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대통령이 ‘낙제점’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취임 직후 52%로 시작한 지지율은 1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머리 숙이며 사과했지만, 민심 반전의 모멘텀을 잡는데 역부족이었다.
11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4일부터 8일까지 18세 이상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1월 1주 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0.1%p 낮아진 22.3%였다. 부정 평가는 75.1%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7일 대국민담화에서 ‘90도’ 사과와 함께 김건희 여사, 인적·국정쇄신, 명태균씨와의 통화 녹취 등을 해명했지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국정 동력의 마지노선인 ‘20% 방어선’은 일찌감치 뚫린 상태다. 지난 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17%까지 떨어졌다. 집권 3년차 지지율 10%대 기록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되기 직전인 2016년 10월 말 지지율과 동률이기도 하다.
이는 ‘전통 보수’ 유권자마저 이탈했다는 것을 뜻한다. 조사 기간 막바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지난 7일)이 포함된 가운데, 여권 집토끼로 불리는 70대 이상·보수층의 민심이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8.56%)을 고려하면, 그를 택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등을 돌린 셈이다.
야권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고를 앞두고 대정부·여당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오는 16일 정권심판을 외치는 연합 집회를 연다. 지난 9일에는 민주당, 양대노총(한국노총, 민주노총), 촛불행동이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심판 대회를 열었다.
여권에서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법’을 두 차례 거부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도 소극적이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전담의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김 여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크다.
윤 대통령이 발표할 인사 및 국정 쇄신 방향에 따라 여론 향방도 갈릴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중 지지율 10%대를 경험했다. 이중 노 전 대통령은 정책적 성과와 대국민 사과 등을 통해 극적으로 지지율 회복한 사례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4년차인 2006년 3분기엔 16%, 4분기엔 12%까지 추락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월 대국민 특별담화를 열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이는 지지율 상승의 모멘텀이 됐고, 같은 해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면서 지지율 20%대를 회복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며 “비서실 인사 혁신 단행 등 구체적이고 속도감 있는 국정 쇄신책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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