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글쓰기] 읽히지 않는 문장은 비문보다 못하다

[취업글쓰기] 읽히지 않는 문장은 비문보다 못하다

기사승인 2013-04-05 15:14:01
[쿠키 생활] ‘나는 누구를 위해서 글을 쓰는가?’

우리는 이 명제를 놓고 깊이 사색해봐야 한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대학 졸업을 기준으로 16년 간 끊임없는 공부로 다져진 우리다. 그 공부란 다른 말로 ‘글쓰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단한 공부(Study is hard work)’ 자체가 글쓰기였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은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자기소개서 한 장 쓰는데 쩔쩔맨다. 알맹이 없는 자기소개서가 허다하다. 이를 검토하는 심사위원 입장에서 볼 때 그 지원자가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인지 글 내용으로는 판단이 서질 않을 경우가 많다. 작성자가 메시지 전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글쓰기’라는 단어의 국어사전적 의미를 이렇다.

‘생각이나 사실 따위를 글로 써서 표현 하는 일.’

매우 쉬운 일처럼 보인다. 실제로 우리는 10여년 이상 공부를 했기 때문에 문장을 쉽게 짓는다. 그렇다면 ‘생각’이나 ‘사실’을 담은 아래 사례를 눈여겨 살펴보자. 글쓴이의 글 주제는 ‘효녀’이다.

효녀

나는 아빠 엄마에겐 정말 착한 딸이다. 말 잘 듣고 순종 잘 하는 지고지순한 딸이다. 가끔은 착한 딸에서 벗어나고 싶다.

분석해 보자. ‘말 잘 듣고 순종하는 딸’은 ‘사실’이다. ‘착한 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생각이나 사실 따위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 뿐이다. 밋밋하기 그지없는 문장이다.


이 필자의 단점은 독자를 고려치 않았다는 데 있다. 이 글의 독자는 필자 지원 회사의 간부일 가능성이 높다. 직위와 무관하게 잡아도 그 회사 직원일 것이다.

한데 필자는 ‘나는 아빠 엄마에겐 정말 착한 딸이다…’는 식의 자기소개를 한다. 서류 심사위원 입장에서 하품 나오는 얘기다. ‘착한 딸’ ‘착한 아들’ 아니고자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차라리 ‘나는 못된 딸(아들)이다’라고 말하는 게 더 낫다. 그렇게 한다면 심사위원의 시선을 끌 가능성이 더 높다.

문장으로 썼다고 글이 아니다. 비문이나 악문보다 최악의 글은 독자가 읽지 않는 글이다. ‘말 잘 듣고 순종하는 딸이다’라는 문장에 흠뻑 빠질 심사위원은 아무도 없다. 유치원 어린이도 재미없어 한다.

그런데 취업 준비생 대개는 위와 같은 사례의 문장 구사를 한다. 자기의 독자가 누군지 파악하려 들지 않아 나온 결과다. 심사위원이 자기 글을 당연히 읽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 사례 문장을 고쳐보자.


불효녀

대학 3학년 때 일입니다. 대학 친구가 등록금이 없어 쩔쩔 매길래 엄마 돈 300만원을 훔쳐 건네주었습니다. 엄마에게 고백해야겠습니다.

차라리 읽힌다. 필자의 성품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정희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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