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코파카바나’ 너무나도 다른 엄마와 딸의 ‘어울림’

[Ki-Z 작은 영화] ‘코파카바나’ 너무나도 다른 엄마와 딸의 ‘어울림’

기사승인 2011-07-18 12:58:00

[쿠키 영화] 엄마와 딸을 소재로 한 영화는 꾸준히 등장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를 외치는 딸과 ‘저 원수’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엄마. 모녀지간은 때로는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고 싸우는 관계로 그려지지만, 서로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전제로 한다.

최근에도 모녀지간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다. 배종옥이 엄마로 등장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자식과 남편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 줬고, 김영애 최강희가 주연을 맡은 ‘애자’는 가장 사이가 나쁜 듯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현실적 엄마와 딸의 모습을 투영했다. 엄정화, 김해숙, 유해진 등이 출연한 ‘마마’는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제시해 공감과 웃음, 눈물을 자아냈다.

서양에서도 모녀지간은 흥미로운 소재다. 세계적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은 ‘코파카바나’(감독 마르끄 피투시)도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소재로 택했다. 영화는 자유분방한 엄마 바부(이자벨 위페르)와 안정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상반된 성격의 딸 에스메랄다(롤리타 샤마)의 충돌을 담아낸다.

영화는 딸을 연기한 롤리타 샤마가 이자벨 위페르의 친딸로, 실제 모녀가 영화 속에서도 모녀로 호흡을 맞춰 더욱 주목받았다.

빨간 손톱에 과한 눈 화장, 보라색 스타킹에 하이힐까지 엄마 바부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딸 에스메랄다는 수더분한 옷차림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등장, 두 캐릭터의 상반된 성격을 한눈에 보여 준다.

바부는 중년의 나이에도 제대로 된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고 늘 내키는 대로 자유분방한 삶을 산다. 에스메랄다는 이런 엄마가 항상 불만이다. 급기야 결혼을 앞두고 엄마 바부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긴다. 결혼식 준비는 알아서 할 테니 결혼식에 오지 말라는 통보다. 시부모에게는 엄마가 브라질에 있다고 둘러대며 꼭꼭 숨긴 채 보여 주지 않는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바부는 딸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기 위해 벨기에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난다. 결혼식에는 못 가더라도 결혼 자금이라도 마련해 최소한의 엄마 노릇을 하기 위해서다. 바부는 낯선 땅에서 오직 딸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지만 에스메랄다는 여전히 엄마가 창피하다.

영화는 눈물 나는 모녀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사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과장 없이 보여 준다. 세상에 대한 편견과 차별 없이 솔직 당당하게 살아가는 바부의 모습은 주변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고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기 원하는 에스메랄다를 통해서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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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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