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각본상 줄만한 작품 없었다는 말 동감해”

이창동 감독 “각본상 줄만한 작품 없었다는 말 동감해”

기사승인 2010-05-26 20:18:00

[쿠키 영화] 지난 23일 폐막한 제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시’로 각본상의 영예를 안은 이창동 감독이 작품을 자평하던 중 “줄만한 작품이 없어서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는 겸손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은 26일 오후 6시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 유플렉스 12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품의 만족도를 묻자 “지인들은 다 알 정도로 전 제 작품에 대해 병적으로 소심한 편이다. 다시 봐도 허물만 보이는 것 같다. 자학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웃으며 말한 뒤 “하지만 사람들이 저와 제 작품을 바라보는 엄격함은 그대로 유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이 어떻게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 지 알기 어려우나 제가 들은 바로는 ‘각본상 줄만한 작품이 없어서 줬다’고 하던데 전 그 말에 약간 동감했다(웃음). 왜냐하면 지난해 심사를 해보니 ‘각본 정말 좋다’고 꼽을 만한 작품이 없었다”며 “다만 윤정희 선생이 15년 동안 여러 시나리오를 고사하다가 제 작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전 제 작품이 조금 인정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겸허하게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스스로 자신을 낮췄지만 배우 윤정희는 프랑스 현지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전하며 ‘시’의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대신 설명했다. 이 중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가위손’ ‘배트맨 시리즈’ 등을 연출한 세계적 감독 팀 버튼과의 일화를 털어놨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팀 버튼 감독이 우리를 직접 찾아와 ‘작품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세계적 감독이 우리에게 다가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에 대해 정말 놀랐어요. 또 언론인과 관객의 칭찬을 정말 많이 받았고요.”

이 감독에게 프랑스 칸에서 만난 외국 관객의 반응을 묻자 “칸에서 영화 관계자가 봤을 때랑 일반 관객이 관람했을 때랑 비교해 보면 본 소감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국내에서 대체적으로 ‘시’가 어렵다는 반응이었지만 해외에서는 외국 관객도 상당히 강하게 반응해줬다. 또 한국의 시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오히려 상당히 깊숙한 부분까지 이해하고 공감해주더라. 그런 점에서 볼 때 영화는 보편적 장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지금 몇 가지 이야기가 제 머리 속에 맴돌지만 과연 그게 얼마나 하나의 이야기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해서 제 마음의 문을 두드릴 지 자신하긴 어렵다”고 털어놨다.

각본상을 수상하기까지 남모를 마음고생도 했음을 밝혔다. “영화제에서의 경쟁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영화는 각각의 가치를 지니는 창조물인데, 올림픽처럼 승패를 다투고 결과에 연연하는 것 같아 안타깝더다. 경쟁을 부추기는 듯한 분위기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는 60대 여성 미자(윤정희)가 시를 쓰면서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한국영화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후 다섯 번째다. 비경쟁부문 대상에 해당되는 ‘주목할 만한 시선상’은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차지했다.

칸국제영화제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황금종려상은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쿨 감독의 ‘엉클 분미’(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에게 돌아갔고, 2위작에 해당하는 그랑프리인 심사위원 대상은 프랑스의 자비에 보부아 감독의 ‘신과 인간들’이 영광을 안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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