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인터뷰] 최강희 “악역은 자신 있지만, 사극은 넘사벽”

[Ki-Z 인터뷰] 최강희 “악역은 자신 있지만, 사극은 넘사벽”

기사승인 2011-10-15 13:03:02

[쿠키 연예] 지중해보다는 한국의 남해를 더 좋아하는 사람. 집착이나 욕심을 부릴수록 잘된 적이 없다며 늘 마음을 열고 사는 사람. 남들은 명랑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스스로 좀 더 밝아졌으면 하는 사람.

“욕심을 부릴수록 잘된 적이 없었어요. 운명인 것 같아요. 잡으려고 하면 항상 빠져 나갔어요.”

예상보다는 평범했다. ‘4차원’으로 유명한 그녀와 인터뷰를 위해 마주했을 때 조금 독특하거나 남다른 점을 발견하려 눈동자를 굴린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시작할 무렵, 평소 갖고 있던 최강희에 대한 선입견은 무색해졌다.

엉뚱하고 가벼우며 재기발랄할 것만 같던 그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신중했으며 말 한마디 한 마디에는 진심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TV에서 비춰진 배우 최강희가 아닌 인간 최강희를 만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이하 ‘보스’)를 출연하면서 최강희가 가장 기대했던 것은 ‘내가 밝아질 수 있겠다’는 점이었다.

“은설이는 밝고 씩씩한 만큼 나도 그렇게 몇 달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죠. 그런데 웬걸! 이건 완전 시련의 연속이잖아요.”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는 겉만 번지르르한 허점투성이 보스 차지헌(지성)이 주먹만 앞서는 초짜 비서 노은설(최강희)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려냈다. 드라마는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지만, 사회의 갖가지 풍자와 패러디를 담아 가볍지만은 않은 코믹함을 선사했다. 최강희 또한 특유의 발랄함과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감 있는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더 이상 은설이랑 못 만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해요. 걔네들은(차지헌과 노은설) 해피엔딩 행복하게 살 텐데…. 15년 연기했지만 이런 마음 처음이에요. 왠지는 모르겠어요. 되게 보고 싶고 그래요. 전투적으로 성장한 느낌이랄까. 연기하면서 지쳤던 만큼 더 사랑한 것 같아요.”

‘보스를 지켜라’는 최강희에게 ‘우주 돌멩이’ 같은 존재라고 했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대사 중 하나다. 그는 “우주 돌멩이처럼 콱 박혀서 빠지지 않는다”며 “작은 돌멩이 하나가 들어와서 앞으로 미래 기대되게 만들고 뭔지 모를 뭔가를 겪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쾌한 캐릭터를 만난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남들은 ‘싱크로율 100%’를 외쳤지만, 그는 은설이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상황이더라도 꼭 해야만 하고, 남들의 시선에도 당당하게 그리고 전투적으로 버텨냈고, 그 어떤 것보다 사원증을 더 소중히 여기는 은설이 신기하기만 했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서 천방지축하게 놀 줄 알았죠. 노은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은설이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캐릭터였어요. 저는 한번도 연기 활동하면서 무엇을 붙잡고 싶은 적이 없었거든요. 무엇을 바꾸려 하거나 하는 성격도 아니고요.”

‘계탄녀’라는 애칭도 생겼다. “어제도 지성, 재중과 만났다”는 그는 김재중에 대한 질문에 “착하고 예의바르고 너무 예쁘다”며 “사람의 심성을 건드리는데, 정말 이렇게 착할 수도 있구나. 되게 감격스러웠다”고 평했다.

“‘우리 오빠 건들지 마’ 하는 악플이 없어서 서운해요. 내가 재중 씨를 건들지 않고 동생으로 예뻐해줄 거라고 믿는 것 같아요.(웃음) 아, 멋진 배우들과 연기하면 좋죠. 그런데 백화점에서 옷 한번 입어보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웃음)”

최강희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지성에 대해서는 “똑똑하고 애교 있고 매너 있는 사람”이라며 “친구와 만난 듯 느낌이 매우 편안해 신기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보스를 지켜라’는 중견 배우들의 활약이 뛰어났다. 그 중에서도 박영규는 특별했다. 그는 “선배님을 보면서 참 젊다고 느꼈다”며 “사람이 맞는 말만 하려고 하면 그 때부터 늙는 거라고 하셨다. 본인은 틀린 말이든 뭐든 벽이 없애기 위해 말을 많이 한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그 나이에도 매력이 있으신 것 같다”고 평했다.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백수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고, 실제 학창 시절의 모습은 어땠느냐는 물음에는 “사고는 많이 쳤는데 뚜렷하게 존재를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학교 안 나가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물 흐르듯이 배우 활동하고 있어요. 찾아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고요. 언제까지나 누군가를 날 찾아 줄거라 생각은 안하는데, 노력해도 안 된다면 미련 없을 것 같아요.”

대표적인 연예계 동안이지만 배우로서 한계를 느끼지는 않을까. 그는 “사이코패스 같은 악역은 좋을 것 같은데, 내 이미지로는 사극은 절대 못할 것 같다”고 단정 지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로는 박해일을 꼽았다.

“저의 유일한 고민은 연기예요.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펭귄이 그저 서 있기기만 하는데도 체력의 70%를 소모한대요. 저도 밝고 씩씩해 보이지만 그 자체로 많은 체력을 소모해요. 100%, 아니 200%의 체력을 소모해도 행복한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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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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