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리뷰] 국내 첩보액션의 획을 긋다…‘베를린’

[쿠키 리뷰] 국내 첩보액션의 획을 긋다…‘베를린’

기사승인 2013-01-28 09:51:00

[쿠키 영화] 국내 첩보액션극에 목말랐던 관객을 위한 ‘촉촉한 단비’ 같은 영화가 탄생했다.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이 그 주인공.

한국영화계에서 15년 전에 개봉한 영화 ‘쉬리’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 관객의 눈높이가 할리우드 대작에 맞춰지면서 규모와 촘촘한 액션, 탄탄한 스토리 등 여러 요소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하류 영화로 전락해버리기 십상.

그런 점에서 ‘베를린’은 제작 초기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액션 장르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한석규, 하정우, 전지현, 류승범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또 베를린을 배경으로 순제작비만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규모에서도 화려한 볼거리를 예고했다.

배우와 감독만으로도 믿고 보는 관객이 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듯 높은 기대에 충족하는 영화가 탄생할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시사회를 통해 가장 먼저 공개된 ‘베를린’은 이런 것들이 기우였음을 알려줬다.

영화 속 베를린의 느낌은 안개 가득한 회색도시다. 베를린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냉전 시대를 거친 후 그 시대의 비극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비밀스러운,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서 무언가를 한다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류 감독의 말처럼 이곳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묘한 심리전이 팽팽한 긴장감을 이루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를 표적으로 삼은 이들의 이야기가 퍼즐 맞추듯 이어져 간다.

하정우가 세계 최고 실력의 고스트 요원 표종성으로 분하고, 한석규는 그를 쫓는 국정원 요원 정진수로 등장한다. 전지현은 표종성의 아내이자 베를린 대사관에서 통역관으로 일하는 연정희로, 류승범은 이들 사이에 얽혀있는 포커페이스 동명수로 분해 극을 이끈다.

개성강한 톱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누구하나 튀지 않고 극 안에 어우러져 살아 숨 쉰다. 지난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러브픽션’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하대세’로 불렸던 하정우는 기존에 선보인 것과는 전혀 다른 액션을 선보인다. 할리우드 작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법한 스타일리쉬한 액션 신을 완성했다.

영화 ‘도둑들’에서 통통튀고 발랄한 매력을 발산한 전지현. 시대적 아이콘 느낌이 강한 배우였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한번 연기력을 인정받을 듯싶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청순한 긴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에서, 흔들리는 눈빛과 중얼거리는 북한사투리에서도 전지현이 아닌 연정희가 돼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넘버3’ ‘쉬리’ 등의 작품을 통해 국내 최고의 흥행배우로 전성기를 누린 한석규와 개성 강한 연기로 큰 임팩트를 안기는 배우 류승범 역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하지만 이국적 분위기와 배우들의 매력에 빠져 극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영화 초반에 인물들 간의 관계와 스토리의 얽힘이 설명되는데 그 부분을 흘려버리면 뒷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해는 되지만 명확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갖게 될지도. 특히 액션영화에 흥미가 없는 관객이라면 각 캐릭터들의 상황과 스토리 연결에 있어 어려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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