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he 인디’s] 신인뮤지션 지원프로그램, 어디까지 왔나?

[Ki-Z the 인디’s] 신인뮤지션 지원프로그램, 어디까지 왔나?

기사승인 2011-10-22 13:02:01

[쿠키 문화] 신인뮤지션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1977년부터 시작된 대학가요제를 비롯해 강변가요제, 젊은이의 가요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숨은 고수 등 많은 뮤지션들이 이들을 통해 배출됐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진행되던 신인 발굴 프로그램들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현재 새롭게 신인뮤지션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음악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의 발굴 지원 프로그램에 대신한 것은 인디신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과 TV에서 진행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다. 가장 먼저 대중에 선보인 프로그램은 EBS Space 공감의 ‘헬로루키’다. 이어 ‘이달의 우수신인음반 선정 사업’과 ‘상상마당의 밴드 인큐베이팅 사업’, CJ문화재단의 ‘튠업’ 등이 생겨났다. TV에서는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과 연예인에 대한 높은 열망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헬로루키’는 지난 2007년 당시 전무했던 인디 뮤지션 대상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희소성을 바탕으로 다수의 뮤지션을 발굴했다. 창작곡을 가진 인디 뮤지션을 대상으로 매달 심사와 공개오디션을 통해 선정된 두 팀을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서 ‘이 달의 헬로루키’로 소개하고 있으며, 연말 결선무대를 통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 대형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 기회를 주고 있다. 그동안 ‘국카스텐’과 ‘장기하와 얼굴들’, ‘한음파’, ‘오지은’, ‘칵스’ 등 현재 인디신을 대표하는 얼굴들이 발굴됐으나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밴드 인큐베이팅’은 복합문화공간을 운영 중인 KT&G상상마당이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독특한 창작 지원 프로그램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밴드 인큐베이팅’은 신인 밴드 발굴뿐만 아니라 상금, 연습실 제공, 음반 제작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그동안 ‘신가람밴드’를 비롯해 20개 팀이 선발되었으나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팀이 없다.

‘튠업’은 CJ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시작됐다. 온·오프라인 심사를 거쳐 선정된 팀에게 선배 뮤지션과 공동작업 및 공연 지원, 음반제작 및 홍보마케팅까지 지원하고 있다. 현재 6기까지 선발했으며 다양한 장르의 팀을 아우르는 특징이 있다.

이 밖에 TV프로그램으로는 KBS에서 진행되어 ‘톡식’의 우승으로 마친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와 현재 시즌3를 진행하고 있는 Mnet의 ‘슈퍼스타 K’, MBC의 ‘위대한 탄생’ 등이 있다.

앞에 열거한 것과 같이 ‘밴드 인큐베이팅’과 ‘튠업’을 제외하면 모두 TV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신인뮤지션을 소개하고 발굴하는 역할로 권위와 지명도를 얻은 ‘헬로루키’도 결국 EBS라는 방송 매체가 큰 힘이 됐고, ‘슈퍼스타 K’와 ‘위대한 탄생’ 역시 서바이벌 방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어떠한 마케팅보다 높은 홍보효과로 TV의 영향력을 재확인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신인뮤지션들이 TV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며 발굴될 가능성은 여전히 적다.

이에 지난 17일 서울 신정동 CJ아지트에서는 음악평론가, 제작자, 공연기획자, 뮤지션 등 다양한 음악인들이 ‘신인뮤지션 지원프로그램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튠업’이나 ‘밴드 인큐베이팅’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 인디신에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내장한 루키의 수가 많지 않다는 데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TV에 비해 사회적 영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라며 문제를 지적했다.

그나마 신인 뮤지션들의 음악적 기량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현재 대중음악 시장에서 뮤지션으로 존재하기 위해선 음악적인 역량만이 아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신인 뮤지션들이 시장에서 충분히 생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마케팅과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지원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외에 토론자들은 TV, 인터넷 등 매체와의 접점 마련, 해외 페스티벌 참여 등 지원 프로그램 다양화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안정일 루바토 대표는 “경력 있는 뮤지션은 기존의 활동 결과를 통한 시장에서의 지분 혹은 경쟁력을 수반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나,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신인 뮤지션은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관객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그 기회의 영향력도 매우 제한적이다. 한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이 홍대의 라이브 클럽신이 가장 보편적인데, 이곳의 진입도 만만치 않다. 이름이라도 알리려면 많은 시작과 노력을 수반하게 되며,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의 제약으로 제한적인 활동만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며 신인 뮤지션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이어 “첫발을 내딛는 뮤지션에게 다양한 신인 지원 프로그램의 등장은 단비 같은 존재다”라며 최근 생겨난 다양한 신인 지원 프로그램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토론자들은 지속적 홍보나 마케팅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또한, 좀 더 넓은 관객과 리스너를 만나기 위한 산업적 제휴와 향후 프로그램 개발을 희망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와 ‘헬로루키’ 출신 뮤지션 오지은은 “신인 뮤지션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프로그램의 권위가 높아져야 한다. 신인 뮤지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제작 노하우 공유다”며 실질적인 지원책을 제시했다. 또 “중간급 뮤지션들의 활동이 왕성해야 한다. 연극, 영상, 영화 등 다른 예술계 콜라보레이션 지원을 문화재단에서 하면 어떨까”라며 신인 뿐 아니라 중간급 뮤지션에 대한 지원 의견도 내놨다.

상상마당 공연기획팀 김진희 팀장은 “밴드 인큐베이팅은 뮤지션과 담당자의 스킨십이 많은 독특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음반 제작까지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소속사 개념과 지원 프로그램 운영 주체의 경계에서 적적한 위치 찾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대사성 없는 지원 프로그램을 표방했지만, 이제는 결과를 내야 할 때라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프로그램 운영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임을 절감하고 있다. 롤 모델이 없는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밴드 인큐베이팅’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간 가운데 참석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음악의 발전과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자는 데 입을 모았다. 새로운 신인 지원 프로그램을 구상하거나 계획하는 단체가 있다면 현재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면밀히 연구해 유사한 프로그램보다는 다른 성격의 다양성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박효상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