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타워’ 김지훈 감독 “‘7광구’도 똑같은 내 자식”

[쿠키 人터뷰] ‘타워’ 김지훈 감독 “‘7광구’도 똑같은 내 자식”

기사승인 2013-01-25 12:32:01


[인터뷰] ‘화려한 휴가’, ‘7광구’, ‘타워’ 100억 대작을 연달아 세 편이나 연출한 김지훈 감독. ‘화려한 휴가’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할 것 같았지만 ‘7광구’의 실패는 그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이후 ‘타워’로 다시 명성을 되찾았지만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의 흥패는 그에게 많은 생각할 것들을 남겼다.

‘7광구’는 영화 ‘타워’의 촬영이 진행되던 중 개봉했다. 개봉 후 엄청난 혹평이 쏟아졌고 큰 상처를 받은 그는 메가폰을 잡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렸다. 최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김지훈 감독은 평탄치 않았던 그의 영화 인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대중과 언론에게 받은 상처 때문인지 한동안 인터뷰를 기피했던 그는 영화 ‘타워’가 흥행세를 타자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았다.

“그동안 여러 인터뷰를 고사하다가 이제야 제 이야기를 조금씩 하게 됐어요. 감독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걸 기자들을 통해 전달해야 할 의무도 있으니까요. ‘7광구’ 때는 제 영화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어서 좋은 다음 작품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다음 작품이 어떻게 보여지고 판단될지가 더 중요했죠.”

현실 감각이 뛰어난 김 감독은 ‘7광구’ 후 자기 반성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어느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힘들지만 소중한 시간이었고 ‘사람’이라는 좋은 약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

“트라우마가 생긴 게 사실이지만 ‘타워’를 촬영하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것들을 극복해야 했어요. ‘7광구’도 ‘타워’도 제게는 소중한 자식이에요. 미숙해도 자기 자식은 다 예쁘고 사랑스럽잖아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어요. ‘타워’ 촬영장 가는 것조차 두렵고 겁났었는데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씨 등이 절 많이 이해하고 보듬어 줬죠. 그 사람들을 통해 그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타워’는 108층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목숨을 건 이야기를 그린다.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었다고 했다.

“안전 불감증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스스로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어요. 교통사고 날 뻔한 사람들은 한동안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데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잖아요. 화재 역시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영화에는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 요소가 등장한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품의 긴장을 풀어준다는 평과 영화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

“감정을 이완시키는 장치로 코미디 적 부분을 촬영했는데, 편집할 때 다 뺐었어요. 그런데 모니터 시사 반응 결과 너무 무겁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편하게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재편집했는데, 그것에 대한 득과 실은 스스로 성찰해야 할 부분이에요.



‘타워’는 무엇보다 화려한 볼거리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3000컷 중 1700컷이 CG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화재 신의 불은 실제 불을 피워 촬영한 후 CG로 효과를 더했다. 108층 규모의 건물과 헬기와 건물의 충돌, 붕괴 신 등은 디지털로 새로 구현해 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죠. 어릴 때부터 할리우드영화를 좋아했고 많이 봤어요. 언젠가는 그런 영화를 만들 것이란 꿈을 가졌고 한국 기술을 바탕으로 완성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으로 시작했고 디지털 아이디어(CG 회사)와 끊임없는 회의를 거치며 실망하고 놀라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며 완성했어요.”


‘타워’는 한국 영화의 CG 역사를 다시 썼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실제 실사와 CG를 구분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하지만 스토리 라인에 있어서는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간극을 채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스토리 연결에서 과유불급이 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100% 만족할 수 는 없겠지만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아요. 캐릭터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평이 있는데, 유사 가족을 만들어내 그 사람들을 엮는 걸 좋아해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게 제가 잘하는 건 아니니까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김 감독은 모든 것에 ‘복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며 연신 자신을 낮췄다. 하지만 연달아 세 편의 대작을 맡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 어떤 점 때문에 투자사의 선택을 받는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제게는 세 가지 가치가 있어요. 첫 번째는 관객, 두 번째는 스태프와 배우, 세 번째는 투자사예요. 대중영화 감독은 세 가지 지점의 삼각형을 만들어야 하죠. 투자사에게 손실을 안 끼치는 것 역시 상업영화 감독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에요. 그것이 다음 영화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요. 그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저를 믿고 맡기는 분들에게 플러스알파의 요소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의 다음 작품은 무엇이 될까. 또다시 100억 규모의 대작을 연출하게 될지, 아니면 규모보다는 이야기에 중점을 둔 영화로 관객을 찾아올지 궁금했다.

“아직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없어요. 지금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많이 소진한 상태예요. 그동안 가졌던 에너지나 공부했던 것들을 다 쏟아냈죠. 중간평가가 필요한 시점이고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면서 제가 뭘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고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

[인기 기사]

▶ 마광수 “이외수, 전문대 중퇴에 무식함이 철철”

▶ 장미인애·이승연, 프로포폴 투약혐의 소환 ‘충격’

▶이준 “내가 로봇인가?…거짓 연기 못한다”…오연서 향한 심경?

▶ ‘선정성 논란’ 강민경 “답답한 마음…”

▶‘표절 의혹’ 박진영, 2심에서도 패소…배상액이

▶ 발로 머리를 ‘퍽’… ‘홍대 무차별 폭행’ 동영상 급속도로 확산

▶ 이미숙, 전 소속사-기자 상대 손배소 ‘패소’

▶대체 무슨 일이…용인서 온 몸에 ‘불 붙은 개’ 일파만파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