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류승룡 “바보 연기,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이었다”

[쿠키 人터뷰] 류승룡 “바보 연기,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이었다”

기사승인 2013-02-08 19:18:01


[인터뷰]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보기 전까지 류승룡은 강한 남성미를 뽐내는 역할이나 능글맞은(?) 바람둥이 캐릭터가 제격인 배우인 줄 알았다. 뼈를 뚫는 화살 육량시를 쏘았던 ‘최종병기 활’, 왕을 선택하는 도승지로 분한 ‘광해, 왕이 된 남자’, 카사노바로 분해 여심을 흔든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의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

그러나 이환경 감독은 그에게서 강아지 같은 눈빛을 발견했고 영화 ‘7번방의 선물’에 그대로 녹여냈다. 류승룡은 순수함을 간직한 눈빛 연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아이 같은 해맑은 모습으로 딸에 대한 아가페적인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했다.

영화는 여섯 살 지능을 가진 바보 아빠 용구가 아동 살해사건에 휘말리며 억울하게 교도소에 갇히고, 함께 수감된 7번방 사람들과 벌이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린다.

최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류승룡을 만났다. 영화 홍보와 차기작 ‘명량: 회오리 바다’의 촬영이 겹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독한 감기에 걸려 인터뷰 내내 옷이 젖도록 땀을 흘리면서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뜨겁게 풀어갔다.

영화는 개봉 4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170만 관객을 넘어섰고, 7일 현재 5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평소에도 기자 분들이 저나 출연작에 대해 쓰는 기사들, 관객 분들의 평점과 평가들을 인터넷으로 꼼꼼히 점검하는 편이에요. 영화의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관객 분들 댓글 보면서 소위 말해 이 영화가 ‘터졌구나’ 하는 걸 실감했어요. 감사한 일이죠.”

영화는 비록 지능은 딸 보다 어리지만 여느 아빠 못지않게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을 그려내며 관객을 울린다. 딸과의 헤어짐이 아쉬워 울부짖는 모습과 큰 예승(박신혜)이 모의 법정에서 용구의 머리를 안는 판타지 장면 등은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세련되지 못한 연출법과 감정 과잉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감동한 포인트가 다 달라요. 일부에서 지적하는 부분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해는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감동했던 부분은 예승이가 학교에 혼자 남아있는 장면이었어요. 딸이 혼자 얼마나 외로울까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영화를 본거죠.”

감동을 담은 착한영화는 맞지만 2시간 내내 울리기만 하지는 않는다. 중간 중간 ‘깨알’ 같은 코미디 요소를 넣어 관객의 긴장을 풀어준다. 특히 교도소 안에서 오달수가 한글을 배우는 장면은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 덕에 더욱 재밌다. 알고 보니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대사의 대부분이 배우들의 애드리브였기 때문.

“‘기억 안나? 기역’ 같은 부분은 모두 애드리브였어요. 그러다 보니 촬영하다 웃음 참느라 혼났죠. 모두 프로들이기에 웃음도 잘 참아요. 웃음이 터지기 전까지 이를 악 물고 참는거죠. 컷 소리가 나면 모두들 자지러졌고요.”

그의 이야기와 표정에서 느껴지는 촬영 현장은 행복 그 자체였다. 지금껏 해온 작품 중 이렇게 분위기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첫 주연작이었기에 어깨의 짐이 무거웠지만 늘 곁에서 든든하게 받혀주는 동료 배우들이 있어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었다. 함께 했던 정진영, 오달수, 김정태, 박원상, 정만식, 김기천 등 동료배우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비결이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녹록치 않은 삶들을 살아왔고 개인마다 느끼는 상처들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겁니다. 불혹을 넘긴 나이의 선수들이 모여 서로 자극도 받고, 서로에게 배우며 도움도 되는 기회였다는 거죠. 남배우들이 주연인 영화의 촬영장에 흔하다는 경계, 긴장, 기 싸움이 아니라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게 많다는 감사와 깨달음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모두 다같이 느꼈던 부분입니다. 그런 감정들이 있었기에 영화 시사회 후 마련된 술자리에서 함께 울 수 있었던 거고요.”

바가지 머리와 어눌한 말투, ‘허~엉’ 하는 웃음소리는 기존의 이미지를 완벽히 깨고 색다른 류승룡을 만들어 냈다. 배우라면 다양한 역할에 욕심이 있겠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는 한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나 외국을 통틀어 두 번 한 배우는 없었을 거예요. 저 역시 딱 한번 있는 기회이자 도전이었고, 다행히도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뻐요.”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펼치는 그는 연이어 흥행작을 내놓으면서 ‘류대세’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하지만 반갑지 않은 애칭이라고.

“칭찬해주는 건 정말 고맙죠. 이런 거 거부해도 건방져 보이고요. 하지만 하정우 씨가 ‘하대세’로 불리는데, 그 아류작 같은 느낌이 들어서 별로인 거 같아요(웃음). 또 류승범과 헷갈리지 않을까요?”

현재 촬영중인 영화 ‘명량: 회오리 바다’는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한민 감독의 작품이다. 이번 작품 역시 김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사극이다 보니 힘들고 김한민 감독이 배우를 괴롭히기도 하지만(웃음), 그의 연출력을 믿고, 저 역시 영화에 도움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번에 또 함께 하게 된 거예요. 만약 김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의 작품이었다면 저는 안했겠죠. 그 만큼 작품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있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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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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