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열, 초심 지키려 자비 털어 ‘한놈 두놈 삑구타고’ 공연

김무열, 초심 지키려 자비 털어 ‘한놈 두놈 삑구타고’ 공연

기사승인 2011-07-06 08:08:00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해마다 모여 소극장 공연을 해요. 10년, 20년이 지나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쿠키 문화] 배우 김무열, 윤석원, 김대명, 한지상의 만남은 조금 특별하다. 지난 2006년 ‘반상회’라는 모임을 형성한 이들은 2007년부터 자비를 털어 소극장 공연을 해 오고 있다. 멤버 한지상은 군 입대 문제로 올해 공연에 참여하지 못했다.

최치환 감독의 ‘강택구’(2007), 김지연 감독의 ‘물고기 남자’(2008), 이호재 감독의 ‘동물원 이야기’(2009)에 이어 이호재 감독의 ‘한놈 두놈 삑구타고’(2011)가 네 번째 공연이다.

이들이 소극장 공연을 이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김무열은 영화 ‘최종병기 활’, 뮤지컬 ‘아가씨를 부탁해’ 등의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이번 공연에 빠지지 않았다. 김무열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을 잊지 않고 그 열정을 간직하기 위해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석이 채 되지 않는 소극장에서 세 명의 배우와 이호재 감독은 무대 디자인, 소품, 분장 등을 일일이 상의하며 준비했다. 총 1000여만 원의 최소 비용으로 공연을 완성시켰다. 분장, 의상 등은 지인의 도움을 받았고 배우들 역시 출연료를 받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티켓 값도 아주 놀랍다. 라면 하나에 1000원이 넘는 시대에 관람료가 5000원이다. 지난 2007년 첫 공연의 티켓 값이 5000원이었고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공연이 아니기에 값을 올리지 않았다.

‘한놈 두놈 삑구타고’는 일제 말엽 한센 병에 걸려 소록도에 갇힌 채 살아가는 세 주인공 호준(김무열), 달수(윤석원), 낙중(김대명)의 삶과 죽음을 그린다.

한센 병에 걸린 호준은 제대로 된 치료는커녕 일제의 억압 속에서 손가락이 하나 둘씩 잘려 나간다. 하지만 절망스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구해 줄 누군가를 끝없이 기다리며 희망을 갈구한다.

호준과 반대로 달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결국 홀로 소록도 탈출을 시도한다. 낙중은 몸이 너무나 아파 죽음을 직감적으로 예감하지만 화 한 번 내지 않는 순한 성격의 인물이다. ‘한놈 두놈 삑구타고’는 병을 이겨내고 정상의 삶으로 돌아가려는 이들의 희망과 현실, 절망 등을 조화롭게 버무린다.

연극의 주제는 상당히 무겁고 어렵다. 공연도 2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할 법도 하다. 하지만 소극장 공연이다 보니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호흡과 표정을 느끼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장점이 있다. 때론 웃음 짓고 눈물 흘리며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30대보다는 40대나 50대 정도의 연령을 가진 배우들이 연기했다면 더욱 감동이 컸을지 모른다는,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욕심을 남긴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깊이를 표현하기에 세 배우는 풋풋한 느낌이 강하다.

공연은 오는 10일까지 서울 효자동 더 씨어터에서 열린다. 현재 온라인 예매는 전회 매진됐으며 매회 현장에서 20석을 추가 판매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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