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환 “‘오이디푸스’ 역 자신 있는데…이제는 후배에게 물려줄 때”

정동환 “‘오이디푸스’ 역 자신 있는데…이제는 후배에게 물려줄 때”

기사승인 2011-01-05 15:16:00

[쿠키 문화] 배우 정동환이 연극 ‘오이디푸스’ 최종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했던 과정을 털어놨다.

그리스 고전 신화 ‘오이디푸스’가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한 국립극단에서 막이 오른다. ‘레이디 맥베스’ ‘리차드 4세’ ‘서안화차’ 등을 연출한 한태숙이 지휘봉을 잡아 현대적 오이디푸스로 새롭게 꾸몄다.

극중 ‘크레온’ 역으로 출연하는 정동환은 5일 오후 서울 서교동 국립극단에서 열린 ‘오이디푸스’ 기자회견에서 ‘오이디푸스 역을 맡고 싶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회자의 말에 “내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누가 말했지?(웃음). 사실 아직도 대본을 읽으면 ‘이 역은(오이디푸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후배를 위해 과감히 다른 배역을 택해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타이틀 롤인 ‘오이디푸스’ 역은 ‘파우스트’ ‘혈맥’ ‘테러리르슽 햄릿’ 등에 출연한 이상직이 맡았다.

이어 “사실 이 작품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같이 작업하는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까 싶어서다. 재단법인으로 새로 출발하는 국립극단이 ‘오이디푸스’를 첫 작품으로 내밀었는데 내가 들쭉날쭉 연습하거나 출연하면 좋지 않을 듯해서 출연을 여러 번 고사했다. 가끔 한태숙 연출가가 ‘어떻게? 할 수는?’ 이렇게 물었는데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작업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다른 일정을 빼고 여기에 모든 것을 올인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몰라서 미적거리다가 출연하게 됐다. 이왕하게 됐으니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동환은 꼼꼼하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소문난 한태숙과 작업하게 된 소감도 털어놨다.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대사를 외워서 적당히 할 수 있는 연극 작품은 많다. 하지만 한태숙 연출가를 만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분을 만나 작업을 하면 정말 어렵게 간다. 고생, 고생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대통령이 신년사를 하는 것처럼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보람 있는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만면에 미소를 띄운 채 말했다.

남자 캐릭터 ‘티레시아스’ 역의 박정자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그는 “박정자 선배가 이번 연극에서 15분 정도 출연하는데, 150분 이상의 존재 가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추켜세운 뒤 “‘박정자 선배처럼 연기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같이 연기하게 돼 기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오이디푸스’를 연출한 한태숙은 “한국적 표현을 담은 오이디푸스 공연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는데 공연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작품 의도를 살리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 같아 클래식한 것으로 하게 됐다”고 작품의 기획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던 영웅적 이미지로 부각된 오이디푸스가 아니라 2011년을 사는 한 남자가 모진 운명과 만난 뒤 파멸과 종말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의미에서 보편적 남자의 오이디푸스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현대를 사는 평범한 남자를 고전 오이디푸스를 토대로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뒤 갖게 되는 첫 레퍼토리이자 창단공연이다. 배우 정동환을 비롯해 이상직(오이디푸스 역) 박정자(테레시아스 역), 서이숙(요카스타 역) 등이 출연한다.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총 22회 막을 올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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