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할리우드 워쇼스키 형제가 말하는 ‘코리아’ 배두나의 매력

[쿠키人터뷰] 할리우드 워쇼스키 형제가 말하는 ‘코리아’ 배두나의 매력

기사승인 2012-05-14 13:41:01

영화 ‘코리아’에서 북한선수 ‘리분희’ 맡아 탄탄한 기본기 과시
할리우드에서 톰 행크스·휴그랜트와 ‘1인 다역’ 주연

[쿠키 영화] 1991년 결성된 남북 사상 최초 탁구단일팀의 금메달 신화와 그 뒤에 숨은 인간적 이야기들을 그린 영화 ‘코리아’가 지난 주말 40만 가까운 관객의 사랑 속에 누적 관객 122만을 돌파했다. 박스오피스 2위를 좋은 성적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가 가진 웃음과 감동의 에너지를 생각하면 아쉽다. 특히나 선과 악의 단순 대결 구도로 142분의 긴 러닝 타임을 끌고 가느라 파워풀 액션과 무제한 물량공세 속에서도 상영 중간 다소 관객을 졸리게 하는 ‘어벤져스’의 주말 관객 동원이 100만에 육박한 것에 비춰 보면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실화가 주는 감동, 박철민 오정세라는 입담 걸출한 배우들이 선사하는 찰진 웃음, 젊은 배우 한예리 이종석 최윤영이 선보이는 신선하고도 탄탄한 연기, 스크린 위에 뽐내지 않은 모든 출연진의 막대한 땀과 연습량은 ‘코리아’의 미덕이다. 배우 하지원을 빛내기보다는 영화의 스토리를 끌고 간 현정화 선수 역의 하지원과 더불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 배우 배두나의 연기는 표 값을 내고 볼 만하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호평할 만큼 북한 선수 리분희를 맡아 인상적 연기를 펼쳤다.

배두나의 리분희가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때로는 카리스마 있고 때로는 인간미 있는 입체적 캐릭터를 완성했기 때문이지만, 열정과 눈물의 바다에서 냉정과 균형의 미를 보여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봐 온 그의 연기와 궤를 달리해서다. 그 동안은 배두나의 개성을 입혀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배우나를 지우고 리분희에 임했다. 작품의 특성부터도 다르다. 독특한 발상의 영화에 즐겨 출연해 왔던 그가 어찌 보면 너무나 전형적인 ‘배두나스럽지 않은’ 승리의 휴먼드라마를 선택했다. 지난 4월말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배두나가 내놓은 답은 이렇다.

“그렇죠? 저는 좀 아이디어나 발상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코리아’를 택한 건 하나의 모험이고 도전이었어요. 그래도 해 봐야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전형적 스토리이기는 하지만 실화잖아요, 그 힘을 믿었어요. 많은 분들이 사극을 좋아하시는 이유와 같은데, 지나간 얘기이고 결과를 알면서도 단편적 몇 줄의 역사와 보도로는 다 알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재미를 돋우더라고요. 또 시나리오를 봤는데, 아니 이 흥미로운 캐릭터의 주인이 왜 비어 있을까 의심될 정도로 리분희 캐릭터가 너무 매력 있었어요. 캐릭터가 좋기만 하다고 배우가 덤벼선 안 되죠, 다행히 제가 할 수 있겠다, 해 볼만하다고 생각할 여지가 리분희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문현성 감독님게도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누가 해도 잘할 캐릭터지만, 제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제게 주시라고요(웃음).”

새로운 시도와 용기로 만난 리분희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연기 이전에 사전분비가 여러 가지로 필요했을 터. 하지만 배두나는 하루 몇 시간 연습했다든가 얼마나 고된 훈련이었다든가, 북한말을 배우기 위해 몇 달을 공부했다는 식의 자랑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배우 배두나의 기본기가 탄탄했음을, 배두나의 향기를 묻혀 내지 않고도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하게 한 영화였다’는 평가에 눈물이 비칠 만큼 전율했다.

