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무비] 영화 등급, 영등위-영화계 입장차 ‘극심’

[클로즈무비] 영화 등급, 영등위-영화계 입장차 ‘극심’

기사승인 2013-03-23 13:02:01

[쿠키 영화] 영화 등급과 관련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와 영화계 간의 갈등이 여전히 심각하다. 과거에도 수차례 영화 등급과 관련해 마찰을 빚어왔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홀리모터스’ ‘연애의 온도’ ‘사이코메트리’ ‘알렉스 크로스’ 등의 작품이 영등위의 기준에 반발하며 이러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프랑스 거장 레오카락스 감독의 ‘홀리 모터스’는 영등위로부터 제한 상영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젊은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작품상, 평론가상을 받는 등 해외 유수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내에서도 기대가 높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받은 제한상영가 등급은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있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영화에 내리는 가장 높은 수위의 등급으로,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극장에서만 상영과 홍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운영되고 있는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어 사실상 국내 상영이 불가하다.

이에 ‘홀리모터스’ 수입사 측은 영등위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영등위 측은 ‘표현에 있어 주제 및 내용의 이해도, 폭력성, 공포 등의 수위가 높고 특히 선정적 장면묘사의 경우 수위가 매우 높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결국, 수입사 측은 일부 장면을 모자이크처리 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지난 21일에 개봉한 영화 ‘연애의 온도’ 역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으며 영등위 측 심사기준에 불만을 토로했다.

영화는 3년간 비밀 연애한 사내커플이 이별 후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때문에 음주, 흡연 장면과 욕설이 등장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과도한 노출이나 노골적인 베드신은 없다. 물론 불륜과 ‘원나잇스탠드’ 등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소재가 가미되긴 했지만 자극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에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 측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영등위 측은 “대사표현에 있어서 거친 욕설과 비속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선정적인 장면, 흡연이나 음주장면이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라고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제작사 측은 일부 장면을 수정, 편집해 다시 등급심사를 받았지만 여전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영화 ‘알렉스 크로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에서 PG-13등급(국내 기준 15세 이상 관람가)을 받은 이 영화는 국내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했다.

영등위는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범행 일부와 최강 프로파일러팀 ‘알렉스 크로스’와의 최후 대결 장면이 잔인하게 묘사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영화 수입사 측은 일부 장면을 재편집하여 재심의를 신청했지만 여전히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나왔다.

결국 수입사 측은 “주요 캐릭터를 설명하는 핵심 장면들과 이미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로 거론되는 싸이코패스의 범행 패턴을 낱낱이 묘사함으로써 얻는 영화의 사회적 기능에 중점을 두기로 결정했다”면서 “더 이상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재심의 없이 청소년 관람불가판정 등급으로 개봉을 확정 지었다”고 알렸다.

이처럼 등급분류를 둘러싸고 영등위와 영화계 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영상물의 등급을 분류하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남영동1985’는 성기노출 장면이 있음에도 15세관람가 등급을 받았지만, ‘홀리모터스’는 제한 상영가(최종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결정된 것을 예로 들며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영등위 측은 “명확한 기준에 의해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남영동 1985’의 경우에는 성적 맥락이나 선정성과 관련 없이 순간적인 장면으로 처리돼 15세관람가 등급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는 수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예술이기 때문에 이를 문서상의 등급으로 나뉘어 분류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면서 “일부 장면에 치우치는 것이 아닌 영화적 의미와, 영화적 맥락에서의 등급분류가 이뤄져 영화계와 영등위 측의 간극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 주도의 등급분류가 아닌 민간 주도의 자율등급분류 방식으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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