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영화人] 임수정, 사랑도 신비주의? “내가 먼저 알리고 싶다”

[Ki-Z 영화人] 임수정, 사랑도 신비주의? “내가 먼저 알리고 싶다”

기사승인 2010-12-11 13:17:00

"[쿠키 영화] 평범한 여고생의 가슴 떨리는 사랑을 노래한 ‘민아’()에서 비운의 자매 ‘수미’(<장화, 홍련>), 순수한 눈빛을 머금은 ‘지우’(<각설탕>), 자신을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영군’(<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능청스러운 도사 ‘전우치’(강동원)의 마음을 흔드는 시크녀 ‘서인경’(<전우치)까지. 시나리오, 캐릭터, 감독에 의해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배우, 그래서 ‘하나의 수식어’로 정의할 수 없는 배우. 바로 임수정(31)이다.

지난 8일 개봉했으며 뮤지컬을 각색한 <김종욱 찾기>를 통해 또 다른 발자취를 남길 예정이다. 이번에는 색다른 길을 택했다. 생애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것이다. <전우치>를 끝낸 뒤 임수정은 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게 됐을까.

“뮤지컬을 관람한 적이 없지만 시나리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고 싶어서 가끔 극장에 가면 거의 다 할리우드 영화 밖에 없어요. ‘왜 국내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물이 나올 수 없는 걸까?’ 의아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요. 국내에서 만든 로맨틱 코미디가 없어서 아쉬웠던 찰라에 제가 도전하게 돼 기쁩니다(웃음).”

“로맨틱 코미디가 말랑말랑한 장르라고 생각해 연기하기가 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른 장르의 작품보다 더 섬세하고 밀도 있는 연기를 필요로 하더라고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서도 ‘로맨스’와 ‘첫사랑’이라는 환상을 심어줘야 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미묘한 차이로 이쪽으로 넘어가면 로맨스가 사라지고, 저쪽으로 넘어가면 코미디가 실종됐죠. 그 중간선을 잘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고요. 웃음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희망과 설렘을 영화 안에 다 녹여내는 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의 떨림을 간직한 ‘서지우’와 순진하고 해맑은 남자 ‘한기준’(공유)이 만나 벌이는 이야기다. 임수정은 극중에서 사랑보다는 일을 선택하는 ‘열혈’ 무대 감독 ‘서지우’ 역을 맡았다.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캐주얼한 복장, 툭툭 무심코 내뱉는 심드렁한 말투까지 영락없는 ‘까도녀’이자 ‘털털녀’다.

스크린 속 임수정은 늘 그렇듯 노 메이크업에 가까운 옅은 화장을 시도했다. 의상도 단출하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털털한 성격의 ‘서지우’ 캐릭터를 덧입혔다. 본인의 실제 성격과 맞물리는 부분을 끌어다 ‘서지우’에게 살을 입혀 생기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지우’가 갖고 있는 털털함과 남성스러움은 제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에요. 저도 일을 할 때 편안한 복장을 선호해요. 평소에는 거의 꾸미지 않고 다니고요. 여성스러운 옷도 입지 않아요. 공식 석상에 설 때만 치마를 입지 주로 바지를 입고 다니죠. 옷을 고를 때에도 여성복 코너보다는 남성복 코너를 주로 애용하고요.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할 때 그 캐릭터를 제 안에서 많이 찾는 편인데요. 만약 제 안에 이런 터프함이 없었다면 지금의 ‘지우’ 캐릭터도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여배우라면 화면에 아름답고 예쁘게 나온 모습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 임수정은 ‘여배우’라는 명함을 과감히 버렸다. 막상 버리려고 하니 어렵진 않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임수정은 “시나리오의 느낌 그대로 스크린에서 표현했고, 자연스럽게 잘 산 것 같다”며 오히려 만족스러워했다.

