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하우스에서 스타디움까지… 14만 명 동원한 한류 역사의 ‘신기록’ (종합)

동방신기, 하우스에서 스타디움까지… 14만 명 동원한 한류 역사의 ‘신기록’ (종합)

기사승인 2013-08-19 08:39:01


[쿠키 연예] 그룹 동방신기가 일본 닛산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지난 17일, 18일 양일간 ‘동방신기 라이브 투어 2013~타임~파이널 인 닛산 스타디움’(동방신기 Live Tour 2013~Time~Final In Nissan Stadium)공연을 열었다. 일본에 정식 데뷔한지 8년 만이다.

동방신기의 닛산 요코하마 스타디움 공연은 의의가 깊다. 닛산 스타디움은 총 수용 인원이 7만 2천명으로, 흔히 일본 내 인기 정상의 가수만이 공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수용인원 5만 5천명의 도쿄 돔보다 약 1.5배 정도 큰 공연장이다. 닛산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공연했던 가수들은 ‘라르크 엔 시엘’ ‘X-Japan’ ‘Smap’등의 일본에서도 최정상에 섰던 가수 뿐이다.

해외 가수로는 처음으로 이 곳에서 공연하는 동방신기는, 놀랍게도 그 공연장을 팬들로 꽉 채웠다. 동방신기는 7만 2천명을 모두 굽어볼 수 있는 꼭대기에서 등장했다. 중앙에 설치된 무대 정상에서 등장해 승강기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은 흡사 팬들에게 강림하는 신 같았다. 중세 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하얀 의상을 입은 동방신기는 시작부터 격정적인 라이브를 선사했다. 일본 정규 앨범 ‘타임’(Time) 수록곡인 ‘페이티드'(Fated)가 울려 퍼지는 순간 공연장은 비명같은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이도 높은 안무가 어우러진 세 곡을 연달아 소화하는 동방신기의 라이브에서 허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어진 발라드 곡에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를 선사했다.

“모두의 윤호입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시작한 유노윤호의 얼굴은 밝았다. “창민입니다”라는 담백한 인사말의 최강창민도 행복한 미소로 팬들에게 손 인사를 했다. 여름의 햇살이 그대로 내리쬐는 스타디움 공연장에서 땀 범벅이 된 두 멤버는 팬들의 열기에 감탄하며 ‘Y3K’ ‘퍼플라인’(Purple Line) 등으로 공연에 불을 지폈다.

공연은 대부분 지난 3월 발매된 일본 정규앨범 ‘타임’의 곡들로 이뤄졌다. 닛산 스타디움 전체를 사용하는 활력 넘치는 무대 구성은 치밀한 기획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언뜻 보면 단순한 네모 모양의 무대 위에서 동방신기는 다양한 설치물로 널따란 스타디움을 빼곡하게 채웠다. 커다란 모노레일을 타고 스타디움을 달리는가 하면, 대형 전차를 타고 구석구석까지 시선을 배려했다.



발라드 곡 ‘아이 노우’(I Know)가 시작하자 스타디움 전체를 채웠던 붉은 펜라이트가 꺼지고, 콘서트 관객 전체에게 배부된 LED 시계가 켜졌다. ‘타임’이라는 콘서트의 콘셉트를 살리는 시계는 뜨거운 공연장에 흥분을 더했다. 한국말로 ‘사랑한다’고 소리치는 일본 팬들의 손에는 너나할 것 없이 반짝이는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격렬한 춤과 라이브 때문에 두 멤버의 머리는 우스꽝스럽게 헝클어져 있었지만 둘은 그마저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우리가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최초의 해외 아티스트다”라며 애교를 섞어 자랑하는 185cm의 두 청년과 카리스마 넘치는 방금 전의 동방신기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특별히 만든 솔로 무대에서도 둘은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턱시도를 입고 부드러운 댄스곡 ‘티 스타일’(T style)에 맞춰 멋진 춤을 추는 유노윤호와, 경쾌한 ‘록 위드 유’와 함께 기타를 메고 나타난 최강창민의 반전 매력은 콘서트의 백미였다.

‘캐치 미’(catch me)로 콘서트의 끝을 장식한 줄 알았더니, 앵콜곡 ‘와이’(why)로 다시 나타난 동방신기는 파워풀하게 스타디움을 뒤흔들었다. ‘스크림’(scream) ‘위 아’(we are) 등으로 앵콜을 이어나간 동방신기는 화려하게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로 세 시간 동안 진행된 닛산 스타디움 공연의 첫날을 끝맺었다.

흔들리는 7만 2천개의 붉은 야광봉은 8년 전 지하의 좁고 지저분한 하우스에서 백 명 남짓한 팬들 앞에서 노래하던 때의 동방신기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독특한 기시감을 안겼다. 그야말로 밑바닥에서 시작했던 동방신기는 광활한 닛산 스타디움을 꽉 채울 만한 아티스트로 다시 한 번 성장했다.

‘스토리텔링’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방신기의 어찌 보면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는 일본 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거머쥐었다. 실력 있지만 외국에서 와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이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일본 최고의 공연장에서 공연한다는 시나리오는 클리셰에 가깝지만, 진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기에 클리셰가 아닐까. 동방신기의 이번 5대 돔 투어는 아시아 아티스트로서는 최초이며, 해외 아티스트로서는 본조비, 이글스, 빌리 조엘에 이어 4번째다. 동방신기가 이번 투어에서 동원한 관객은 총 85만여명.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날 공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노윤호는는 “처음 일본에 올 때 비행기에서 창민이에게 ‘차근차근 올라가자’라고 말했다”며 “그 때는 별 생각 없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때 한 약속을 스스로 지킨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강창민은 “데뷔 후 10년, 이제 와 돌이켜보면 우리가 그만큼 자랐구나 싶다”며 “오늘 우리를 보며 눈물 흘리는 팬들을 보며 우리가 막연히 산 것이 아니라, ‘동방신기’라는 길을 만들어 왔던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동방신기는 이후 일본 최대 여름 음악축제 ‘a-nation’에도 참석,8월 25일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과 8월 31일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공연에 출연할 예정이다. 데뷔 10주년이 되는 12월에도 깜짝 이벤트가 있음을 귀띔했다.

“어릴때 멋진 선배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 스타가 돼야지’라는 생각보다는 밀도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훌륭한 아티스트로 성장해 후배들이 존경하고, 그런 후배들과 교감할 수 있는 동방신기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일본=요코하마)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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