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블루칩] ‘여인의 향기’ 손성윤,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녀

[Ki-Z 블루칩] ‘여인의 향기’ 손성윤,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녀

기사승인 2011-08-20 13:02:00

[쿠키 연예]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주말드라마 ‘여인의 향기’에는 두 명의 악녀가 등장한다. 재벌 딸이자 빼어난 외모에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임세경(서효림)과 나이 많은 말단 직원인 이연재(김선아)를 매사에 눈엣 가시로 여기는 남나리(손성윤)가 그 주인공이다.

둘 다 이연재를 싫어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임세경이 모함을 일삼는 캐릭터라면 남나리는 얄밉지만 귀여운 허당 캐릭터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주인공을 괴롭히고 궁지에 몰아넣는 역할이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귀여운 악녀’ 손성윤(27)을 18일 서울 신사동 카페에서 만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기억이 어렴풋하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지상파 드라마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확실히 눈도장을 찍는 그날이 곧 오겠죠?”

아직 손성윤이라는 그의 이름을 낯설어하는 이들이 많다. 드라마 ‘파스타’ ‘마이 프린세스’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지만 아직은 인지도에 비해 지명도가 낮은 편이다. 본격적인 연기자로 활동한 것은 불과 2년 밖에 되지 않은 늦깎이 신인 중 한명이다.

연예계 혜성처럼 등장해 하루아침에 주연 자리를 꿰차는 배우들도 많지만, 단역과 조연부터 시작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서서히 인정받는 배우들은 훨씬 더 많다. 손성윤 또한 활동 기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 동안 단역과 조연을 거쳐 조금씩 경력을 늘려간 케이스다.

“단역 시절부터 주연 배우들을 보면서 ‘나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희망도 있었지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좌절과 더 많이 마주쳐야 했죠.”

교회에서 뮤지컬을 하면서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그는 막연한 마음을 안고 대학에서 연기공부를 시작 했다. 첫 데뷔는 2009년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6다. 극중 영애(김현숙)를 롤 모델로 삼은 ‘식신 인턴’으로 출연했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은 지상파 데뷔작 MBC 드라마 ‘파스타’에서 여자 요리사 3인방 가운데 하나인 박찬희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마이 프린세스’에서 이설(김태희) 공주의 든든한 지지자인 신상궁으로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는데, 극중 황실 요리사 건이로 등장한 그룹 비스트의 이기광과 커플로 맺어지며 유종의 미를 거둔 바 있다.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인의 향기’에서 손성윤은 직장 상사이자 사장 아들인 본부장 지욱(이동욱)를 선망하며 짝사랑하는 동시에, 지욱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연재(김선아)를 미워한다.

“사실 너무 웃긴 상황이죠. 이동욱 씨를 가운데 두고 김선아 씨와 서효림 씨가 있는 건데, 저는 헛물만 켜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주위에서 이동욱 씨 멋있게 나온다며 그럴 만 하다고 난리예요.(웃음) 그런 상사가 있으면 회사 다니기 참 행복하겠죠?”

실제로 짝사랑해 본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학 때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는데, 먼발치에서 보고 막 좋아서 설렜던 기억이 난다”며 “생각해보니 드라마 속 캐릭터와 비슷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스스로 “처음에는 정말 연기를 정말 못했었다”며 “대학을 가기 위해 연기학원에 등록했었다”고 털어놓는 그는 대학시절 그리 특출 난 학생은 아니었다. 워낙 뛰어난 인재들이 주위에 많았기 때문에 배우로서의 큰 꿈을 키우기에는 스스로 부족함이 많아 보였다.

“극중 대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오히려 대사가 많지 않아 더 힘들어요. 짧은 만큼 임펙트가 있어야 하고, 순간적으로 긴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촬영장은 너무 재미있어요. 선배님들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웃을 때마다 양 볼에 깊게 패이는 보조개는 아버지를 닮았단다. 드라마에서는 싫은 내색을 서슴없이 하고, 얄미운 행동과 언행으로 눈총을 받지만 실제 손성윤의 모습은 그와는 정반대다.

“남에게 따지는 성격이 못돼요. 싫은 사람이 있거나 하면 일단 피하고 보죠.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는 성격이거든요.”

평범한 학생이던 손성윤은 우연히 유명 매니지먼트에서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화려한 출발을 시작했지만, 이내 소속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을 하면서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됐다. 의상 챙기랴 대본 챙기랴 정신이 없는 것은 물론,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며 못마땅해 하시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가 없어 늘 선배들이 사주는 밥으로 끼니를 떼우고 버스비만 겨우 들고 다니는 일이 수없이 많았다.

꼭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가 연기했던 캐릭터다. 몽환적인 표정과 신비로운 말투 등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단다.

“지금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대박 나는 배우’는 되기 힘들겠죠? 큰 욕심은 없어요.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성장하고 또 성장해서 어디 붙여놔도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고 싶어요. 오랫동안 쌓아온 숨은 내공을 앞으로 꾸준히 펼쳐 보이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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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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