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억지 설정 뺀 지상파 드라마…화두는 ‘탈(脫) 막장’

자극·억지 설정 뺀 지상파 드라마…화두는 ‘탈(脫) 막장’

기사승인 2011-11-15 09:57:01

[쿠키 연예]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서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자극적인 요소를 뺀 담백한 드라마입니다”

최근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자주 듣는 얘기다. 방송 3사가 이른바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품 마다 막장 드라마가 아닌 따뜻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그린다고 강조하며 ‘탈(脫) 막장 드라마’를 표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간 막장 드라마는 무분별한 복수와 개연성 없는 설정,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상황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자극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로 눈길을 끌며 ‘욕하면서 본다’는 시청자 층이 확보되자,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오는 21일 첫 방송되는 MBC 새 일일드라마 ‘오늘만 같아라’의 연출을 맡은 김대진 PD는 14일 제작발표회에서 “건전하고 따뜻하지만 뻔한 드라마는 아니다”라며 “사회성이나 심각한 이야기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고자 한다. ‘막장 드라마’가 빠르고 강하게 다가갈 수는 있지만, 그래도 세상은 따뜻하다는 메시지로 시청자에게 천천히 다가가면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굴의 며느리’ 후속으로 방영되는 ‘오늘만 같아라’는 세 명의 중년 남자 동창들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사랑과 화해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김갑수와 박시은은 작품을 택한 이유로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14일 첫 방송된 SBS 새 일일드라마 ‘내 딸 꽃님이’ 또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지향하고 있다. ‘내 딸 꽃님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모녀의 가슴 뭉클한 가족애와 기구한 운명을 그린 내용으로, 조민수와 진세연, 최진혁, 박상원, 이지훈, 백종민 등이 출연한다.


연출을 맡은 박영수 PD는 9일 열린 ‘내 딸 꽃님이’ 제작발표회에서 “7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세 가족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지만 각자 사랑을 회복하고 이뤄가는 따뜻한 이야기”라며 “그 속에서 감동과 눈물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극중 구재호 역을 맡은 박상원은 “많은 드라마들이 자극적이고 센 이야기를 통해 화제를 몰고, 그 화제가 시청률을 동반하는 구조였는데 우리는 시청률에서 과감히 빠져나와 이웃들의 잔잔한 이야기를 전한다. 일일드라마인 만큼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지향하고 있다”며 “제작진과 함께 ‘커다란 시청률을 기대하지 말자, 좋은 드라마를 만들자’라고 다짐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7일 첫 방송된 KBS의 TV소설 ‘복희누나’ 또한 기존 드라마의 자극적인 설정을 배제하고, 서정적인 영상미와 인간의 내면을 통해 삶을 이야기 하는 따뜻한 드라마를 표방한다. ‘복희누나’는 ‘옛날의 금잔디’ ‘은실이’ 등을 집필한 이금림 작가의 신작으로 6,70년대 어려운 현실을 슬기롭게 헤쳐 온 한 여자의 일생을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삶의 진정성을 따뜻하게 그려내는 드라마다.

문영진 PD는 1일 제작발표회에서 “복희라는 소녀를 통해 인간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들려주는 드라마”라며 “인간의 눈물과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드라마인데, 막장 드라마를 탈피해 흥미롭게 묘사할 수 있을 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전용길 콘텐츠본부장은 “‘TV소설’은 깊은 산속의 옹달샘 혹은 산소 같은 드라마”라며 “상업적인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따뜻한 삶의 애환과 정직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TV소설’은 아날로그적인 휴머니티가 넘치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자극적인 소재를 벗어나는 경향은 비교적 이른 시간 대에 방영되는 일일드라마에서 더욱 짙은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전반적인 드라마의 분위기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케이블방송과의 차별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KBS의 모 PD는 “케이블 방송의 자체 제작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고, 곧 종편이 개국되면 앞으로 수많은 콘텐츠가 범람하게 될 것”이라며 “실험적이고 화제가 될 만한 자극적인 요소를 갖춘 콘텐츠가 많은 케이블이나 종편과 나란히 경쟁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방송 3사는 이러한 분위기와 반대로 앞으로 더욱 공익을 우선시하며 안정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선정적인 소재와 자극적 언어로 시청률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탈 막장 드라마’를 표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정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시선이지만, 흔히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이나 시한부 환자라는 설정 등에서 벗어나지 못해 소재적인 참신함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사나 상황 설정, 표현의 자극성은 벗어난다 하더라도 결국 피상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종영한 SBS ‘보스를 지켜라’는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사회의 갖가지 풍자와 패러디를 담아 가볍지만은 않은 코믹함을 선사했다. 막장 없이도 드라마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착한 드라마의 성공 표본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따뜻한 이야기, 착한 드라마도 좋지만 재미있고 신선한 소재에 대한 시청자의 목마름은 여전할 것으로 보여 ‘탈 막장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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