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페셜’ 부활 신호탄 쐈다…노희경의 ‘빨강 사탕’

‘드라마 스페셜’ 부활 신호탄 쐈다…노희경의 ‘빨강 사탕’

기사승인 2010-05-14 10:27:00

[쿠키 연예] ‘꽃보다 아름다워’ ‘거짓말’ ‘굿바이 솔로’ 등 평범한 일상 속 희로애락을 섬세한 문체로 풀어내는 작가 노희경. 그가 다시 펜을 들었다. 2년 전 경기 불황과 시청률 싸움에서 패배해 시청자 곁을 떠나야 했던 KBS2TV ‘드라마 스페셜’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2년 전 ‘드라마 시티’를 끝으로 폐지된 ‘드라마 스페셜’에 노 작가가 합류한다고 했을 때 그의 작품을 보며 웃고 울었던 시청자는 반색했다. ‘드라마 스페셜’ 첫 번째 주자로 나선다는 소식은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13일 오후 서울 CGV용산에서 진행된 시사회를 통해 ‘빨강 사탕’의 베일이 벗겨졌다.

노 작가가 집필한 ‘빨강 사탕’은 40대 유부남 ‘재박’(이재룡)의 일탈을 그린 작품이다. 필리핀으로 떠난 아들과 아내 ‘민정’(김여진)을 뒷바라지하는 출판사 영업부장인 재박은 지하철에서 늘 빨강 사탕을 물고 다니는 서점직원 아가씨 ‘유희’(박시연)에게 반해 먼발치서 그녀를 지켜보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삼는다. 어느 날 유희는 자신의 뒤를 몰래 따라온 재박을 집에 들여놓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빨강 사탕’은 노 작가의 필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삶을 관조하는 듯 툭툭 던지는 대사들은 일상을 관통하며 재박과 유희의 입을 통해 살아났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된 두 남녀의 사랑이 60분 동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과거에 남자관계가 화려했다는 이유만으로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얼마나 비참하게 난도질당할 수 있는 지 여실히 보여준다. 객석에서 관람했던 주연배우 박시연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평가단 자격으로 참여한 100인의 시민들은 박수로 ‘드라마 스페셜’의 부활을 환호했다.

노 작가는 “아이들을 키우지 않고 노동자를 생산할 수 없는 것처럼 씨앗을 뿌리지 않고 거두어들이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드라마 산업에서 단막극은 배양토를 만드는 작업과도 같다. 작가로서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단막극에 참여하게 됐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배우들도 단막극을 살리는데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참여했다. 주연배우 이재룡은 “노 작가의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흔쾌히 임했다. 이것저것 따졌다면 출연할 수 없는 조건이었지만 배우로서 단막극이라는 장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노 작가는 한국 드라마의 발전을 위해 펜을 들었지만, 생각했던 만큼 쉽지 않았단다. 단막극의 짧은 호흡을 다시 체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노 작가는 “단막극과 장막극은 호흡이 달라 많은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성 작가들이 단막극을 선뜻 응하지 않는 편”이라며 “미니시리즈를 주로 집필하다 보니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힘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오랜만에 쓰려니 힘이 부쳤다”고 고백했다.

이어 “단막극에서 한 장면이 망가지면 작품 전체가 무너져 내린다. 따라서 작가는 단막극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 것 같다”며 “기성 작가와 신인 작가가 어우러지는 연기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드라마 스페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연출을 맡은 홍석구 PD는 “제작비가 늘어나고 촬영 환경이 좋아지면 질 좋은 단막극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며 “시청자도 단막극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드라마 스페셜’은 오는 15일 노 작가의 ‘빨강 사탕’을 필두로 화려한 비상을 계획 중이다. 22일에는 영화 ‘동갑내기 과와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연애시대’ 등을 집필한 박연선 작가가 ‘무서운 놈과 귀신과 나’를 내놓는다. 29일에는 조연우, 윤해영이 주연한 ‘끝내주는 커피’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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