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리뷰] 죽이거나(good) 혹은 나쁘거나… ‘베를린’을 위한 변명

[쿠키 리뷰] 죽이거나(good) 혹은 나쁘거나… ‘베를린’을 위한 변명

기사승인 2013-02-04 14:42:01


[쿠키 영화] 폼 난다.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펼쳐지는 잿빛 영상 속에서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이 용의주도하게 때로는 한없이 인간적으로 행동하는 표종성(하정우)과 정진수(한석규)의 액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혹자는 할리우드영화 ‘본’ 시리즈에서 본 듯한 액션 시퀀스라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관건은 재미이다.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의 눈을 붙드는 속도감 있는 볼거리가 이어지고, 그 안에서 훌륭한 배우들의 몸을 빌은 인물들이 이유 있게 움직인다면 충분히 즐길 만하지 않은가. “첩보원 연기나 히어로 액션은 우리 애들이 하면 어쩐지 어설퍼” 아쉬워하던 것에 비하면 뿌듯하지 않은가 묻고 싶다.

물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다찌마와 리’ 두 편, ‘주먹이 운다’ 등을 통해 토종 맨몸 액션을 구사하며 자신만의 액션 세계를 구축해 온 류승완 감독이기에, 관객이 사랑해 마지않는 ‘대세’ 하정우에 설명 필요 없는 ‘연기파’ 한석규도 모자라 형과 만나면 연기력이 더 빛을 발하는 류승범에 영화 ‘도둑들’로 안정된 연기력과 섹시미를 인정받은 전지현까지 대거 출연하니 기대감은 한없이 커진다. 그에 비하면 부분 부분 새로운 아이디어가 투입되기는 했으나 전반적 액션 시퀀스의 흐름은 익숙하고, 배우들이 연기를 무척 잘하기는 하나 얼른얼른 이해되지 않는 첩보조직 간 관계와 그들이 테러집단과 얽혀 이뤄내는 스토리 전개가 쏙쏙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불만족을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다시 보면, 복잡해만 보이던 조직과 집단의 관계가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거칠고 냉정하면서도 따뜻하고 위아래 모르는 것 같으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원칙을 지키고 사는 정진수의 복잡한 캐릭터를 온전하게 연기한 한석규가 보이고,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이 울고 갈 만큼의 철두철미한 액션 시행력과 흔들리지 않는 사상으로 무장한 표종성을 통해 히어로 액션 시리즈를 기대케 하는 하정우가 멋있다. 섹시미를 탈색시키고 아름다움의 최고봉은 역시나 청순미임을 확인시키는 전지현의 변신은 ‘도둑들’ 때와는 확연히 다른 와이어 액션의 발짓 하나에서도 확인된다.

영화를 두 번 봐야 더 잘 보인다면, 당연히 영화를 진두지휘한 류승완 감독의 잘못이다. 재 관람을 요구하는 것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관객에게 폭력일 수 있다. 그럼 ‘베를린’이 두 번을 봐야 이해되는 영화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다만 관람의 재미를 더욱 높이고 싶다면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여러 조직과 단체를 대략 넘기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으로부터 총기를 구매하려는 반제국주의아랍연맹, 둘 사이에 거간꾼으로 선 러시아 브로커, 그들의 거래에 끼어들어 러시아인과 아랍인을 포획하려는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 그 틈바구니에서 북한 비밀요원을 쫓는 한국의 국정원, 얽히고설킨 상황 속에서 어부지리로 아랍 인사를 낚으려는 미국 CIA쯤은 흘려버려도 좋다. 영화의 핵심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안 될뿐더러,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다 보면 반복 등장하며 절로 이해된다. 첫 등장에 복잡한 관계들이 한 쾌에 꾀어지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그래서 그 이후 더 중요한 인물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전개돼도 제대로 잠그지 못한 ‘첫 단추’ 생각에 몰입이 되지 않는 관객이라면 더더욱 영화 초반의 여유로운 스킵(skip)을 권한다. 친절함이 부족한 시작으로 인해 영화 전체의 재미와 미덕을 놓치기엔 아까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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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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