“정말이세요? 와아, 그런 얘기 듣고 싶어 도전해 본 거였는데 ‘코리아’를 선택한 보람이 있네요. (한 손으로 다른 팔을 문지르며) 저 완전 감동받아서 닭살 돋았어요.”

아이처럼 좋아하던 배두나는 다시 성숙미를 갖춘 배우의 모습으로 돌아와 말을 이어갔다. “저 대중예술인이잖아요. 진정 대중예술인이라면 언제까지나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캐릭터만 연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제가 필모그래피 관리에 목숨 거는 편인데(웃음), 제가 원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원해 주시는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런 고민 속에서 ‘코리아’를 만났고, 잘해 낸다면 제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좋게 봐 주셨다니 정말, 정말 감사하네요.”

혹자에게는 스스로를 마이너리그의 배우처럼 말하는 배두나의 발언이 영화 ‘괴물’로 13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배우답지 않게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배두나 자신으로서는 박찬욱이나 봉준호 등의 스타감독과의 작업, 고레에다 히로가츠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같은 일본 대감독의 러브콜, 심지어 워쇼스키 형제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의 출연마저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게 맞는 영화, 내가 할 수 있는 영화를 찾아 온 여정일 뿐이다. ‘괴물’의 한국영화 역대 최고 흥행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기보다는 영화 안에서 작은 역할을 해낸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이제 ‘코리아’를 출발점으로 대중 안에서 숨 쉬며 대중의 사랑 속에 흥행배우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제가 보기엔 기대 이상으로 영화가 잘 나온 것 같은데 관객들도 좋게 봐 주실지 모르겠어요. 너무 훌륭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고 또 정말 열심히들 했거든요. 일단 보시기만 하면 웃다가 울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실 것 같은데, 많이 봐 주시면 좋겠어요. 돌아보니 흥행이라는 게 배우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전적으로 관객 분들 뜻이죠.”

일단은 새로운 출발이 순조로워 보인다. ‘코리아’로 호평을 독차지하고 있는데다 올해 개봉 예정인 미국과 독일의 합작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톰 행크스, 할리 베리, 휴 그랜트와 함께 주연한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진출 작으로 세계적 흥행이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배두나는 긍정적 전망은커녕 할리우드 진출 자체에 대해 ‘자랑’을 사양하고 있다.

“대대적 홍보요? 에이, 영화 보면 진짜로 할리우드 갔구나, 주연했구나 다 아실 텐데 뭘 미리 얘기해요, 쑥스럽게. (하나의 에피소드에 잠시 나오는 거 아닌가, 세계적 배우들과 공연하는 건 아니어서 말을 아끼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고 전하자) 어머,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분도 계신 거예요? 그건 아닌데…. 저도 믿기지 않지만, 그 유명배우들과 매일 함께 연기했어요. 제게 좋은 경험이 됐죠. 자세한 건 영화로 확인해 주세요(웃음).”

제한된 인터뷰 시간, 마지막 질문으로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공동 연출한 앤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감독으로부터 배우 배두나를 캐스팅한 이유를 들은 바 있는지를 택했다.

“이게 답이 될지 모르겠는데요. 워쇼스키 감독님들이랑 톰 감독님이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너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다른 어떤 아시아 배우들보다 더욱 더 아시아 사람처럼 생겼다. 그게 너만의 매력이다. 동시에 너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의 느낌도 일본인의 느낌도 난다. 너는 한국 아니라 싱가포르, 대만 어느 나라 사람을 맡겨도 연기할 수 있다. 그게 너의 배우로서의 장점이다. 지역 색은 강하면서도 국적은 알 수 없는 오묘함이 네게 있다…라고요. 답이 될까요?”

배우 배두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톰 행크스나 휴 그랜트와 마찬가지로 1인 다역을 맡아 서로가 주인공인 에피소드에 함께 출연했다. 논란을 부를 일 없는, 구색을 갖춘 할리우드 진출인 셈이다. 미국에 간 ‘손미-451’을 만나기 전에 ‘코리아’에서 활약 중인 ‘리분희’를 만나 보자.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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