집단 토크쇼는 일반 토크쇼에 비해 화제성이 두드러지지만 건강한 웃음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야기의 수위나 발언이 스타 사생활 엿보기처럼 자극적인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출연진 간의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야기의 농도도 짙어지고 있다. 말 표현도 극단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9일 방영된 ‘미녀들의 수다’에서 현실화됐다. 한 여대생이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발언, 정신적 피해를 입은 남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 사건은 일차적으로 여대생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방송 전 해당 장면을 충분히 삭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올리기와 프로그램 재미를 위해 눈감은 제작진의 잘못도 크다.

집단 토크쇼가 성행할수록 제작진은 스타 사생활 캐기에 더욱 집착할 것이다. 웬만한 이야기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시청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다. 소재가 바닥날 경우 자칫 잘못하면 ‘거짓 방송’을 양산해낼 가능성도 높다.

요즘 시청자는 영민하다. 무슨 말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쉽게 가려낼 수 있다. 만약 시청자를 농락하는 방송을 하게 된다면 된서리 맞을 것이다. 시청자를 위해 몸집을 불린 집단 토크쇼가 결국 스스로 놓은 덫에 걸리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말’로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과 스타 모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있듯 언행의 신중함은 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말은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독이 된다. 말에 달린 날카로운 칼날로 이야기를 마름질하는 집단 토크쇼. 스타와 시청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비극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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