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슈] 리얼 버라이어티의 종결판?…독하고 살벌해진 예능 프로

[Ki-Z 이슈] 리얼 버라이어티의 종결판?…독하고 살벌해진 예능 프로

기사승인 2011-10-29 18:25:00

[쿠키 연예] 이것은 아침밥을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방에서 편히 잠을 자느냐 못 자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그야말로 목숨의 위협까지 무릅쓴 생존이 걸린 상황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갈수록 강해지고 독해지고 있다. SBS ‘정글의 법칙’과 MBC에브리원 ‘데스캠프 24’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존의 리얼 버라이어티와의 비교를 거부한다. ‘1박2일’이나 ‘런닝맨’ 등이 돌발 상황이 가져오는 재미와 극적인 장치가 주를 이뤘다면 두 프로그램은 더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방송을 위한 기본적인 설정은 다소 있지만 기존보다 더 강하고 살벌한 것은 분명하다.

SBS ‘정글의 법칙’은 제목 그대로 정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개그맨 김병만과 류담,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 그리고 배우 리키김까지 네 명의 출연진은 무려 26시간의 비행 여정을 마치고 아프리카 남부 나미비아에 도착한다. 그들에겐 물도 밥도 집도 일절 주어지지 않는다. 맨몸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열대의 태양 아래서 오로지 자신들의 힘만으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 네 명의 출연진들의 리얼한 본 모습이 그려진다. 물도 식량도 침낭도 없이 말 그대로 정글에서 살아남는 것이 이들의 과제다.

오지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먹거리와 주거를 손수 해결한다. 시간이 지나고 무인도 생활이 익숙해져 갈 때쯤, 스스로 생존방법을 터득하고 자급자족을 통해 음식을 얻기 시작한다. 배가 고프면 미리 챙겨간 모기장을 이용해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아 움직이는 무언가에도 눈을 번뜩이며 먹을 수 있는지 토론을 벌인다.

‘메이크업이 인생의 절반’이라고 밝힌 광희는 아프리카로 출국 전 메이크업 제품만 가방 속에 한가득 담아 왔지만 씻을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척박한 무인도에서 어떤 방법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괴롭기만 하다. 결국 자신이 신던 양말을 나무에 걸고 마이크 삼아 노래를 열창하며 마음을 달랜다.

촬영 전 “어린 시절 ‘톰소여의 모험’을 읽으며 미지에 대한 동경과 정글탐험을 늘 꿈꿨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김병만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특유의 끈기와 아이디어로 건축공학도다운 실력을 뽐내 3개의 휴식처를 짓고 물고기 30마리를 잡아 배를 채운다.

극한상황에서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해 뭉칠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에 이르게 되고 이 과정에서 본성이 표출된다. 멤버들의 심리변화, 갈등과 화해가 과학실험처럼 한 단계 한 단계 드러난다. 실제로 집짓기에서 김병만과 리키킴은 의견 차이를 보이며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고, 광희는 “뭔지 모르지만 자꾸 눈물이 난다”며 줄줄 눈물 흘리며 힘겨워한다.

18일 첫 방송된 MBC에브리원 ‘데스캠프 24시’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미션 수행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것은 방송을 위한 설정이 아니다. 손으로 흙을 파서 먹을 것을 구하고, 아침 식사로는 골뱅이와 양파 하나가 전부다. 25cm의 갯지렁이를 찾기 위해 바글거리는 지렁이 속을 헤집는 것은 기본이다.

‘데스캠프 24시’는 7명의 출연진들이 야생에서 벌이는 심리전과 처절한 몸부림이 펼쳐지는 프로그램이다. 지석진과 토니안, 황현희, 양세형, 이켠, 정주리, 한영 등의 스타들이 생존 체험 도전의 장소에서 24시간 동안 대결을 벌인다.

쉴 새 없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24시간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돈’이다. 7명의 출연진의 출연료 10%를 모은 예능 지원금이 최후의 승자에게 지급된다. 매회 새로운 장소에서 24시간 동안 7명의 출연자들에게 미션과 지령 등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협동과 배신, 일탈의 과정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패자 캠프에서 처절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토니안은 “너무 힘들어서 집에 가고 싶었다”며 “나름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한계를 느꼈다”고 고충을 털어놨고 지석진은 “25cm 갯지렁이가 몇백 마리 있어서 처음에는 다들 만지지도 못했는데 나중에는 나물 무치듯이 주물럭거렸다”며 혀를 내둘렀다.

더 잔혹하고 살벌해졌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겁다. ‘정글의 법칙’은 첫 방송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한 시청자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획일적인 억지 감동 때문에 예능을 즐겨보지 않았는데, ‘정글의 법칙’은 정말 참신하다”며 “오지에서 생활하며 극한의 상황에서 변화하는 출연진들의 심리 변화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헤쳐나가는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꼭 한번 일상에서 벗어나 원초적으로 살아가 보며 스스로의 의지를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그들의 생존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나중에 일반인 출연자도 참여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극한의 설정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갈수록 예능 프로그램이 자극적이고 과감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시청자는 “프로그램 기획 자체가 다소 잔혹하고 도를 넘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적인 모습이라지만 서로 싸우고 다투는 모습에 공감하기보다는 각박한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 자극적인 이야기만이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공식은 아직 팽배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더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평범하지 않은 극적인 상황 설정이 동반돼야 한다”며 “앞으로 경쟁적으로 이러한 극한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