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송사고, 도대체 왜 그래요?

MBC 방송사고, 도대체 왜 그래요?

기사승인 2012-11-20 10:39:00

올해에만 10여건 넘어…하루 3번 사고도

[쿠키 문화] 한때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MBC가 연이은 방송사고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과거 이따금 일어났던 방송사고나 시청자가 매의 눈으로 발견했던 ‘옥의 티’는, 연말 특집에서나 볼 수 있던 웃고 넘어갈 에피소드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MBC의 방송사고 논란은 지상파 채널로서는 보기 힘든 전무후무한 사례다. 지난 8일 오후 ‘뉴스데스크’에서 배현진 앵커가 약 4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고를 일으켜 공개 사과를 했고, 17일 생방송된 ‘쇼! 음악중심’의 쥬얼리 무대에서는 2초간 검은 화면이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1일 ‘정오뉴스’에서는 19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돼 현재 항소 중인 새누리당 김근태 의원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사진을 잘못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같은 달 16일에는 중국이 대북식량지원사업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다고 보도하면서, 자막에는 ‘100달러’라고 내보냈다.

지난 11일에는 세 번 연달아 사고를 일으켰다. 오전 방송된 ‘서프라이즈’에서는 영화 ‘첨밀밀’의 OST를 부른 등려군을 소개하면서 동해 대신 일본해가 영문으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해 빈축을 샀다. 같은 날 ‘정오 뉴스’에서는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 이용 고객들이 할부로 구입한 노트북을 넘겨받아 싼값에 내다 파는 속칭 ‘와이브로깡’ 수법에 대한 소식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앵커의 설명과는 달리 ‘경기침체 여파로 유흥업소 감소’라는 자막과 이와 관련한 화면이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발생됐다.

같은 날 오후에도 방송사고는 또 일어났다. 이날 ‘뉴스데스크’에서는 양승은 앵커가 ‘시사만평’ 코너를 소개하면서 내용과 다른 문구를 읽는 방송사고를 일으켰다. 양 앵커는 “이번에는 대통령 선거를 석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유력한 후보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을 반장 선거에 빗대 비평합니다”라고 소개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대선을 “석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잘못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화면에는 반장 선거에 빗대 비평한다는 양 앵커의 말과 달리 알까기 대회에 비유됐다.

황당한 자막으로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일도 있었다. 지난 5일 ‘뉴스데스크’는 시민 인터뷰 자막에 이름 대신 ‘할머니’ ‘회사원’ ‘환자’ 등으로 표기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잇따른 MBC 방송사고의 원인이 장기 파업 여파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MBC 노조는 지난 1월 30일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를 주장하며 6개월간 장기 총파업에 돌입했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민주통합당) 의원은 “MBC 노조의 파업 기간 동안 발생한 방송사고가 4건이었고, 파업 이후 이 보다 2배 이상 많은 9건의 방송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총파업 기간 동안 방송사는 인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시용 직원을 대거 채용했다.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파업이 중단된 후 150명이 넘는 MBC 직원이 해고와 정직, 대기발령 등을 통해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물러나게 됐고, 그 대체 인력으로 시용 직원들이 현장에 투입되며 잇따른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잇따른 방송사고는 MBC의 신뢰도를 하향 곡선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실시하는 국정감사에서 신경민 의원(민주통합당)은 자체 조사한 ‘지상파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남녀 1천23명 중 약 50%가 MBC 보도가 편파적이라 응답했다. 또 44%는 MBC 보도의 공정성이 낮아졌다고 답했다.

이러한 신뢰도의 변화는 시청률에서도 감지된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병헌 의원(민주통합당)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MBC 시청률은 지난해 평균 11.1%에서 올해는 6.5%를 기록 중이다. 반 토막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방송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사측의 태도다. 보통 문제가 일어날 경우 징계나 문책이 있기 마련이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의 ‘다시보기’ 삭제 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MBC 한 관계자는 “징계나 문책은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 없다”고 했다.

김진욱 민주당 부대변인 “연이은 방송사고가 일어나는 MBC의 신뢰도 하락은 사필귀정”이라며 “BBC 사장은 국민 MC 지미 새빌 사태와 간판 뉴스프로그램의 오보로 사임을 했다. 김재철 사장은 공영방송 BBC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사임한 BBC 사장을 본받아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날개 없는 추락으로 여겨지지만, MBC는 쇄신을 위해 메인 뉴스 프로그램 시간을 옮기는 등 작금의 위기 극복의 시발점을 찾는 중이다. 지난 5일부터 ‘뉴스데스크’를 한 시간 앞당겨 8시에 내보내고 있으며 소폭 시청률이 상승해 긍정적이라는 자평을 내놨다. 또한 MBC는 29일부터 방송인 강호동이 투입되는 ‘무릎팍도사’가 예능 프로그램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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