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나 교수 “대종상, 매년 1~2월 개최 제안”…영기협, 한·미·일 세미나 개최

유지나 교수 “대종상, 매년 1~2월 개최 제안”…영기협, 한·미·일 세미나 개최

기사승인 2012-08-10 15:26:01

달시 파켓 교수 “美아카데미, 6000명 참여 AMPAS 통해 공정성 확보”
이즈미 지하루 교수 “日 영화상, 영화관계자 격려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쿠키 영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교수들이 자국의 영화상 운영에 대해 진단했다.

10일 오전 11시 한국영화기자협회(KOFRA·회장 김호일)가 충북 제천 레이크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영화상 운영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주최한 국제세미나를 통해서다.

먼저 한국 측 주제발표자로 나선 유지나 교수는 “1962년 시작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대종상을 ‘한국영화의 얼굴’ 복원시키는 개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유 교수는 “한국의 영화상은 영화인의 자부심을 고취하고,영화 예술과 산업의 저변을 확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영화의 질적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통로임에도 대부분의 영화상이 각종 미디어 주관으로 열려 그 지속성과 정체성에 혼란이 있어 왔다”고 평가하면서 대종상을 중심으로 한국 영화상의 숙제를 분석했다.

먼저 “국내 영화상 중 유일하게 국고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영화상이지만 심사의 공정성, 이권다툼 등의 문제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1962년 정부 주도로 출범한 대종상은 1992년 한국영화인협회로 넘어와 2007년 대종상영화축제, 2012년 대종상영화제로 주관단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논란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유 교수는 “개혁이라는 말이 무의미할 정도로” 대종상은 심사과정의 투명성, 심사기준의 공정성, 정체성, 주관단체 선정 등의 부분에서 다양한 문제를 노출해 왔다고 지적했다.

개최시기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한 해 동안 열리는 영화상 가운데 대종상을 포함해 무려 6개가 10월과 11월에 열린다. 상반기에는 고작 2~3개에 불과하다”면서 “한 해를 총 결산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 대종상의 경우, 개최시기를 흥행 성적이 마감된 후인 매년 1~2월로 옮겨 전년도 영화계를 전면 평가하고 격려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 교수는 비단 미국(2월)과 일본(3월)뿐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의 대표적 영화상들도 2월경에 개최해 지난 한 해를 평가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개최시기 조정과 더불어 유 교수가 내놓은 대종상 개선책은 미디어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현장 영화인 중심의 운영 체제 수립이다. 유 교수는 “정말이지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를 선정하고 심사하는 모습, 그러한 과정을 통해 영화상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미국 측 발표자는 산세바스찬영화제 컨설턴트이자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활동 중인 달시 파켓이다. 파켓 교수는 “한국영화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지식을 지니고 있지만 오늘은 미국인으로서 미국의 대표적 영화상인 아카데미상의 운영사례에 대해 소개하겠다”는 인사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파켓 교수는 “1929년 시작된 아카데미상은 긴 역사와 정통성으로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영화산업의 전문가 6000명으로 구성된 AMPAS(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영화제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이 상의 신뢰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영화산업계 종사자들이 한 마음으로 만드는 영화상이지만 흥행 등 산업적 측면만이 아니라 비평가들의 의견이 무시되지 않는 풍토가 조성돼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 “정부의 간섭을 일절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 시상식이 매년 100개 이상의 국가로 중계될 정도로 세계적 관심을 받는 것도 아카데미상이 지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파켓 교수는 아카데미상이 극복해야 할 숙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큰 관심을 받는 영화상이기 때문에 많은 비평가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AMPAS 회원의 연령층이 높은 편이고 대부분 백인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의 로비 공세에 노출돼 있다는 점 등은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는 일본 영화상의 운영과 전망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일본에는 키네마쥰보베스트10,블루리본상 등의 영화상도 있지만 1978년 시작된 일본아카데미상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아카데미상을 모델로 삼은 이 상은 협회 회원 전원의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을 통해 공정성을 기하고 있으며 기술 등 영화의 모든 부문에 걸쳐 시상하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화 관계자들의 축제 성격이자 정말로 관련 종사자들을 격려하는 자리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도 높이 살 만한다”고 자평했다.

이즈미 교수는 그러나 최근 방송사들이 영화제작에 뛰어들면서 일본아카데미상에 몇몇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사들이 수상작 선정에 영향을 미치고, 영화인들도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 영화계 일각에선 아카데미상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미디어들이 주최하면서 마찬가지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블루리본상이 아닌 키네마쥰보가 가장 중립적이며 공정한 상으로 인식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영화상 현황을 살펴보고, 대종상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해 봄으로써 한국 영화상의 미래를 전망한 이번 세미나는 영화제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후원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한국영화기자협회는 신문, 방송, 통신, 뉴미디어 분야 42개 언론사, 85명의 영화 담당 기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영화기자 전문모임이다.

제천(충북)=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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