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하거나 비난하거나…한예슬 사태에 대한 두 가지 시선

동정하거나 비난하거나…한예슬 사태에 대한 두 가지 시선

기사승인 2011-08-18 12:40:00

[쿠키 연예] KBS 2TV 월화드라마 ‘스파이 명월’ 촬영을 거부한 채 미국으로 도피했던 배우 한예슬이 이틀 만에 귀국해 촬영에 복귀할 뜻을 알렸다.

떠들썩했던 한예슬의 촬영 거부 사건은
그 누구도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던, 방송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사태였다. 15일 돌연 미국 LA로 출국했던 한예슬이 마음을 바꿔 17일 귀국해 촬영 재개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KBS 측은 “귀국한 한예슬이 방송사를 찾아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드라마가 시청자와의 약속인 만큼 배우 교체보다는 수용의 입장을 취했다”고 전했다. 한예슬은 18일 촬영부터 다시 합류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한예슬의 무책임한 행동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만, 일각에서는 동정론 또한 적지 않다. 이번 사건이 단순하지 않은 까닭은 졸속 드라마 제작 환경이라는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예슬은 미국 도착 후 “나는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놨고 다 포기했다”며 “한국드라마 여건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희생하지 않으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때문에 한예슬을 향했던 성토의 목소리는 촬영 거부까지 맞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이라는 동정의 시선은 졸속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는 분위기로 확산되며, 이러한 시스템을 양산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자업자득이라는 책임전가로 이어졌다.

그간 ‘생방송 드라마’로 인한 각종 사건 사고는 여러 차례 일어났다. 출연자의 부상으로 드라마가 결방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여러차례 있었고, 편집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 음향 사고 등도 난무했다. 뿐만 아니라 ‘쪽대본’으로 인한 배우와 작가의 갈등이 표면화되며 공방이 오가기도 한다.

이번 한예슬 사태로, 드라마 제작 환경에 관심이 없던 이들 조차 “하루 이틀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방송을 결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한예슬의 행동이 용감하다고 생각한다”며 “열악한 촬영 환경을 개선하려면 누군가 한번은 총대 메고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한예슬과 연출자 간의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고질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기 생활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지 알아주길 바랐다”는 한예슬의 의도는 절반 정도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동료 배우로 인해 드라마가 결방하고 촬영을 진행할 수 없는 사태를 지켜봐야 했던 이들의 마음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한예슬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에릭은 자신의 트위터에“극적인 화해라…. 명월(한예슬 극중 이름) 씨가 출국하고 나서 그래도 방송은 나가야하고 시청자와의 약속과 금전적인 계약서의 약속도 현실적으로 있기에 다시 열심히 끝까지 잘 마무리하자 모두 화이팅을 했지만, 막상 이렇게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촬영을 이어가는 모두의 마음은 편치 않을 듯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쪽대본? 없습니다. 작가님 바뀌면서 미리 찍어둔 싱가폴 신의 연결 개연성문제로 한 두 차례 수정 신 대본 나온 적은 있어도 매주 책 대본으로 받아보고, 팀 카페에선 더 일찍도 보려면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또 연출자 황인혁 PD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감독님 욕설로 인한 불화설? ‘감독님 항상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해도 매순간 존댓말 하십니다”라며 제작환경이 힘들었다는 한예슬의 주장과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한예슬 촬영 거부 파문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시청자다. ‘스파이 명월’ 촬영 거부로 파문을 일으킨 한예슬은 제작진과의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급기야 지난 14일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결국 15일 방송이 스페셜로 대체 방영됐다.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이 장난이냐”며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누리꾼은 “1000만 원이 넘는 출연료에 책임감은 불포함인가”라며 “주인공이 한창 방영 중인 드라마를 놔두고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게 한마디도 없이 훌쩍 미국을 가버렸다. 그저 본인이 피곤하고 힘들어 나 몰라라 하는, 책임감 결여의 문제인지 제작 환경을 논할 만큼 대단한 행동을 했다고 보긴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스파이 명월’은 남한 최고의 한류스타 강우와 그를 유혹해 북으로 넘어오도록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은 미녀 스파이(한예슬)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첫 방송부터 어설픈 상황 설정과 개연성 부족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 문제로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난항을 겪다 여주인공의 잠적과 방송 펑크까지 겹치며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다시 돌아온 한예슬이 시청자들의 관심 또한 되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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