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슈] 웃음 뒤에는 씁쓸함이…개그맨 사건·사고 잦은 이유는?

[Ki-Z 이슈] 웃음 뒤에는 씁쓸함이…개그맨 사건·사고 잦은 이유는?

기사승인 2011-10-15 13:08:01

[쿠키 연예] 개그맨들은 화려한 입담과 다재다능한 끼만큼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오르내린다. 잇따라 사건 사고로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법정에서도 자주 마주한다. 유독 연예인 중에서 개그맨들이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에 연루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자 작곡가 지망생을 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은 개그맨 김기수가 끝내 대법원에 서게 됐다. 작년 5월 피소된 김기수는 올해 4월 1심과 지난달 29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사건 담당검사가 상고시한 하루를 남긴 이달 5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해 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김기수는 앞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죽어서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김기수는 경기 판교 자택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작곡가 지망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피소돼 불구속 기소됐다.

1977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주병진의 나이트 쇼’ 등을 진행한 당대 최고의 ‘국민 MC’로 각광받았던 개그맨 주병진은 사업가로 새 인생을 살며 14년간 TV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래 전 피소당한 성폭행 혐의가 무죄로 판명 났지만, 침묵을 지키던 그는 최근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며 오랜 만에 얼굴을 드러냈다. 단 한번의 사건이었지만, 강산이 한번 변할 동안에도 그는 활동을 하지 못했고 당시 자살을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원로 개그맨 김상호는 지난 5월 사기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서클렌즈 사업을 한다며 투자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2009년 3월부터 12월까지 피해자 김모 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2억3000만원을 챙겨 경찰에 적발됐다.

코너명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범죄의 재구성’에 출연했던 개그맨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절도와 음주운전, 폭행 사건에 연루돼 화제를 모았다. 이 코너에서 범죄자 역을 맡은 곽한구는 2009년 6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수입차를 훔쳐 타고 달아났다가 체포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건 이후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했던 그는 중고차 딜러로 변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함께 출연한 황현희도 지난 2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서울 구로동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2%인 상태로 운전해 사고를 냈다.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켜 면허 취소와 함께 불구속 입건됐다. 뿐만 아니라 황현희의 동료 경찰관으로 등장했던 이상구는 폭행사건에 연루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점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옆자리에 있던 슈퍼모델 김미리내(21) 일행과 시비가 붙어 패싸움을 벌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이상구는 "억울하지만 자숙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미리내는 폭행으로 다친 팔다리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려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개그맨 이혁재 역시 폭행 사건으로 아직까지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인천에 있는 한 유흥주점에서 여종업원과 폭행 시비를 일으키며 비난을 받았고, ‘개콘’의 터줏대감 개그맨 박성호는 지난해 10월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됐었으며 그해 4월에는 조원석이 교통사고를 낸 뒤,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하기도 했으며 3월에는 김태현이 폭행시비에 휘말려 경찰의 조사를 받은 일도 있었다.

개그맨들이 쉴 새 없이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방송 관계자는 개그맨들이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에 비해 활동의 자유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속사와 매니저의 관리와 지원을 받는 배우나 가수에 비해 개그맨들은 소속사가 없는 경우도 많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방송이나 행사 스케쥴을 제외하면 사생활에 있어서 일일이 관여를 하지 않아 비교적 행동 반경이 자유롭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활동적이고 자유로운 직업의 특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개그맨은 사람을 웃기는 직업인만큼 외향적이고 활동적이다”라며 “일상에서도 늘 끊임 없이 개그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만큼 스트레스가 커 술자리에서의 시비가 있는 경우도 많고, 화려한 언변과 자유로운 생각 및 활동 등으로 인해 사소한 오해와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물의를 일으켰다면 합당을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법정에서의 판결이 아닌 대중들이 주는 죗값에 대한 판단은 공평하지 않다. 똑같은 죄를 저질렀는데도 누구는 버젓이 TV에 얼굴을 비추고, 누구는 조용히 자숙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판단은 방송 제작진의 몫도 크다. 초반에 다소 일어날 수 있는 논란을 예측하면서도 출연을 강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시끄러운 일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섭외하지 않기 때문.

올해 초 배우 김지수와 박상민, 개그맨 황현희가 모두 음주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세 사람의 행보는 달랐다. 김지수와 박상민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황현희는 한동안 ‘개그콘서트’에서 자취를 감춰야만 했다. 이러한 사례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에는 이유는 존재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개그맨의 경우 방송에서 맡고 있는 비중이 비교적 작고, 다른 코너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패널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메인 MC가 아닌 경우라면 출연진 교체도 비교적 쉽다”며 “연기자의 경우 중간에 배역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가수는 활동을 중단하더라도 음원이나 음반은 계속 판매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타격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개그맨 K씨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가 하루 만에 상대 여성이 고소를 취하해 사건이 일단락됐다. 사건의 배경과 이유가 어떻던, 며칠 안 되는 시간동안 당사자는 생애에서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게 돼 너무 당황스럽고 힘들다”는 그는 “이번 일을 금과옥조로 삼아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반성을 했다”며 깊은 후회를 했다. 그러나 이미지에 금이 가버린 현재,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회한 만이 남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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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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