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 신지호 “검색어 1위 얼떨떨해요”

[쿠키人터뷰]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 신지호 “검색어 1위 얼떨떨해요”

기사승인 2010-06-21 10:29:01

"[쿠키 연예] 피아니스트 신지호는 ‘클래식’(Classic)과 같았다. “오랜 미국 생활로 늘 한국을 그리워했다”는 그의 말을 듣노라니 한국인이 좋아하는 윤용하의 가곡 ‘보리밭’이 떠올랐고,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에서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1악장’ 바이올린에 의해 연주되는 격정적이고 애절한 멜로디처럼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스물넷 청년이기도 했다. 자신이 가장 빠져있는 ‘음악’과 ‘피아노’에 대해 말할 때에는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만든 영화 ‘시네마 천국’의 메인 주제곡처럼 환상적 분위기에 휩싸인 듯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다양한 멜로디에 녹아있는 그는 ‘순수’와 ‘열정’을 지닌 피아니스트였다.

신지호는 두 차례에 거쳐 일약 ‘스타’가 됐다. 지난 2007년 지인의 권유로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 KBS 드라마 ‘황진이’ O.S.T ‘꽃날’을 피아노로 편곡해 올린 게 그 서막이었다. 이후 각종 드라마 O.S.T를 비롯해 영화 ‘트랜스포머’ O.S.T ‘왓 아이브 던’(What I''ve Done), ‘뮬란’ O.S.T ‘리플렉션’(Reflection) 등을 새롭게 해석해 ‘피아노 치는 남자’ ‘UCC 스타’로 등극했다. 뛰어난 곡 감각에 외모까지 상당하다. 여심을 자극하는 커다란 눈망울에 오뚝한 콧날은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로 유명세를 탔고, 지난 19일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하기에 이르렀다. 방송 직후에는 이틀 간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검색어 1위를 휩쓸며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천안함 침몰 사고와 ‘2010 남아공 월드컵’으로 결방과 지연이 반복되면서 한 달 정도 기다렸는데요. 방송이 나가기 전에는 이런 반응이 나올 지 상상도 못 했어요. 검색어 1위까지 할 줄이야(웃음)….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아요. 방송이 처음이라 출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방청객과 출연진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즐겁고 좋았던 경험이었어요. 부족한 모습 많이 보여드렸는데 앵콜까지 요청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특히 2PM의 닉쿤과의 만남은 강력한 떨림이었다고 회상했다. 신지호는 방송에서 2PM의 신곡 ‘윗아웃 유’(without you)를 치면서 등장했고 피아노 멜로디를 따라 닉쿤과 찬성이 춤으로 화답했다.

“빈말이 아니라 제가 진짜 닉쿤 씨 팬이거든요(웃음). 실제로 만나보니 정말 잘생겼고 자상하더라고요. 대화를 나눠보니 성격도 착하고 순수한 것 같았어요. 닉쿤 씨랑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을 재즈 풍으로 연주한 경험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음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만나서 그런지 연주가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닉쿤 씨의 피아노 실력은 역시 듣던 대로 상당하더라고요. 자신의 감성을 멜로디로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어요.”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로 알려졌지만 별명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닉쿤을 실제로 만나보니 그런 마음이 더 커졌다고. “닉쿤 씨를 사랑하는 팬들이 기분 나빠할 것 같다”며 겸손해하며 자신의 별명으로 인해 팬들이 언짢아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별명 때문에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기쁘기도 하지만 닉쿤 씨 팬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에요. UCC에 2PM의 ‘윗아웃유’를 피아노로 친 영상이 화제가 돼 닉쿤 씨랑 관련된 별명을 얻게 된 건데요. 멋지고 잘생긴 사람을 닮았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데, 정말 잘생기고 멋진 사람을 닮았다는 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제가 봐도 닉쿤 씨의 외모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죠. 제가 이런데 팬들은 오죽하시겠어요.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 가끔 혼혈인이 아니냐고 물으시던데 전 순수 한국인입니다(웃음).”

사람들이 외모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이 왜곡 전달될까봐 영상에도 피아노 건반과 손만 찍어서 올린 그다. 신지호의 외모에 반해 그를 알게 된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의 실력에 더 놀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때 테네시주에 음악으로 상당한 영향을 끼친 공고를 인정받아 대통령이 수여하는 ‘아메리칸 뮤지션 어워드 인재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고, 오케스트라 리더로 4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주지사들 앞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했고, ‘스타킹’에서 마지막으로 연주한 ‘애국가’로 미국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모든 음을 머릿속에 외우고 있을 정도로 ‘절대음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곡 작업을 할 때에도 악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건반 위에 손을 올려 곧바로 멜로디를 만든다. 처음에는 악보 없이 활동했는데 악보 요청이 빗발치면서 얼마 전부터 그동안 연주한 곡들의 악보를 하나씩 그리고 있다.

레슨도 초등학교 이후부터 받은 적이 없다. 중학생 때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명문 인디애나주립대학교에서 2년 동안 현대음악 작곡을 공부했으나 피아노를 제대로 배울 수 없어서 과감히 자퇴했다. 곧바로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사립음악대학 버클리음악대학교에 지원했고 피아노와 작곡 장학금을 동시에 받으며 입학했다. 졸업을 앞둔 지난해 10월 한국에 돌아왔다. 미국에서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발음이나 어휘 구사도 꽤 정확했다. 드라마를 시청하고 책을 보면서 한국말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 덕분이다.

“주변 사람들이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게 더 낫지 않겠냐며 한국행을 말렸어요. 그런데 전 꼭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은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 진거라 다시 느끼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요. 특히 피아노 치는 남자를 좋은 시선으로 봐주신다는 게 가장 기뻤고요(웃음).”



일단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로 출발했으나 종착점은 음악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아티스트로 인정받길 바랐다. 그의 당찬 각오는 지난 3일 어린 시절부터 작곡한 곡을 포함해 발표한 EP 앨범(정규와 싱글 앨범 사이의 형태) ‘뮤직 박스’(Music Box) 다섯 곡에 담겨 있다. 다음달에는 1집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제가 활동하는 장르는 ‘뉴에이지’이지만 장르의 구애 없이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고 싶어요. 피아노가 드럼도 되고 기타도 되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연출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죠. 청룡 영화제나 올림픽 같은 큰 축제에서 저만의 연주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언제쯤 가능할까요?”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 제10번. 제9번 교향곡을 작곡한 뒤 제10번을 스케치하다가 숨을 거둬 완성되지 못해 당시 ‘불운의 교향곡’으로 불렸다. 하지만 미완으로 쓸쓸히 남았던 이 곡이 후손들에 의해 다양한 결말로 변주되면서 새 생명을 얻어 ‘기적의 교향곡’이 됐다.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도 특정한 장르나 색깔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성과 해석에 의해 자유자재로 변모할 수 있는 ‘살아있는 뮤지션’이 되길 소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