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여자 태양’ 보니 “죽어가는 R&B 시장 살리고파”

[쿠키人터뷰] ‘여자 태양’ 보니 “죽어가는 R&B 시장 살리고파”

기사승인 2010-05-17 10:06:00

"[쿠키 연예]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신인가수 보니(본명 신보경)의 마지막 답변이 끝나자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정치가인 앙드레 말로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스물 넷, 마냥 어리지 않은 보니는 자신의 꿈과 미래를 화판에 새긴 듯 선명히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꿈의 지표를 향해 맹렬히 질주 중이다.

작지만 다부진 체격, 서글서글한 인상에 비수처럼 박히던 눈빛, 호리호리한 몸과 대비되는 거친 음색. 외모부터 남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이제 갓 데뷔한 신인가수 보니는 어떤 질문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언사에는 힘이 넘쳤고, 답변은 거침없었다. ‘새로운 가수가 나왔으니 들어봐 달라’는 뜻을 담은 미니앨범 ‘누원’(Nu One)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데뷔 앨범에 공을 들었어요. 소장 가치가 충분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R&B를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 색깔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솔로가수의 한계를 이겨냈다고 확신하고요.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R&B 뮤지션인 브라운 아이드 소울, 정인 씨처럼 언젠가 제 음악이 대중의 이목을 끌 거라 믿습니다.”

‘누원’ 전곡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보니의 말이 허어(虛語)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타이틀곡 ‘레스큐 미’(ResQ Me)는 한 남자에 대한 사랑을 애절한 감성으로 노래한 곡으로, 유려한 멜로디 라인과 보니의 고운 음색이 조화롭다.

‘레스큐 미’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노래 ‘너를 보내도’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빛을 발한다. 수록곡 ‘보니 겟 스타티드’(Boni Get Started)는 R&B와 힙합이 어우러져 짜릿한 교감을 완성시켰다. 댄스곡 ‘핫 수프’(Hot Soup)는 보니의 허스키한 음색과 흔들림 없는 음 처리가 돋보인다.



보니의 노래는 요즘 유행하는 음악과 궤를 달리한다. 일정한 리듬과 멜로디가 반복되는 후크(Hook)가 깔린 일렉트로닉이나 퓨전 장르가 대세인데 반해 보니는 정통 R&B로 승부수를 던졌다. 겉만 달콤한 속빈 강정 같은 음악으로 대중의 귀를 현혹시키기 보다는 대중성과 다소 거리가 멀더라도 전심을 다한 음악을 내놓기 위해 R&B를 선택했다.

“R&B는 다른 음악 장르와 비교해 볼 때 음반 시장에 한계가 있어요. 소위 잘 팔리는 장르는 아니라는 거죠. 몇몇 지인들도 ‘대중적으로 성공하긴 힘들 것 같다’고 솔직히 지적하셨고요. 물론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저만의 색깔을 고수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제 목소리는 R&B를 통해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죠. 비록 지금은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지 못하지만 실력과 자신감만 갖고 있다면 언젠가 대중에게 어필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생명력을 잃고 주춤하는 R&B 시장에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흑인가수의 창법에 가늘게 내지르는 음색은 독특하다.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은 개성 강한 목소리는 팬들이 먼저 알아봤다. 데뷔 전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팝커버 UCC로 인해 ‘여자 태양’으로 통한다. 보니는 ‘여자 태양’이라는 별명에 대해 ‘영광’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태양 씨는 R&B 분야에서 독보적 길을 걷고 있는 가수잖아요. 리듬이나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흑인 가수의 특징을 정확히 집어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더라고요. ‘여자 태양’은 어느 정도 제 실력을 인정해주셨다는 의미에서 붙어준 별명인 것 같아 기쁘고요. ‘여자 태양’으로 알려진 뒤 빅뱅의 팬들이 데뷔를 축하해주시고, 제 활동 모습이 담긴 UCC를 각종 포털 사이트에 기재해주시더라고요. 빅뱅 팬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역량을 쌓게 되면 태양 씨와 듀엣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보니의 가창력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가이드 보컬로 활동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그룹 015B 멤버 정석원이 보니의 노래 실력을 듣고 객원 보컬 오디션을 제의했고, 단번에 합격했다. 정석원은 보니 음색에 어울리는 곡을 따로 만들어 선물했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에 애착을 보였다. 당시 노래가 2006년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015B의 ‘잠시 길을 잃다’이다.

정석원 뿐만 아니라 국민가수 인순이도 보니를 높이 칭찬했다. 보니는 지난해 5월 데뷔 음반을 준비하던 시절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스타 골든벨’에 출연해 인순이의 노래 ‘밤이면 밤마다’ 불렀다. 현장에서 보니의 노래를 들은 인순이는 촬영이 끝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노래 정말 잘한다. 성공할 신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실력파 가수들로부터 인정받은 이유가 무엇일까.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다. 보니는 지금보다 더 큰 꿈을 그리며 조금씩 전진하겠다는 뜻도 보탰다.

“대중성에 치중하기보단 제 목소리에 어울리는 정통 R&B를 선택한 것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앞으로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저만의 색깔을 꾸준히 내고 싶어요. 제 UCC를 본 해외 팬들의 격려 덕분에 해외 시장에 대한 비전도 갖고 있어요. 가수로 막 데뷔한 만큼 일단 국내에서 ‘실력 갖춘 신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하루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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