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방송진단] 사라지는 방송 3사 ‘납량 특집’, 왜?

[Ki-Z 방송진단] 사라지는 방송 3사 ‘납량 특집’, 왜?

기사승인 2011-07-18 13:03:00

[쿠키 연예] 올 여름 TV에는 납량 특집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공포물로 극장가를 가득 메운 영화와는 대조적으로, 여름철 지상파 프로그램의 단골메뉴였던 납량 특집은 자취를 감췄다. ‘납량 특집 실종’인 셈이다.

MBC는 지난 2009년, 심은하 주연의 ‘M’ 이후 14년 만에 야심차게 납량특집 미니시리즈 ‘혼(魂)’을 선보였고 지난 2008년 기존 사극의 틀을 유지한 채 현대화된 스토리 구조와 참신한 소재를 얹어 ‘전설의 고향’을 부활시켰던 KBS는 지난해 ‘구미호, 여우누이뎐’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SBS는 지난해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라는 드라마로 코믹한 요소를 가미한 퓨전 납량 특집을 선보였다.

그러나 갈수록 TV에서 납량 특집 드라마를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일부 예능 프로그램에서 납량 특집을 이따금씩 선보일 뿐, 그마저도 예년에 비해 미약하다.

예를 들어 지난 11일 방송된 KBS ‘안녕하세요’에서는 납량 특집을 맞아 몽골 전통소리인 ‘흐미’를 부르는 남자와 공포물의 대명사로 꼽히는 구체관절인형을 만드는 제작자가 출연했고 가수 채연, 배우 이윤미, 쥬얼리의 은정 등이 출연해 공포스러운 고민에 대해 함께 나누고 다양한 해결법을 제시했다.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는 오는 21일 출연진들의 공포 체험을 나누는 납량 특집으로 방송한다.

납량 특집이 TV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이유는 시청률에서 큰 재미를 못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인위적 장치들은 최근 리얼리티가 강조된 요즘의 트렌드와도 잘 맞지 않는다는 평이다. 광고와 협찬도 문제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에 광고하는 것을 기피는 기업들의 특성에 따라 간접광고인 PPL로 재미를 보는 방송사들은 굳이 납량 특집을 강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케이블 채널에서 이미 해외 스릴러물이 경쟁하듯 방송되고 있고 이미 시청자 층을 빼앗긴 상황에서, 제약이 많은 지상파 방송 특성상 ‘더 자극적인’ 방법으로 경쟁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의 설명이다. 모험보다는 안전성을 추구하려는 방송사의 선택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방송된 MBC 드라마 ‘혼’은 19세 이상 관람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극적 장면 묘사 등의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은 바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시청자들은 납량 특집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는 재미있고 안전한 소재의 드라마들도 좋지만 시청자들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릴 TV 납량 특집 프로그램이 그립다.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납량 특집이 없는 여름 방학은 너무 아쉽다’ ‘TV 납량 특집은 공포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였는데, 갈수록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1박2일’ 같은 인기 예능 프로에서 특집으로 다뤄 줬으면 좋겠다’는 등의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 방송 관계자는 “납량 특집은 공들이는 것에 비해 시청률이 낮고 광고주들도 기피하는 경향이 짙다”라며 “무엇보다 소재 고갈로 제작에 어려움이 큰데, 굳이 머리를 싸매고 힘들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이나 케이블 방송 등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공포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TV 방영의 장점이 사라진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2010년 방송된 KBS 납량특집 ‘구미호, 여우누이뎐’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