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김C, 그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

‘아듀’ 김C, 그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

기사승인 2010-06-05 13:58:00

"[쿠키 연예] 가수 겸 방송인 김C는 ‘리액션이 약한’ 엔터테이너다. 덥수룩한 수염에 마구 빗은 듯 사방으로 뻗은 머리카락은 방랑시인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며,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박장대소할 정도로 웃긴 일이 있어도 입 꼬리를 살짝 올리는 정도에 그친다. 얼핏 보면 사회에 불만 꽤나 있는 염세주의자 같다.

초라한 행색에 약한 리액션에도 불구하고 김C는 방송계에서 환영받는 인물이다. 방송 초반 냉소적 표정을 짓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던 시청자가 태반이었지만 지금은 그의 쀼루퉁한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유쾌하다. 6년 전 음료 CF인 ‘구아바’에서 보여준 어리바리한 표정이 화제를 모으며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것처럼, 이제 김C는 그 자체가 방송용 캐릭터가 됐다.

KBS 2TV 주말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인기 코너 ‘1박2일’은 김C의 간판 출연 프로그램이자 솔직담백한 그를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하지만 6일을 끝으로 ‘1박2일’에서 고정적으로 그를 볼 수 없게 됐다. ‘아듀’ 김C.

원년멤버 방송인 지상렬을 대신해 2007년 10월 경남 밀양 편부터 합류한 김C는 지난 3년 동안 여백 같은 존재였다.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 ‘강호동’, 은초딩 ‘은지원’, 군에서 돌아온 원조 어리보기 ‘김종민’, 야생 원숭이 ‘MC몽’, 허당 ‘이승기’, 국민 일꾼 ‘이수근’ 여섯 멤버가 지닌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여백이 되기를 자청했다. 때로는 따뜻한 엄마처럼 말없이 감싸고 때로는 선생처럼 냉철하게 훈계하며 자기 자신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며 ‘1박2일’과 여섯 멤버에 녹아들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청자는 그가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김C와 시끄러운 김C, 상반된 모습을 두루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랬던 그가 대외적으로 자진 하차임을 강조하며 ‘1박2일’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김C가 지난달 12일 소속사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전, 방송가에서는 이미 하차설이 떠돌았다. 잘 나가던 프로그램을 갑자기 그만 두고 떠나는 상황인지라 그를 둘러싼 소문도 무성했다.



‘유학설’ ‘왕따설’ ‘정치 외압설’ 김C를 둘러싼 ‘설설설’

일단 ‘유학설’부터 제기됐다. ‘유학설’은 반년 전 “음악 활동에 전념하고 싶어 하차 한다”고 김C가 제작진에게 처음 의견을 밝혔을 때 흘러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에서 음악 활동을 하게 되면 제작진과 상의해 얼마든지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하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학길에 오르기 때문이 아니냐’며 ‘유학설’이 고개를 든 것이다. 악보를 읽을 줄 모르고 노래를 만드는 그가 유학을 통해 배움의 갈증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재충전을 위해 국내·외 여러 곳을 여행할 예정이나 유학 계획은 전혀 없다”며 유학설에 대해 일축했다.

으레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하게 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왕따설’도 있다. ‘김C가 멤버들과 어울리지 못해 줄곧 힘들어했으며, 결국 스스로 나가는 길을 택했다’는 게 ‘왕따설’의 골자다. 하지만 이는 ‘1박2일’ 관계자에 의해 전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 멤버들끼리 워낙 우애가 돈독해 누구를 제외시키거나 괴롭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면에서 보이는 것처럼 실제로도 격의 없이 사이좋게 지내는 멤버들이기에 ‘왕따’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제작진의 의견이다.

