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SG워너비 이석훈 “뜨고 변했단 말에 더 망가졌죠”

[쿠키人터뷰] SG워너비 이석훈 “뜨고 변했단 말에 더 망가졌죠”

기사승인 2010-06-07 15:01:00

"[쿠키 연예] 지난 2004년 데뷔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혜성’ SG워너비.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내 최정상급 발라드 그룹 중 하나로 불리며 건재함을 과시 중이지만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지나친 바이브레이션으로 ‘소몰이 창법 전도사’라는 오명을 얻었고, 2008년 4월 채동하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를 선언하면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 멤버 이석훈(26)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짙었다.

하지만 SG워너비는 한층 깔끔해진 음 처리와 조화로 이석훈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씻어냈다. 특히 이석훈은 노래로 진가를 보여주는 것이 백 마디 말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지난 2년간 무대에서 모든 걸 쏟아냈다. 그리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노래에 담아 지난달 24일 첫 솔로앨범 ‘인사’로 팬들 앞에 섰다.

이석훈과의 인터뷰는 ‘재발견의 시간’이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툭툭 내던지는 털털한 말투와 어떤 질문이든 속 시원하게 밝히는 당당함은, 지난 2년 동안 SG워너비의 멤버 중 한명으로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때로는 대담하게 때로는 조잘거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우선 SG워너비 멤버로서 살았던 2년의 시간을 회상했다.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을 짓고 노래를 불렀지만 마냥 행복했던 건 아니에요. 제가 들어갈 당시 SG워너비는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유명그룹이었고 전 이렇다 할 경험이 없는 일개 가수였죠. 멤버들과 한 번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공연하러 가는 길에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일부러 먼저 다가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억지로 친해지게 되면 자주 싸우고 금방 헤어진다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고 제가 멤버들 가운데 자연스럽게 녹아들길 바랐죠. 시간이 지나자 어색함은 사라졌고 지금 저에게 (김)진호와 (김)용준이는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가 됐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던 이석훈은 SG워너비에 합류하면서 삶이 확연히 달라졌다.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노래 잘하는 가수로 널리 인정받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라진 인지도와 인기에 잔뜩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이석훈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소위 ‘뜨면 변한다’ ‘목이 뻣뻣해진다’는 속설에 자신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SG워너비에 합류하고 얼마 되지 않아 몇몇 친구들이 ‘석훈이 너 SG워너비 되고 나더니 변했다’ 하기에 오해를 갖고 있는 친구들을 한자리에 불렀습니다. 신나게 놀면서 쌓였던 오해를 풀었죠. 친구들에게 변하지 않은 소탈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 위해 ‘석훈이 왜 저래? 좀 말려라’ 할 정도로 친구들 앞에서 정말 심하게 망가졌고요. 친구들이 ‘그래 너 안 변했다. 다 우리의 오해’라며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지만 ‘내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하는 마음에 멈추고 싶지 않더라고요(웃음). 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석훈이 솔로 앨범을 발표한 것은 자신의 개별 활동이 SG워너비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SG워너비 두 멤버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석훈은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사람은 두 멤버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개인적으로 욕심 부릴 기회가 많았지만 팀과의 융합을 위해 최대한 자제했어요. 이젠 서로의 마음을 잘 아니까 제 솔로 활동도 선뜻 이해해주는 것 같고요. 전 일을 할 때 판단이 서지 않으면 멤버들에게 전화해서 자문을 구해요. 만약 제가 하고 싶은 일이지만 그 친구들이 싫어한다면 절대 하지 않죠. 앨범을 낸다고 하니까 두 친구가 누구보다 기뻐하면서도 ‘2010 남아공 월드컵’과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국내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잘 할 수 있겠냐며 걱정해주더라고요.”

멤버들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아서일까. 이석훈은 타이틀곡 ‘정거장’을 비롯해 이번 앨범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단 한곡만 들어도 자신의 음악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다고 단언했다. 진솔한 음악을 대중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 가사 전달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1위 할 수 있어’ 이런 차원의 자신감이 아니라 제 앨범 들으면 ‘이석훈 뭔가 있네’하는 걸 들려줄 수 있다는 의미예요. 그만큼 이번 앨범에서 열심히 노력했기에 한 곡만 들어도 제 사람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는 거죠. 노래에 담겨진 진심은 결국 통하는 법이니까요. 요즘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 곡이 태반인데요. 명 음반을 남긴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가사가 귀에 쏙 박히잖아요. 사람들에게 가사를 제대로 전달하고 감동을 함께 나누는 게 가수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 된 마음으로 부른 가사를 듣고 대중이 마음의 안식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수려한 외모를 내세워 타이틀곡 ‘정거장’에서는 뮤직비디오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고음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음색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이기에 뮤지컬 출연 제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노래를 사랑하는 그로서는 뮤지컬은 언젠가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꿈의 무대’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란다. ‘SG워너비의 이석훈’과 ‘가수 이석훈’의 이미지를 먼저 각인시켜주기 위해서다.

“지금 SG워너비로 활동하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제가 꼭 서고 싶었던 뮤지컬 무대에서도 러브콜을 받으니 정말 기뻐요. 하지만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좀 더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누가 들어도 ‘이석훈 노래 하난 정말 잘해’라는 말을 듣고 싶거든요. 나중에 역량이 채워지면 옥주현 선배처럼 멋진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하려고요.”

SG워너비 일원으로서 ‘하모니’에 집중했던 이석훈. 이제는 ‘솔로가수 이석훈’으로 팬들 앞에 서 ‘끼’를 발산하고 있다. 아직은 서툴고 부족하지만 더욱 빛날 내일을 위해 지금은 좌절하지 않기로 했다. 최고보다는 최선. 그가 갖춘 덕목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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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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