“시나리오를 보면 작품 전체와 그에 따른 캐릭터가 이미지처럼 떠올라요. 제가 처음 접한 ‘서지우’의 캐릭터는 밀리터리 룩을 입고 있는 여성이었죠. 점퍼에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투명 메이크업한 지우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의상 팀은 마냥 예쁘게 입히고 싶어 하더라고요. 초반 촬영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편안한 복장이 아니었거든요. 예쁘고 앙증맞은 의상이 ‘지우’ 캐릭터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촬영 도중 감독님과 제작팀을 설득해 의상을 전면 수정했죠. 고개를 갸웃거렸던 감독님도 결국에는 촬영본을 보고 흡족해하셨어요.”

임수정은 뮤지컬 무대 감독이라는 독특한 직업을 능숙하게 표현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 세밀하게 관찰해 캐릭터에 반영했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하기 전에는 뮤지컬 무대 감독이 연출과 비슷한 개념으로만 뭉뚱그려 알고 있었어요. 실제로 경험해보니 무대 감독은 막을 올리고 내릴 때까지 음향, 무대세트, 조명, 음악에 대한 큐를 주면서 무리 없이 진행하는 역할이더라. 실제로도 국내에 여성 무대 감독이 2명 정도 있으시더라고요. 그 분들을 만나서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고, 어떻게 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럽고 사실적인지 조언도 많이 얻었고요.”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의 설렘을 간직한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줄 로맨틱한 영화다. 특히 ‘서지우’가 ‘한기준’과의 첫 만남이 그려진 인도에서의 장면은 붓으로 마구 칠한 듯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사랑이 한 장의 사진처럼 가슴에 와 박힌다. 임수정은 공유와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면 이런 로맨틱한 영화도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전 로맨틱 코미디 장르 영화가 처음이라 정말 떨렸어요. 현장에서 이렇게 떨어본 적 처음이거든요. 반면에 공유는 너무 여유로워보였고, 능숙하게 캐릭터를 표현하고 감정을 이어가더라고요. 공유가 아니었다면 영화가 이렇게 재밌고 로맨틱하게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인도에서의 촬영 장면은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워낙 인도 날씨가 고온다습해서 몰입하는데 힘들었어요. 키스신, 베드신 등 로맨틱한 장면이 많았지만 둘 다 인도의 햇살과 고온에 일사병에 걸린 것처럼 허덕거리느라 빨리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웃음).”



‘서지우’는 사랑에 대해 뒷걸음질 치는 인물이다. 현실적 사랑을 시작할 의지도 없고, 과거의 첫사랑을 찾고 싶은 열정도 없다. 인도에서 만난 남자 ‘기준’을 늘 가슴 속으로 간직하고 싶어 하는 과거지향주의자다. 임수정은 실제로도 사랑에 대해 ‘서지우’와 비슷한 태도를 취하는 편일까.

“저는 사랑도 연애도 끝까지 가보는 타입이에요. 끝을 봐야 사랑도 그 사람도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나와 맞는지’ ‘안 맞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사랑을 계속해야 하는지’ 다각도로 접근하면서 고민하죠.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작하는 것도 오래 걸려요. 그런데 한 번 시작하면 오래 만나는 편이죠. 20대에는 ‘지우’처럼 사랑보다는 일에 열정적으로 살아왔어요. 사랑보다는 일을 더 좋아했고요. 물론 지금도 그 태도에는 변함이 없네요. 그래서 그런지 뭔가 딱히 사랑에 대해 말할 만한 기억이 없네요. 앞으로는 여자로서 행복에도 투자하고 싶어요. (사랑이나 사생활 오픈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려야겠다고 판단했을 때 제가 먼저 거침없이 알리고 싶어요. 언젠가는 결혼은 해야겠지만 빨리는 안 할 것 같아요. 일단은 오래 연애를 하고 싶어요.”

임수정은 <김종욱 찾기>가 사랑에 대한 환상을 잃어버린 관객이나 설레는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은 관객을 위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10대 때 순정만화나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설렜던 것처럼 우리에게 기본적으로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잖아요. 그 감정을 잠시 잊고 살았던 관객이 있다면 우리 영화를 보고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로맨틱한 장르의 영화는 주인공 남자 배우가 여성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공유가 연기를 잘해준 것 같아요. 공유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우리 영화 정말 잘 되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오셔서 따뜻한 추억 하나 만들고 가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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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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