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날 것의 싱그러움, 배우 공효진

[Ki-Z 人터뷰] 날 것의 싱그러움, 배우 공효진

기사승인 2011-07-04 13:02:00

[쿠키 연예] “‘최고의 사랑’은 내 생애 최고의 드라마였죠. 피부로 직접 느끼기에 이렇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 또 있을까 싶어요.”

공효진은 가공되지 않은 어떠한 날 것의 신선함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경력 12년 차, 다수에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늘 튀지 않으면서도 상대배우는 물론 작품 전체를 빛나게 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다. 진솔함이 묻어 있는 자연스러운 연기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냈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공효진을 만났다. 마른 몸매는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 3킬로그램이 더 줄어들었고, 쉼 없는 마라톤을 하듯 밤낮 없는 촬영 일정으로 인해 속눈썹이 몽땅 빠지는 놀라운 경험도 해야 했다. 3개월간의 드라마 여정을 끝낸 그는 오랜 여행을 하고 돌아온 양 수척해 보였으나 눈빛만은 여전히 생기 있게 빛났고 환한 미소는 드라마 속 ‘구애정’처럼 풋풋하고 달콤했다.

배우 공효진의 진가는 찻잎이 물에 우러나듯 조용하고 서서히 드러났다. 공효진은 윗사람의 고함에도 꿋꿋이 버티며 쉐프를 꿈꾸는 삼류 여성 요리사였고(파스타·2010),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에이즈에 걸린 딸을 뒀지만 순수하고 밝고 씩씩한 미혼모였으며(고맙습니다·2007) 만만하고 어리바리 행동해 학생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인 선생님이자(건빵선생과 별사탕·2005), 형부를 사랑하게 되는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녀(눈사람·2003)였다. 늘 ‘캔디’ 같은 해맑고 순수함으로 오랜 시간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그야말로 공효진의 연기경력 12년 만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공효진은 최근 종영한 MBC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근근이 방송 출연하고 업소를 뛰며 먹고 사는 전직 아이돌 출신이자 비호감인 연예인인 구애정 역을 평범하면서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극 중 톱스타 독고진(차승원 분)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한여름 소나기 쏟아지듯 변덕스러운 그와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벌이다 결국 결혼에 골인하는 해피엔딩을 그려냈다.

시청자 강란 씨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의 소유자 자연스러운 연기에 진솔함이 묻어있다. 해마다 더욱 사랑스러워져 가는 공효진을 응원한다”고 했으며 백형영 씨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는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라고 평했고, 송수경 씨는 “공효진의 연기는 대단하다. 어떻게 그 마음이 시청자의 가슴까지 그렇게 바로바로 와 닿는지 신기하다”며 극찬했다.

공효진의 지인들 반응도 역대 작품 중에 최고였다. 남자친구인 배우 류승범은 느닷없이 전화해 들뜬 목소리로 ‘너, 완전히 떴어!’라며 기뻐했다. “12년 만에 떴다는 소리를 들으니 웃음도 나고 기분이 묘했다”는 공효진은 “드라마가 끝나고 보니까 진짜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최고의 사랑’은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죠. 알콩달콩한 사랑만큼이나 연예인으로서의 고충과 오해, 성공담이 전반에 깔려 있어요. 무엇보다 캐릭터들의 감성 선이 복잡했어요. 상대인 독고진이 워낙 변덕스러운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니까 ‘아닐까? 아닐 거야!’ 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마음이 단순하지 못했기 때문에 몸이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무사히 완주한 것에 대해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있어요.”

유난히 촉박했던 촬영 일정 등으로 “정신 줄을 놓지 않기 위해 매일 사투를 벌어야 했다”며 웃는 그는 초인적 정신력으로 오직 사명감만을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유독 복잡했던 등장인물들의 감성 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막막한 기로에 서 있는 기분까지 들게 했다. 하지만 그는 촬영 틈틈이 30분씩 자는 ‘쪽잠’에도 가뭄에 단비를 만나는 듯 행복했고, 정크푸드보다는 곡물과 과일을 섭취하며 체력을 유지했다.