대중은 ‘유학설’과 ‘왕따설’에 대해 일종의 해프닝으로 웃어넘기지만 ‘정치 외압설’은 가볍게 넘어가지 않고 있다. 김C가 소속된 다음기획은 정치적 신념을 나름 소신 있게 드러내는 윤도현(YB), 김제동, 강산에 등이 한솥밥을 먹고 있는 곳이기에 이러한 추측이 나돌 만도 하다. 윤도현은 KBS 정연주 전 사장의 강제 해임 이후 이병순 체제가 돌입한 2008년 11월 24일 7년 동안 잡았던 ‘윤도현의 러브레터’ 마이크를 내려놓았고 이와 동시에 KBS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에서도 물러났다. 당시 MC 교체 배경에 대해 KBS는 ‘고액 출연료가 원인’임을 명시했으나 윤도현보다 2~3배 이상 받는 스타급 MC들은 고스란히 생명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외압에 의한 특정 인물의 단행이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했다.

같은 소속사 식구인 김제동도 일방적 하차 통보를 받고 지난해 10월17일 4년 동안 정들었던 KBS 2TV ‘스타골든벨’을 떠났으며,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출연 중인 MBC ‘환상의 짝꿍’도 이달 말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스타골든벨’ 하차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 참석해 추모사를 읽은 이후에 발생한 일이라 ‘정치적 외압’이라는 시선이 짙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케이블 채널 Mnet ‘김제동쇼’도 지난달 초 전파를 탈 계획이었으나 김제동이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맡은 후 기약 없이 미뤄졌다. 기다리다 못한 김제동은 끝내 자진 하차를 선언했고 ‘정치 외압설’이 다시 화두에 올랐다. Mnet 측은 “신규 프로그램 편성 때문에 첫 방송 시기를 잡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외압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방송사가 나서서 해명을 하고 있으나 대중은 귀를 닫고 있다. 김C 소속사 식구들이 줄줄이 KBS를 떠났다는 점과 지난 4월 ‘천안함 침몰 사태’에 예능 프로그램만 결방되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며 방송가 행태를 꼬집은 발언을 언급하며 ‘외압설’이 ‘1박2일’ 하차의 주요 원인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즉 김C가 소속 식구들이 환대받지 못하는 자리에 본인만 남아 있었다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려 내린 결정이라는 것과 국정과 밀접한 일에 자신의 목소리를 높인 게 윗선에 눈엣가시로 작용하지 않았냐는 게 주된 의견이다.

하지만 김C와 소속사는 ‘정치 외압설’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소속사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는 “오랜 시간 동안 김C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번 하차는 가장 김C다운 결정”이라며 “김C가 그동안 아티스트로서 가야할 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음악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하차한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어 “외부의 어떠한 압력도 없었으며, 김C 본인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며 거듭 자진 하차임을 강조했다. ‘1박2일’에 앞서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도 하차했으며 방송인 허수경과 공동 진행하는 SBS ‘큐브’도 조만간 그만 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김C나 소속사는 ‘외압’이 아닌 ‘내압’에 의한 하차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연관성에서 크게 벗어나고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가 ‘1박2일’ 하차를 두고 ‘정치권 입김이 작용돼 내린 결정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는데도 대중은 정치권과의 알력으로 이번 사건을 보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대중은 김C의 자진하차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정치적 색깔을 그나마 선명하게 드러낸 연예인에 대한 정부의 대표적 탄압 사례로 윤도현과 김제동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은 KBS의 일방적 통보로 하차됐다. 이와 달리 김C는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에 대중의 속을 후련하게 해줄 것이다.

정확한 이유가 어찌되었든 김C는 이 모든 ‘설설설’을 뒤로하고 하차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본업인 가수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1박2일’을 떠난다는 것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방송 데뷔 초 인터뷰할 때마다 “다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며 예능 출연을 음악 활동의 전초전임을 힘주어 말했던 김C이기에 음악으로의 회귀는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니다. 인기를 얻기 위해 자신이 가수인지 연기자인지 방송인인지 모른 채 정체성을 잃고 사는 ‘만능 엔터테이너’들에게도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방송계 핫이슈로 떠오른 김C. 그가 활동 중인 밴드명 ‘뜨거운 감자’는 지금의 사태를 예견한 김C의 선견지명에서 비롯된 이름이었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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