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블루칩] 윤아정 “악녀 전문이요? 실제로는 허당인걸요”

[Ki-Z 블루칩] 윤아정 “악녀 전문이요? 실제로는 허당인걸요”

기사승인 2011-11-14 11:16:01

[쿠키 연예]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니 그 배우 맞나 싶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윤아정(28)은 드라마를 통해 보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강하게 빛나는 눈빛과 자신감은 그대로이지만 발랄하고 톡톡 튀는 매력은 작품 속에서 만나지 못했던 모습이다.

윤아정은 유독 악역과 인연이 깊다. 세련되고 도회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다소 차가운 이미지 때문이다. 최근 종영한 KBS 일일극 ‘우리집 여자들’에서는 부잣집 딸에 남부럽지 않은 실력을 지닌 최연소 팀장이었지만 한 여자로 인해 악녀 본능을 드러냈다. 지난해 KBS ‘다 줄거야’와 지난 2009년 드라마 ‘유리의 성’에 이은 세 번째 악역이다.

“‘우리집 여자들’의 홍주미는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 처음 대본 4회를 읽었는데 한 남자를 25년 간 사랑한 멋진 커리어우먼죠. 집안 배경이 좋아 낙하산으로 회사를 들어간 것도 아니었고, 스스로 능력이 뛰어나 최연소 팀장도 맡을 만큼 프로페셜널했죠. 다만, 한 여자로 인해 인생이 꼬이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됐어요. 밝고 당당했던 주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꼈죠.”

일일극은 출연은 물론 이렇게 비중이 컸던 작품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너무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하게 돼 기뻤다”며 “그동안 이렇다 할 출연작을 꼽기 힘들었는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하게 된 드라마인 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 이제 막 올라가는 계단을 밟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착한 은님(정은채)를 난처하게 만드는 극중 상황 때문에 미움을 받진 않을까 걱정도 됐다.

“은님이가 식당에 가면 종업원이 반찬을 더 주고 응원을 해준다는데, 저는 왠지 따가운 시선을 느껴 조금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래도 일일드라마의 힘인가 봐요. ‘홍팀장이다’라며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착한 역은 아니었지만, 드라마 회식 때 어떤 할아버지가 지나가시면서 ‘홍팀장 어딨느냐’고 찾으시더니 저를 보고 연기 제일 잘했다고 칭찬해주신 적이 있어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있는 자리였는데, 얼마나 감사하고 기뻤는지 몰라요.”

‘차도녀’(차가운 도시여자)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지녔지만 실제 성격은 정반대란다. 털털하고 솔직한 것이 스스로 꼽은 매력포인트. 그는 “차갑고 말도 별로 없을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장난 많이 치고 덤벙대는 빈틈 많은 여자”라며 “차가운 도시여자가 아닌 따뜻한 도시여자”라고 주장한다. 주미가 아닌 은님 역을 맡았으면 어땠을 것 같냐는 말에 “섹시 발랄한 은님이가 됐을 것”이라며 웃는다.

“주미의 단면만 보지 않았으면 했어요. 처음에는 당당하고 밝은 캐릭터였는데, 누구라도 느닷없이 약혼자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들으면 제 정신이 아닐 거예요. 25년 좋아하던 남자였는데 하루아침에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어요. 대본을 읽는데도 갑자기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엄마가 전화해서 ‘더 나빠 보여도 된다’고 힘내라고 응원해주셔서 용기를 냈어요.”

고향이 광주인 그는 고등학교 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며 연기자의 길을 택했다. 국민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지만 배우의 길은 쉽지 만은 않았다. 생계를 위해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화려한 비상을 꿈꾸기도 했다.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아픈 고양이를 키우던 때는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쏟아질 만큼 힘든 시기였다.

“키우던 고양이가 아팠는데 돈이 없는 거예요. 치료를 해야 하는데…. 하루에 10시간 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한 늦은 저녁 고양이를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는 생활이 3개월 간 이어졌어요. 모든 돈이 고양이 병원비로 나갔었죠. 결국 완치를 시켰어요. 몸이 원래 약한 아이라, 지금은 대구의 지인에게 보냈어요. 같이 있으면 눈에 밟혀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요.”

고양이 이야기를 하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지금은 몸이 건강한 다른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마지막 계획을 물었더니 “또 다시 악역을 맡게 되도 좋다. 다만 남자와 꼭 사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드라마를 보면 보통 착한 사람이 주인공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주인공이 아니라, 늘 주인공 옆에 있는 배역을 연기해왔어요. 다음 작품에서 당당히 주연으로 출연하면 저도 누군가에게 괴롭힘 당하겠죠? 드라마든 영화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꼭 극중에서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웃음) 짝사랑은 이제 그만 할래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