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배두나 “美 진출, 이번에는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쿠키 人터뷰] 배두나 “美 진출, 이번에는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기사승인 2013-01-17 08:00:01


[인터뷰] ‘매트릭스’의 앤디&라나 워쇼스키 남매와 ‘향수’의 톰 티크베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할리우드 대작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국내배우 배두나가 당당히 출연, 제 몫을 다한 개성연기로 주목 받고 있다.

톰 행크스와 할 베리, 휴 그랜트, 짐 스터게스, 벤 위쇼, 휴고 위빙, 수잔 서랜든 등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과 함께했으니 자연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 하건만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두나는 여전히 겸손했다.

1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의 주역이었고 박찬욱, 봉준호 등 국내 스타감독과의 작업은 물론 일본의 명감독 고레에다 히로가츠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배우였음에도 늘 자신을 낮추는 미덕을 갖춘 배우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역시 국내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로 수차례 언론을 떠들썩하게 할 수 있었음에도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기를 원했다. ‘과잉 포장’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자기 홍보의 시대라고 겸손해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이게 제가 저를 맞춰 가는 방법이에요. 제가 잘했다고 과시하고 말하는 건 못나 보이는 것 같아요(웃음). 다른 이들에게는 너그러울지 몰라도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냉정한 편이에요.”

잘한 것에 빠져 있다 보면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하기에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명이 되었다는 말에도 손사래를 치며 “다른 배우들이 들으면 비웃어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더니 “솔직히 이번만큼은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를 칭찬해 주는 것에는 인색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칭찬했어요(웃음). 모든 작품에 열심히 하지만 이번에는 더욱 특별했거든요. 스스로 용기를 내 오디션을 봤고 혼자 미국 시카고에 가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씩씩하게 지냈어요. 베를린에서도 넉달 동안 치열하게 살았죠. 물론 좋은 감독님과 작품을 만난 건 운이 좋았던 거지만 저 역시 잘해 냈고 영화가 개봉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한 노력이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모든 것을 운으로 돌리지 않고 저를 칭찬했답니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배두나에게 ‘아웃사이더의 느낌이 있다’며 그녀만의 묘한 분위기를 칭찬했다.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그 안에 하나로 관통하는 배두나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 스스로가 생각하는 배우 배두나의 매력은 무엇일까.

“어떤 역을 연기하든 그 캐릭터가 돼 살았다고 할 만큼 노력해요. 100%, 200% 몰입하죠. 하지만 제 몸을 빌려 연기하기에 제가 가진 색이 투영되는 것 같아요. 인간 배두나가 가진 색에 여러 색이 더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제 매력은 저도 뭐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면 감독의 시선이나 관중의 시선이 투영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조금 어려운 설명인가요?(웃음)”

할리우드 배우들과 감독에게 칭찬을 받을 때면 독특한 애국심이 불끈 솟아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심이 훨씬 더 강해져요. 칭찬 받을 때면 ‘한국 사람들은 이거 다 잘해’라고 말했고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한국 사람이 못하는 게 아니라 나만 못하는 거야’라고 말했어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저도 모르게 책임감 같은 게 있나 봐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19세기 말부터 문명이 소멸된 미래까지 약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여섯 개의 스토리가 각기 다른 장르와 색깔을 뽐내며 한 편의 거대 서사로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배두나는 22세기 손미451 역이지만 1894년 배경에선 미국 남부 백인 여성으로 나오고, 1974년의 시간 속에서는 멕시코 이민자로 등장한다. 1인 3역을 펼쳤지만 얼른 알아채기 힘들 정도의 완벽한 분장으로 ‘정말 배두나인가’ 싶은 놀라움과 감탄을 부른다.

“분장하는데 평균 4~5시간씩 걸렸어요. 다행히도 다른 배우들보다 촬영 기간이 짧았죠. 95%가 손미였고 멕시칸 여자는 하루에 다 촬영했어요. 짐 스터게스의 경우엔 2144년 석 혜주 역을 위해 매일같이 분장했어요. 나중에는 분장 독 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지더라고요. 톰 행크스도 그렇고 다른 배우들은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환경에서 촬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 물론 일본영화에 출연하면서 해외 촬영에 대한 감을 익혔지만 여전히 낯선 땅에서의 촬영은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다.

“촬영하기 전에 정말 외로웠어요. 그런 외로움을 참고 견디는 게 가장 힘들었고, 촬영에 들어가서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칭찬받고, 그러다보니 (외로움이) 잊혀졌어요. 극중 손미처럼 처음에는 낯선 긴장감이 돌았지만 장혜주 같은 배우, 스태프들 덕분에 따뜻함을 느꼈죠. 나중에는 지금 이 순간, 1분 1초를 즐겨야지라는 생각을 했고요.”

촬영이 끝난 후 배두나는 영국 유학을 떠났다. 영어 대사를 능숙히 소화하기 위해 촬영 전에 영어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 왜 촬영 후 어학연수를 간 것이었을까.

“영어도 많이 부족한 제게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도와 줬어요. 외롭지 않게 지켜 줬고요.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가 이 촬영을 얼마나 즐겼고 행복했는지를 직접 말하고 싶었어요. 한국어를 하는 배두나는 그런 걸 다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인데, 영어로 하려니까 너무 아기 같은 거예요. 제 마음을 1% 밖에 표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늦게라도 연수를 떠났네요.”

‘괴물’ ‘고양이를 부탁해’ ‘공기인형’ ‘인류멸망 보고서’ ‘코리아’ ‘클라우드 아틀라스’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을 뽐낸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했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작품은 상당히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에요. 또 염두에 두고 있는 작품이 있어도 도장 찍기 전까지는 할지 안 할지 모르기에 쉽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작품을 고를 때는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크고 시나리오의 힘을 중요시 생각해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코리아’도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집과 먼 곳에서 촬영하다 보니 다음 작품은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네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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