“구애정은 그 어떠한 캐릭터보다도 매력적인 인물이었어요. 매사에 망가지고 넘어지고 구르면서 처절하게 열심히 살았고, 결국에는 다시 사랑을 얻게 되는 비호감 연예인이죠. 구애정에 대해 깊은 이해를 구하고 싶었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극을 마무리함으로써 작은 무언가를 성취한 듯한 행복을 느꼈어요. 비호감이 사는 법, 다시 사랑을 받는 법, 꿋꿋이 이겨내는 모습을 끝까지 심도있게 보여 드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꿈에도 그리던 달콤한 휴식시간을 맞이했지만 공효진은 함께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자꾸 그리워져 한동안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려야 했다. 그러나 함께 호흡을 맞췄던 차승원과 윤계상에 대한 질문에는 막상 뜸을 들였다. “두 분이 최근 인터뷰를 통해서 저에 대해 워낙 좋은 말을 해 주셨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야 보답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는 그는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독고진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차승원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짐 캐리나 조니 뎁을 보는 것 같았죠. 실제 성격을 말하자면 ‘착한 마초’예요. 겉으로는 터프하고 남성적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순하고 마음이 여려요. 촬영 끝나고 윤계상 씨한테 ‘다음에는 진한 멜로 같이 해 봐요’라고 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함께 연기하고 싶었던 배우였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연인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아쉬운 면도 남아 있지요.”

촬영 틈틈이 자신에 대한 기사를 찾아 읽기도 했다. 구애정은 비호감 연예인이었지만, 공효진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호감 연예인이다. 최근 한 조사기관에서 ‘친구로 삼고 싶은 연예인’이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효진은 여자연예인 부문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남자연예인 1위는 ‘국민MC’ 유재석이었다.

공효진은 “완벽하지 못하고 빈틈이 많은 것을 시청자 분들도 알고 계시는 것 같다”며 “친근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을 만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시청자뿐 아니라 공효진에 대한 언론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감사하게도 나에 대한 기사는 대부분 좋은 내용이더라”라며 “힘들고 지치면 좋은 내용의 기사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고, ‘마술을 부리는 배우’ ‘남자배우 살리는 배우’ 등 다소 민망한 칭찬 글들을 보며 빙그레 웃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금껏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공효진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 욕심 많은 배우다. 밝고 착하며 역경을 이겨내는 비슷한 캐릭터를 줄곧 맡아온 탓에 이미지 변신을 꾀할 법도 한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저는요,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고 싶지는 않아요. 이렇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다가 갑자기 악역을 하긴 힘들 것 같아요. ‘쟤는 왜 저렇게 다른 사람들을 방해해?’ ‘어쩜 저렇게 못됐어?’라는 미움을 받으면 제가 너무 큰 상처를 받을 것 같거든요. 저는 계속 사랑받고 싶답니다(웃음).”

그러나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에서는 조금 용기를 내 볼 요령이다. 영화를 선택할 때 흥행이나 상업적인 측면보다 작품성 위주로 고르는 것은 배우로서의 작은 도전이다. “전 국민이 박수쳐 주는 강렬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영화도 해 보고 싶고, 사기꾼이나 팜므 파탈 같은 캐릭터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액션도 많이들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셔서 관심이 간다”고 했다.

최근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을 물었더니, 현빈과 탕웨이 주연의 ‘만추’를 꼽는다. 해 보고 싶은 배역을 묻는 말에 “‘만추’의 탕웨이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답할 정도. 그는 “영화가 너무 예뻤다”라며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사랑’으로 최고의 영광을 누린 공효진은 잠시 브라운관을 떠날 계획이다. 이달 말, 하정우와 호흡을 맞추는 영화 ‘러브 픽션’ 촬영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정우 오빠가 즐겁게 해 주겠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며 웃는 그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12년을 했으니, 한 바퀴 더 돌 때까지 앞으로 12년은 더 배우 생활 해야죠. 상투적인 말이지만,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요. 지겹거나 뻔하지 않은 배우로 오래오래 사랑받고 싶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