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윤석③] “나홍진·최동훈도 김윤석+봉준호를 보고 싶다는데…”

[쿠키人터뷰 김윤석③] “나홍진·최동훈도 김윤석+봉준호를 보고 싶다는데…”

기사승인 2011-10-14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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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영화] 무(無에)서 유(有라)도 만들어 낼 것 같은 엄청난 자생력을 갖춘 것에서 오는 자신감과 믿음 때문일까. 배우 김윤석이 함께해 온 감독의 면면을 보면, 흔히 말하는 대감독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와의 협업이 없다. 이제 막 장편 데뷔작을 시작하는 감독이거나 두 번째 영화 정도를 준비하는 신예와의 작업이 많다.

나홍진 감독은 김윤석·하정우를 내세운 ‘추격자’ ‘황해’로 세계적 감독으로 성장했고,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 성공 뒤에 이어진 ‘타짜’ ‘전우치’, 그리고 내년에 만나볼 수 있을 ‘도둑들’까지 세 편을 내리 김윤석과 함께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윤석은 신인감독을 좋아해?

“특별히 신인감독을 선호하는 것도 대감독들을 마다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결정합니다, 그 결과일 뿐이에요.”

검증되지 않은 신인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게 주식으로 치면 안정적 투자일 수 없다. 되레 김윤석이라는 배우가 신인감독에게 ‘기회’가 되어 주는 형국이다.

“사람을 만나보면 그 뼛속까지는 알 수 없어도 영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느낄 수 있어요. 영화에 대한 생각이 같으면 함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부분적으로 서로 다른 부분은 현장에서 맞춰 나갈 수 있으니까요. 또 신인감독들과 일하면 뭔가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아요.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도 만들어 냈는데 앞으로 무엇인들 못하랴 하는 에너지도 얻게 되고요. 되레 제게 기회입니다.”

“나홍진, 최동훈 감독도 봉준호 감독과 해 보라는데…”

여전히, 지인들로부터 영화 ‘파수꾼’과 ‘혜화,동’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계속되는 촬영에 아직 직접 보지 못했다며 어떤 신인감독들인지 영화로 먼저 얼른 만나 봐야겠다는 그에게, 정말 유명감독들과 작업할 의향은 없는지 물었다.

“사실 나홍진 감독도, 최동훈 감독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형이 봉준호 감독과 붙으면 어떤 모습이 나올지, 어떤 영화가 나올지 보고 싶다고, 한번 해 보라고요. 그런데요 감독이란 게 자꾸 새 사람 찾게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최동훈 감독만 해도 ‘난 아직도 형에게서 끌어 내지 못한 모습이 있어, 다음엔 그걸 건져 올리고 싶어’ 하거든요. 이름난 감독들께서도 그렇게 이미 해 본 배우들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집요하게 한 번 더 물었다. 절친인 배우 송강호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 모두와 작업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임에도 가는 길이 달라 보인다. 친구의 선택에도 분명 이유가 있었을 텐데 따라 볼 생각은 없나.



배우에게 만들어진 길이란 없다

“배우라는 게요, 자기가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 모르면서 가는 직업입니다. 그건 강호나 저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손에 낫 하나 들고 열심히 정글을 헤쳐 가는 중이라는 겁니다. 길이 있어서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길을 만들면서 한 발 한 발 치열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 처절하고도 절박한 하루하루에 어느 감독이랑 할까를 생각할 여유란 없어요. 또 모르죠, 이렇게 제 시야를 가리는 온갖 넝쿨과 가지들을 치며 나가다 보면 봉준호 감독을 만나게 될 수도요. 하지만 저는 지금 헤쳐 나가야 하는 오늘의 정글이 바쁘고 중요합니다. 얼마 전에는 그게 ‘완득이’였고요, 지금은 ‘도둑들’이네요.”

불현듯 3년 전 인터뷰에서 자신은 배우이기에 앞서 인간이고, 가장이요 아버지이자 생활인이라고 했던 그의 말이 생각났다. 어느 배우는 영화 한 편 찍으면 그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는 데 한참이 걸릴 만큼 고역을 겪는다는데 배우 김윤석은 벌써 ‘도둑들’ 속의 모습, 스키니 바지가 어울릴 만큼의 마른 체구에 멋으로 층을 낸 머리 모양으로 우리 앞에 섰다.

관객이 살아가는 현실에 끼어들어 온갖 정치·사회적, 교육적, 가족적 문제들에 참견을 해댈 것 같은 이동주 선생님을 마치 손오공의 분신술처럼 제 분신으로 만들어 우리 곁에 두고는 자신은 벌써 다음 작품에 빠져들어 있다. 배우 김윤석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 사진=고영준 기자

[쿠키人터뷰 김윤석①] ‘완득이’ 이동주=김윤석, 비결은 자생력이다
[쿠키人터뷰 김윤석②] 웃다 쓰러지는 ‘완득이’에 애드리브는 없다"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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