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를 옹호하는 글을 남겼다 경찰이 된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는 A 여경(27)이 경찰에 지원하면서 ‘성폭행 피해자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식의 글을 남겼다는 주장과 관련,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 여경은 2010년 경찰에 합격하면서 ‘성폭행을 당하게끔 하고 다니지는 않았는지’라는 식의 글을 남기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그동안 A 여경이 성폭행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글을 남겼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실제 한 인터넷 매체는 지난 10일 A 여경이 자신이 다니던 경찰학원에 남긴 합격 수기에서 “겸손하고 부지런하며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범죄에도 범죄자의 입장까지 생각하여 성폭행을 당하게끔 하고 다니지는 않았는지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모두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절 뽑아 주십시오. 이종격투기도 좀 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이를 사실로 믿은 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이 글이 (A 여경의) 경찰 지원글이라는데 이를 보고도 경찰로 임용했다니 어이없다”거나 “세상에 어떤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게끔 하고 다니냐”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성폭행 가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지…”라고 비난했다.
화가 난 다른 네티즌들은 급기야 성폭행의 책임은 여성이나 피해자에게 있지 않고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있다는 내용을 적은 피켓을 들고 거리 시위를 하는 외국인들의 사진을 퍼올렸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 A 여경이 경찰학원에 남긴 글에는 “늘 겸손하시구요, 부지런하시고 스스로를 먼저 알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 뒤에 할 수 있단 생각으로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세요. 좋은 결과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라고만 돼있다.
2004년 12월 불거진 밀양 성폭행 사건은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 자매를 11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으로 당시 온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A 여경은 가해학생 미니홈피에 “잘 해결됐나? 듣기로는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나왔다더만. X도 못생겼더니만 그 X들 ㅋㅋㅋㅋ 고생했다 아무튼” 등의 글을 올려 비난을 샀다. A 여경이 경찰이 된 사실은 A 여경을 알고 있던 한 네티즌이 경찰 합격 수기에 있는 A 여경의 사진이 과거 문제의 여고생과 같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A 여경은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9일과 10일 경남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철모르고 올린 글이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A 여경이 근무하는 경찰서 경무과장은 9일 “A 여경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면서 “A 여경이 깊이 반성하고 네티즌들의 비난에 힘들어하고 있다. 향후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A 여경이 자신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언론에 알린 사람을 고소했다거나, 대기 발령 상태에서도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는 식의 루머가 나돌고 있는데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일부 네티즌들이 근거 없는 루머를 끊임 없이 퍼나르고 있는데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