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수백명 실종소식에 오열한 학부모… 버스 동승 르포

[진도 여객선 침몰] 수백명 실종소식에 오열한 학부모… 버스 동승 르포

기사승인 2014-04-16 21:30:01
[쿠키 사회] “아 어떡해. 아깐 다 살았다며!” 단원고 학부모들은 16일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여객선 침몰소식에 절망했다가 ‘모두 구조됐다’는 오보에 잠시 안도했으나, 다시 수백명 실종소식에 오열했다.

학부모 24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버스 6대에 나눠 타고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 체육관으로 향했다. 아들딸이 탄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소식에 학교로 달려왔던 학부모들은 오전 11시쯤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됐다”는 경기교육청 발표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오후 2시쯤 버스의 위성TV에서 학교 2학년 4반 정차웅군 사망 소식이 흘러나왔다. 처음 확인된 학생 사망자였다. 버스 안은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시끄러우니까) 에어컨 좀 꺼봐요!” 학부모들은 혹시나 자녀 소식이 나올까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군이 자신의 자녀와 같은 반인지 묻는 질문이 동승한 교사에게 쏟아졌다. 명단을 확인하던 교사는 결국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학부모들도 잇따라 눈시울을 붉히면서 버스 안은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찼다.

오후 3시쯤 정부 집계의 혼선 탓에 생존자 수가 368명에서 180여명으로, 실종자 수가 107명에서 290여명으로 바뀌자 “아깐 100명이라며!” 등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어 교사가 학교에서 연락받은 2학년 1~6반 생존자 52명 명단을 불러줬지만 기자가 동승한 버스에 탄 학부모 30여명의 자녀는 없었다. 가족들은 “아직 7~10반 생존자 명단은 오지 않았다”며 서로 위로했다.

이들은 TV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손으로는 연신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자녀 이름을 입력해보며 생사를 확인하느라 애태웠다. 구조된 학생들이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TV에 나오자 혹여 자녀의 얼굴이 나올까 학부모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차량이 주유소에 들르자 “빨리 출발하라”며 기사를 재촉했다.

학부모들은 오후 5시 30분쯤 전남 진도체육관에 도착했다. 학부모들은 떨리는 손으로 구조자 명단에서 아이의 이름부터 찾기 시작했다. 끝내 명단에서 자녀의 이름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이양래 진도군 기획조정실장은 “지금까지 추가로 구조된 사람은 없다. 조류가 빨라 배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남성 학부모는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9시간이 지났는데 왜 안 오느냐. 누가 얘기 좀 해 달라”며 오열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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