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영화는 만들어진다? ‘풍산개’ 베일 벗다

돈 없어도 영화는 만들어진다? ‘풍산개’ 베일 벗다

기사승인 2011-06-14 08:15:00

김규리 “남자들 키스하려면 수염부터 깎아라”
윤계상 “윤필주보다는 성격 있고, 풍산만큼 과묵하지는 않다”
전재홍 “열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싶다”

[쿠키 영화] 23일 개봉을 앞둔 김기덕 사단의 영화 ‘풍산개’(감독 전재홍·제작 김기덕 필름)가 13일 서울 CGV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 작품은 주연배우 윤계상과 김규리가 출연료 없이 참여해 주목받았으며,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 집필과 제작을 맡은 ‘김기덕 감독 최초의 코미디 영화’로도 기대감을 키워 왔다. 시사회 현장에도 많은 취재진들이 찾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영화는 기대를 만족시킨다. 출연료 받지 않아도 대단히 큰 연기 열정을 받칠 수 있음을 김규리, 윤계상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온몸으로 보여 준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경제적 대가 없이 참여한 감독 이하 스태프들의 땀방울도 스크린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휩쓸 정도의 실력파 감독이지만 김기덕 필름은 문 닫을 위기에 놓여 있었고 그러한 상황을 ‘사람의 힘’으로 만회했다는 영화 탄생의 배경이 스크린 위에 겹치면서 감동은 배가 된다. 영화 자체로도 만족스럽다. 영화는 진지하면서도 제법 큰 웃음을 선사하는 재미있는 코미디로 완성됐다. 특히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연기한 윤계상이 돋보인다. 윤계상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거울 수 있는 영화에 웃음의 포인트를 부여, 관객들을 중간 중간 웃게 하는 미덕을 지녔기 때문이다.

두 배우에게 노개런티로 ‘풍산개’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특히 김규리는 다른 영화 촬영과 단막극 출연으로 스케줄 상 ‘풍산개’ 촬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김규리는 “영화의 의도가 좋았고, 좋은 의도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기에 참여했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영화에서나마 대리만족하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속 김규리는 자신을 북한에서 남한으로 데려다 준 남자(윤계상)와 북한에서 망명한 고위 간부(김종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인물이다.

윤계상 역시 “작품의 의도가 정말 좋았다”면서 “배우로서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계에 돈이 아닌 열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배우와 스태프 모두 돈을 받지 않고 참여했다.

전재홍 감독은 두 배우의 캐스팅에 대해 상당히 만족해했다. 전 감독은 “윤계상은 예전부터 꼭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였다”면서 “그간 작품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 가진 게 많은 배우일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고 윤계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풍산개’에서 윤계상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배달하는, 풍산이라 불리는 남자로 등장한다. 특이한 점은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말을 못하는 설정도 아니다. 대사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계상은 “감독님이 내가 연기한 인물이 남한, 북한에 소속된 인물로 비치지 않기를 바랐다. 표준말을 쓰면 남한, 북한말을 쓰면 북한 사람으로 추측할 수 있어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캐릭터가 됐다”고 설명했다.

윤계상은 한마디의 대사도 없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보다 쉽게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하다 보니 너무 어렵더라. 말 대신 다양한 표정으로 표현해야 했고 늘 풍산의 느낌이 잘 전달될지 고민해야 했다”고 대사 없는 연기의 어려운 점을 토로했다.

윤계상은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다정다감한 한의사 윤필주로 인기몰이 중이다. 반면 ‘풍산개’에서는 거칠고 과묵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 윤계상은 상반되는 두 캐릭터 중 어느 것에 더 가까울까.

“두 캐릭터의 중간에 있는 것 같다. 윤필주는 대단히 부드러운 인물이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웃음). 실제의 나는 윤필주보다는 성격이 있고 풍산개만큼 과묵하지는 않다.”

김규리는 북한에서 망명한 고위 간부의 여자 인옥으로 등장하는데 풍산이라 불리는 남성(윤계상)을 따라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다. 북한 사투리 연기에 대해 김규리는 “이틀 동안 여러 북한 여성이 나오는 영화를 보며 독학했고, 감독님이 평양 아나운서의 인터뷰 녹음 본을 줘 그걸 보고 들으며 연습했다”고 연습 비법을 공개했다.

북한 여성 역이다 보니 수수한 옷차림에 거의 민낯으로 영화에 등장한다. 이에 대해 김규리는 “원래 피부가 좋아서 민낯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너스레를 떨며 “영화는 화장을 하는 것보다 안 하고 찍는 게 더 편하다. 임권택 감독님께서도 내게 화장을 안 하고 찍는 게 더 예쁘다고 했다”면서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어 윤계상과의 키스신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풍산개’에서 윤계상과 김규리는 고문당하는 상황에서도 애절한 키스를 나눈다. 일명 ‘고문키스’라 불리는 이 장면에 대해 김규리는 “윤계상 씨에게는 정말 고문 키스가 됐을 것”이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키스신 전 생선과 양파를 많이 먹어 윤계상 씨에게는 정말 고문키스였을 것 같다. 저는 윤계상 씨의 수염이 너무 따가워 촬영 후 일주일간 얼굴이 빨개져서 다녔다. 키스하고 싶은 남성분들은 수염부터 미는 게 좋을 것 같다.(웃음)”

끝으로 전 감독은 “풍산개는 있을 수도 없는 작품”이라며 “김기덕 감독님이 ‘풍산개’ 시나리오를 줬을 때 김기덕 필름은 예산이며 사무실까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김기덕 영화가 다시 일어서게 할 작품이었고 이번 작업을 통해 돈이 아닌 열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말로 시사회를 가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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