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해묵은 사건, 때늦은 해명

스타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해묵은 사건, 때늦은 해명

기사승인 2011-07-14 16:16:00

[쿠키 연예] 침묵은 금이었을까, 독이었을까. 최근 들어 오래된 루머를 해명하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 10년이 훌쩍 넘는 해묵은 사건에 대한 진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새삼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에는 언론을 통해 공식 해명을 하거나 홈페이지나 트위터 등을 이용해 팬들에게 직접 진실을 알리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던 시절인 만큼 직접적으로 파문을 접할 기회도 적었고, 곧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이라 믿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걷잡을 수 없는 비난의 화살에 해명조차 할 엄두가 나지 않거나 해명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질 여지가 보이지 않아 침묵하는 경우도 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덕적인 문제에 연루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방송인 주병진이 그 경우다.

주병진은 12년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는 13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에서 지난 2000년 휘말렸던 성폭행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이로 인해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과 10년여 간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 받았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자살하려고도 했었다”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런 기억들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나를 아직도 괴롭히고 있다. 악몽을 꾸며 잠이 들 수 없을 지경으로 고통받았다”고 말해 그 고통의 무게를 짐작케 했다.

사건 2년 만인 지난 2002년 7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중들은 이미 그 사건에 흥미를 잃은 뒤였다. 때문에 그는 무죄 선고 이후에도 그는 10여 년을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주병진은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서운 시기를 보낸 경험이 없었다”며 “법은 1심, 2심, 3심이 있어 기회가 있다. 그런데 인터넷의 글들은 한번으로 판결이다. 그래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하니까 여전히 옛날 얘기를 무심하게 꺼내는 댓글들이 있더라”고 말하며 “글이라는 게 무섭다는 것을 우리들이 알 때가 됐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죽어 갔다. 특히 연예인들이 많았다”며 무분별한 댓글 문화를 비판했다.

가수 김완선은 20년이 지난 루머들을 뒤늦게 해명해 눈길을 끌었다. 김완선은 지난 4월, 1992년 은퇴 선언에 대한 진실과 원정출산 루머 그리고 ‘닭’을 ‘닦’으로 써서 망신을 당했다는 이른바 ‘닦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홍콩에서 만났던 친한 지인이 이 루머에 대한 질문에 ‘잘 모른다’고 애매하게 대답해 사건이 커진 것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이어 “은퇴는 이모인 고 한백희가 홍콩 진출을 앞두고 충격 요법의 일환으로 꾸민 것”이라며 거짓 은퇴 선언이었음을 20여 년 만에 밝혔다.

가수 하수빈은 불치병 루머뿐만 아니라, 서태지 애인설, 여장 남자설, 사망설 등 수많은 루머로 인해 힘들었던 사연을 10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해 그는 방송에서 “여자 맞다”며 “너무 황당한 소문이라 그냥 웃어 넘겼는데, 시간이 갈수록 소문에 살이 점점 붙었고 가까운 사람들조차 넌지시 ‘서태지 애인 맞느냐’고 물어 깜짝 놀랐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신현준은 7년 만에 삼각 스캔들과 관련해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7년 전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삼각 김밥’을 건네지 못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손 모 배우가 나와 교제하기 전에 주 모 연예인을 만났었다는 사실은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같은 연예계에 몸담으며 동료의 연인을 가로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분과 헤어진 후 나와 만나기까지의 기간이 짧아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결별 이후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고통 받았지만, 연예계 선배인 정소녀와 나훈아 등이 늦게라도 당당히 루머에 대해 밝히고 나선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정소녀는 흑인을 출산했다는 루머가, 나훈아는 신체절단설이 떠돈 바 있다.

연예계 대표 피부미인 배우 고현정은 올해 초 “피부 관리에 연 1억 원을 투자한다는 루머부터 비행기에서 크림을 세 통씩 쓴다는 소문, 목욕이나 세수할 때 우유로 한다는 얘기까지 피부에 관한 갖가지 소문을 다 들었다”며 “언젠가 한번은 내 피부 관리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밝히며 자신의 평범한 피부 관리 노하우를 담은 뷰티북을 펴내기도 했다.

그러나 누명을 벗고 결백이 입증돼도 오랜 시간 괴롭혀 온 소문은 끝까지 꼬리처럼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진실은 밝혀졌어도 명예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유무죄 여부와는 별개로, 불미스러운 사건에 이름을 올리는 자체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시대 연예인들이 살아가는 현주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