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토토'가 점령한 대학가…너나없이 베팅! 베팅!

'사설 토토'가 점령한 대학가…너나없이 베팅! 베팅!

기사승인 2011-06-07 16: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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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대학생 설모(24)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부터 접속한다. 그날의 경기 일정과 베팅률을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돈을 건다. 평소 한 게임에 3만~5만원 정도를 베팅한다. 중요한 경기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가능한 많은 돈을 쏟아 붇는다.

특히 관심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경기는 최소 30만원씩 배팅한다. 설씨가 이 사이트에서 한달에 베팅하는 금액만 100만 원대다. 설씨네 과 학생 30여 명 중 절반 가까이가 설씨처럼 스포츠 사이트에서 도박을 즐기고 있다. 설씨는 "내가 다니는 학과 남학생 다수가 사설 토토에 돈을 걸고 있는데, 경기에서 돈을 따면 재베팅하곤 했는데 요즘은 돈을 잃어 빚만 쌓인다"고 털어놨다.

최근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가에서 이같은 불법 스포츠 도박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적은 돈으로 거액을 땄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고 이것이 ‘전설’처럼 미화되면서 ‘대박’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불법 사이트에 가입해 도박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대구지역 대학에 다니는 김모(25)씨는 한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5000원을 베팅해 400여만 원을 벌었다. 가만히 앉아서 한 학기 등록금을 해결한 셈이다. 소문은 이내 교내에 퍼졌고, 현재 김씨의 학과 학생 90명중 80여명이 이 사이트에 가입했다.

7일 우리나라 유일의 합법적인 스포츠 베팅사이트인 스포츠토토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불법 사이트는 총 7951건으로, 2007년 40건에 비해 무려 200배 가까이 급증했다. 스포츠토토측은 현재 500여개의 불법 사이트가 운영 중이며 연간 매출 규모는 최대 3조7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용자 수는 파악조차 어려울만큼 많다는 설명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캠퍼스에 퍼진 건 지난해 말쯤으로 추정된다. 최저 1000원부터 베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돈을 걸 수 있고, 평소 관심 있는 팀을 응원하는 스포츠애호가들이 많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쉽게 빠져 들고 있다. 다양한 배팅 대상과 손쉬운 검색도 불법 사이트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힘든 이유다.

스포츠토토는 국내외 프로야구.축구.농구와 골프, A매치 경기 중 일부 지정된 경기만을 베팅 대상으로 하는 반면, 불법 사이트는 국내외 프로스포츠는 물론, 이종격투기와 스타리그 등 e스포츠까지 베팅이 가능하다.

이처럼 불법 토토가 범람하자 정부가 사행성 불법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칼을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관련 법 통과를 바탕으로 불법 도박사이트에 대한 단속 강화를 선언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이 통과되면 사감위가 검찰이나 경찰과 마찬가지로 단속 권한을 갖게 된다.

한 전문가는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 사설 토토를 검색하면 수많은 사이트가 나온다”면서 “정부의 강력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큰 돈을 얻기 위해 도박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의 잘못된 의식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지영 기자 young@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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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young@kukimedia.co.kr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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