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슈] 응답하지 않는 1997…‘추억돌’의 현주소

[Ki-Z 이슈] 응답하지 않는 1997…‘추억돌’의 현주소

기사승인 2012-11-17 13:44:00

[쿠키 연예] ‘추억은 미래보다 새롭다’라는 말이 있듯, 추억이란 그 자체로 가치가 빛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소중했던 추억은 그 빛을 잃기도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인기로 올 한해 90년대 복고 바람이 일었지만, 추억 밖에서 씁쓸함을 남기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90년대 한국 가요계의 판도를 바꾼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안타까운 사건사고 소식이 과거의 명성을 무색케 하고 있다. 해체 이후 대중들에게 잊혀져 가는 아이돌 출신 스타들이 각종 사건사고의 주인공으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H.O.T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젝스키스의 리드보컬 강성훈은 2009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지인 3명을 속여 약 10억 원 상당의 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도주 우려가 있어 서울 성동 구치소에 수감됐던 강성훈은 변제의지를 꾸준히 보여 5개월 만인 지난달 4일 보석 석방됐다.

법정 소송에 휘말린 이후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강성훈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기 명목이 아닌 투자자들과의 마찰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공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큰 자금을 조달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고, 지인에게 소개받은 사채업자에게 수 억원을 편취당하며 오히려 본인의 돈 20억 원이 손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강성훈은 “할 말은 많지만 재판 관계상 12월 12일 이후 차츰차츰 밝히도록 하겠다”라며 “새롭게 90년대 아이돌에서 성숙한 연예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으나 이렇게 불편모습을 보여드려 더할 나위 없이 죄송하다. 여러 말들보다 이젠 피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진실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그룹 NRG는 한때 이성진이 예능 프로그램을 주름 잡았지만 사기도박 혐의로 최근 자취를 감췄다. 이성진은 지난 2009년부터 마카오와 필리핀 마닐라 등 카지노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자인 오모 씨와 대부업자 문모씨 등으로부터 총 2억 4000여만원을 빌린 뒤 바카라 도박으로 탕진하고 갚지 못해 피소됐다.

지난해 강원도 정선에서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 씨에게 2000만원을 빌린 후 갚지 못한 혐의까지 추가돼 지루한 법정공방을 이어왔다. 항소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90년대 인기 혼성그룹이었던 룰라의 고영욱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나가는 ‘추억돌’이었지만 지난 3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연예 지망생에게 술을 먹인 후 간음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고영욱은 관련 혐의로 경찰에 조사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2명의 추가 피해자가 있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고영욱은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자숙 기간을 보내고 있다. 검찰은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기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 고영욱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찬란한 사랑’과 ‘이별공식’, ‘상심’, ‘고요 속의 외침’ 등 많은 히트곡으로 90년대 큰 인기를 누린 댄스그룹 알이에프(R.ef)는 8년 만에 야심찬 컴백을 알렸으나, 멤버 이성욱이 전 부인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무산됐다.

이성욱은 지난 10월 서울 강남의 한 예식장에서 외국계 항공사에 재직 중인 8세 연하의 김 모 씨와 비밀리에 재혼했으나,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 부인과 말다툼을 하다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지난해 서태지와아이들의 이주노와 터보의 김정남, 리아, 구피, 클레오 등 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이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컴백쇼 톱10’에 단체 항의를 하고 나선 일이 있었다. 이들은 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의 컴백이라는 기획 의도에 흔쾌히 출연을 결심하고, 긴 침묵을 깨고 무대에 오르는 만큼 야심차게 방송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기종영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산업 구조에 따라 아이돌 그룹이 음악성 보다는 상품성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러한 폐해를 더욱 양산하고 있다. 아이돌 출신들은 연기자를 꿈꾸는 배우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배우로, 혹은 화려한 솔로 가수로,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각각 다양한 위치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지만, 소속사의 시스템을 벗어난 홀로서기는 생각처럼 쉽지 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90년대 코드가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이러한 추억을 되살리는 콘텐츠는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추억의 가수들의 재기를 돕는 KBS 오디션 프로그램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이 방영 중이고, 김건모와 DJ DOC, 룰라, 쿨, 코요태, 구피 등 90년대 인기가수들이 함께 개최하는 콘서트도 열리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대부분은 아이돌 시절 때의 받은 큰 사랑과 인기를 잊지 못한다”며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부분 생계형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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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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