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변희재, ‘발칵’해서 낸시랭에 판정패

[전정희의 스몰토크] 변희재, ‘발칵’해서 낸시랭에 판정패

기사승인 2013-03-28 22:00:01

[쿠키 문화] 변희재(39) 미디어워치 대표와 팝아티스트 낸시랭(34)의 설전이 ‘재밌다’. 꼭 집어 얘기하라면 영화 ‘황산벌’에서 봤던 신라·백제군 간의 황산벌 전투 장면처럼 코믹하게 느껴진다. 물론 블랙코미디다.

그간의 MBC 사태와 그 사태의 중심에 섰던 김재철 사장 해임으로 촉발된 ‘권력 밖 고등룸펜’(실업자란 얘기는 아니다)들의 기싸움인 셈인데, 심각하면서도 심각하지 않아 좋다. 성별이 주는 묘한 조화가 ‘사내’ 또는 ‘계집’끼리의 싸움과는 다른 뉘앙스를 준다.

MBC 신임 사장 자리를 놓고, 그 자리에 응모하겠다는 변씨와 이를 ‘큐티’한 언어 이미지로 ‘응원’하는 낸시랭 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토크쇼’인데 네티즌에게 영락없는 유희다. 변씨의 주장이 진지하고, 낸시랭의 응원이 조롱 같지 않으면서 행간 곳곳에 담론이 비쳐진다. 쇼가 가미된 고대 그리스시대 광장의 현대적 담론이다.

낸시랭은 27일 트위터에 “변희재씨 MBC 사장 공모? 충분히 자격 있어요. 개인 비리 없을 거고. 만약 되신다면 미학을 더 열심히 공부하셔서…‘문화’방송답게 이끌어 주세용~파이팅~~앙”이라고 말한데 이어 “그런데 변희재씨~ ‘MBC 노조’를 ‘때려잡아야 할 대상’이라고 하신 건 공부가 부족해 보여요.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독재도 아니고. 노조는 대화를 통해 멋진 방송을 만들어가야 할 대상이죵.…”라며 ‘돌직구’가 아닌 느린 커브볼로 ‘SNS 사각링’으로 그를 불러올렸다.

링에 올라선 변씨가 “낸시랭이 MBC사태 슬쩍 숟가락 들고 나왔군요. 제가 어제 직원들에게 낸시랭 튀어 나올거라 예견했죠. 낸시랭 아마 올해 안에 사라질 테니, 마음껏 봐놓으세요”라고 맞섰다. 감정의 에스컬레이터가 된 두 사람. 이 사이에 진중권 교수(동양대)가 역시 트위터로 끼어들어 “MBC 사장 후보께서 노아의 방주에 한 자리만 남는다면, 낸시랭보다 진중권을 태우겠다고 (들었다)”며 “난 그냥 낸시랭과 뗏목 타겠다”고 하면서 아고라 청중은 더 많아졌다.

한데 이 ‘권력 밖 담론쇼’가 맛을 더하기 위해선 변씨가 결기를 좀 낮춰야 한다. 왜냐면 낸시랭이 영화 ‘와호장룡’에서처럼 대나무의 탄력성을 이용한 ‘아트 칼싸움’으로 덤비는데 대나무 밑 둥을 자르거나 대나무밭 전체에 불을 지르는 자세로 나오면 광장의 청중이 재미없기 때문이다. 낸시랭을 향해 ‘3류 연예인’ ‘무능력자’ ‘쓸데없는 인간’이라는 감정적 대응은 ‘고등룸펜’으로서 과한 칼질이다. 낸시랭이 나이를 속였다는 잡보성 격서도 논외로 다뤄져야할 사안이었다. ‘때려잡으려(박멸)’하지 말고 물러가게 하는 전법을 구사해야 싸움의 고수다.

어느 역사였건 정적은 늘 실재했고, 진영은 늘 ‘박멸’을 외쳤다. 하지만 두 사람은 권력을 쥔 진영의 사람이 아니라 ‘권력 밖’ 고등룸펜이 아닌가. 때를 차분히 기다려 보라.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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