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he 인디′s] 주윤하, 감성의 소통과 공유를 노래하다

[Ki-Z the 인디′s] 주윤하, 감성의 소통과 공유를 노래하다

기사승인 2012-02-18 22:49:00

[쿠키 문화] 모던 록 밴드 보드카레인이 활동 중단을 선언한지 약 9개월, 베이시스트이자 리더인 주윤하가 솔로 앨범 ‘온 디 웨이 홈’(On the way home)을 발매했다. 타이틀 곡 ‘당신의 평화는 연약하다’를 포함해 10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주윤하 만의 감성이 담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했다.

보드카레인으로 6년 동안 쉴 새 없이 달려 온 주윤하, 밴드의 보컬도 아닌 베이시스트가 익숙한 베이스를 놓고 마이크를 잡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예전부터 솔로 앨범을 기획했어요.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엄두를 못 냈을 뿐이죠. 북해도 여행 후 앨범 작업을 시작했고, 반년 넘게 솔로 앨범 준비에 매진했어요. 사실 멤버들 모두 솔로 앨범에 대한 생각은 있었어요.”

솔로 앨범을 꿈꾸기는 했지만, 항상 함께 해오던 멤버들과 떨어져 느끼는 공허함과 쓸쓸함의 무게는 생각보다 컸다.

“굿바이 콘서트가 끝난 후 생각보다 더 힘들었어요. 6년 동안 정신없이 활동하다 할 일이 없어지니 마치 머릿속이 진공 상태 같았죠. 지난해 여름 장마 때, 비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는데, 기분 전환 겸 떠난 북해도 여행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첫 솔로 앨범을 구상했어요.”

주윤하는 이번 앨범에서 어린 시절에 음악을 들으며 젖어들던 감성을 노래한다. 1번 트랙 ‘돈 노우 유어 랭귀지’(Don′t know your language)부터 10번 트랙 ‘집으로 of 휘파람’까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독백하듯 자신의 마음을 내뱉는다. 슬픔 감정을 참고 억누르다가 결국 터트리고 수습하며 스스로 자신의 안식처를 찾는다.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박한 이야기다. ‘온 디 웨이 홈’은 보드카레인 3집의 감성을 이어간다. 오히려 더 우울하고 쓸쓸해졌다.

“첫 솔로 앨범이지만 보드카레인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 앨범이에요. 보드카레인 1․2집에서는 댄서블하면서도 음악적인 시도를 많이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고 들려주고 싶던 감성을 전하면서 공감하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의 기억의 흔적에는 쓸쓸함이 많이 묻어 있잖아요. 혼자 작업해 보니 내가 잊고 살았던 아픔과 상처가 많이 떠올랐어요. 그런 감성을 이번 앨범에 많이 담고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정말로 솔로 작업은 많이 쓸쓸해요.(웃음)”



주윤하는 이번 앨범을 통해 감정의 공유와 소통, 공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뮤지션과 리스너가 아닌,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 대 사람으로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주인공보다 조연이나 엑스트라를 유심히 봐요. 1등도 멋지지만 그 주변인에게도 눈이 가고 마음이 가죠. 저도 그런 사람이에요. 꿈이 있고 오르고 싶은 자리는 있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지요. 대부분 사람이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꿈은 있지만 이루지 못하는… 사랑도 이루지 못한 사랑이 더 많아요. 그런 사람들의 얘기가 바로 제 얘기입니다. 제 노래를 듣고 많은 분들이 ‘나랑 똑같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노래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거기에서 얻는 공감을 앨범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거든요. 쓸쓸하지만 따뜻함이 있는….”

주윤하의 솔로 앨범은 발매되기 전부터 유명 뮤지션들의 참여로 주목을 받았다. 정원영과 손성제, 아스트로 비츠, 이상순, 토마스쿡, 조재범, 나희경, 시메트리의 태윤까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많다.

“음악적인 욕심이 있었어요. 평소 좋아했던 뮤지션과의 작업을 꿈꿨고 모두에게 조심스럽게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응원하며 도와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내 인생의 선물이 바로 그분들이라는 것을 음악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돼 행복했습니다. 특히 정원영 선배가 기억에 남아요. 음악에 관심이 갖던 시절 같은 동네에 살아서 자주 인사드렸거든요. 존경하는 뮤지션과 함께 작업을 하다니 정말 꿈만 같았어요.”

이번 앨범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노래가 있다. 6번 트랙 타이틀 곡 ‘당신의 평화는 연약하다’라는 곡이다. 예사롭지 않은 제목과 쓸쓸함이 묻어나는 곡의 느낌이 다른 곡들을 압도한다.

“‘당신의 평화는 연약하다’는 예전부터 생각했던 문장이에요. 하지만 느낀 감정을 가사로 표현하기가 너무나 힘들었어요. 곡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가사를 정했어요. 내 이야기를 가사로 옮긴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음원 발매를 음반보다 늦게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타이틀 곡으로 알고 있더라고요.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이 있던 곡이었습니다.”

사실 보드카레인 활동이 끝나고 주윤하의 고민은 깊어갔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음악을 계속해도 되는지… 앨범 작업을 하며 그 답을 찾아가던 그에게 이번 앨범이 주는 의미는 그래서 더 남다르다.

“보드카레인 활동을 중단하고 음악을 계속할까? 하는 물음이 생기더라고요. 이번 앨범이 어떤 해답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힘으로 앨범 하나를 만들어 낼 힘은 남아있구나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내가 음악을 계속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이 앨범이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 드네요.”



2월 18일 서울 홍대 앞 벨로주에서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주윤하는 지금까지 무대와 달리 신선한 무대를 예고했다. 수년간 무대에서 함께해 온 베이스기타 없이 피아노와 기타를 치며 공연할 예정이다.

“긴장되고 떨려요.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을 했던 보드카레인 스타일이 아닙니다. 재즈를 들을 수도 있을 거예요. 건반을 담당한 이요한(델리스파이스 건반)과 절친한 스트링 후배들과 열심히 준비했어요. 귀한 시간 내서 찾아준 관객들에게 모든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단독 공연 후 ‘카페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음악도 중요하지만 관객과 많은 얘기를 나누는 게 목표다. 특별한 악기 편성과 색다른 형식을 연구 중이다.

“여건이 허락된다며 여름쯤에 이번 앨범에 담지 못했던 곡과 새롭게 만든 곡으로 앨범을 내고 싶어요.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왜 정규 앨범은 내냐?’는 말이었어요. 데뷔 앨범이라면 가볍게 접근 했을 텐데, EP나 싱글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무게감 있는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이 저에게도 저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예의라 생각했습니다. 요즘 시디를 사는 사람이 없죠. 그래서 아티스트가 더 잘 만들어야 합니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원 대신 시디를 구매하는 사람에게 값어치 있는 앨범이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사람들도 아티스트의 노력을 느끼면서 앨범이 가진 진심을 알아줄 거라 생각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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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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