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관 박사가 국내 갑상선암 치료를 ‘과잉’이라고 하는 이유는?

서홍관 박사가 국내 갑상선암 치료를 ‘과잉’이라고 하는 이유는?

기사승인 2014-07-17 16:58:55

의사연대 소속 서홍관 박사 “정상인이 갑상선암 환자란 딱지 다는 현실 바로 잡을 것”

우리나라 갑상선암 발생율이 세계1위다.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이하 의사연대)는 이 현상이 갑상선암 과다진단이라고 문제제기를 해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최근 몇 달 사이에 갑상선암 수술이 거의 절반으로 줄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인터뷰를 자청한 의사연대 소속 서홍관 박사(국립암센터)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갑상선암이 느는 것이 과다진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A. 정재훈 갑상선학회 이사장이 갑상선암이 왜 급증했는지 명확히 모른다고 말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 2011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갑상선암 환자 4만여 명이 발생했다. 인구 10만 명당 81명꼴로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다. 갑상선암 발생 증가 속도 역시 지난 30년 동안 30배 이상 증가해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기현상을 보인다면 학회 입장에서 이미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정 이사장은 국가 차원의 역학조사를 하라고 요구하는데, 당장 정 이사장이 진료하는 환자 백명에게 어떻게 해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게 됐는지 물어보기만 해도 답은 나온다. 아무 증상도 없는 사람들이 병원의 검진프로그램으로 검진을 받거나 다른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온 김에 이것도 해보자는 식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게 되어서 늘어난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갑상선 결절에 대해서 세포검사를 받은 267명을 분석해 보니, 건강검진을 받다가 찾아온 사람이 90%였다.

Q. 비전문가들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A. 의사연대에 속한 의사들은 다 의학박사이고 전문의고, 교수인데 비전문가라는 말은 터무니없는 말이다. 우리가 갑상선암 과다진단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후 대한암학회 방영주 이사장,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 등 암치료의 국내 최고전문가들도 우리를 지지하는 인터뷰를 했다. 전 세계에서 무증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갑상선 초음파를 권하는 국가는 없다. 우리에게 비전문가라는 말을 하는 갑상선암 치료 의사들이야말로 국내외 석학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Q 국내 의료 환경 상 외국과의 단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낮은 병원 문턱과 값싼 검사비 등 검진 받는 인구가 많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인데…

A. 이들의 주장의 근거가 그것이라면 갑상선암 진단이 늘어나게 된 원인이 과다진단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초음파 검사의 문턱이 낮다고 과다진단이 정당하다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담배가 미국보다 십분의 일 가격이라고 담배를 필 수는 없지 않은가?

Q. 갑상선암을 일찍 찾아내면 좋은 것 아닌가?

A. 갑상선암을 일찍 찾아내어 생존율을 높인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갑상선암 치료는 지난 25년 동안 30배나 증가했지만 갑상선암 사망자는 해마다 350명 선에서 전혀 줄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경과가 나빠서 사망하는 갑상선암은 막지 못하면서 그냥 놔둬도 문제가 없는 암 치료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재훈 학회이사장은 갑상선암 치료를 열심히 한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사망률에 아직 반영이 안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미국은 지난 35년 동안 갑상선암 발견율이 3배 증가해서 그만큼 치료도 늘었지만 사망률이 제자리라는 자료를 근거로 해서 갑상선암은 과다진단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도 갑상선암이 인구 당 5.4배나 많다. 그런데 어떻게 과다진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나.

Q. 갑상선암 치료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인가?

A. 문제의 본질은 경과가 좋은 작은 갑상선암에 대한 수술이 너무나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갑상선학회에서는 5밀리 이하의 갑상선 결절(덩어리)에 대해서는 세포검사도 하지 말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놀라운 것은 국내에서 수술한 갑상선암의 30%가 5밀리 이하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갑상선학회의 가이드라인조차 안 지킨다는 뜻이다. 갑상선암이 발견되면 92%가 수술을 받는데, 수술 후엔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가 돼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수술 받은 환자의 일부에서는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성대마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갑상선학회에서는 이런 무분별한 수술에 대해서 자정운동부터 하기를 권한다.

Q. 과다진단 과잉진료를 줄이기 위해 대안은 무엇인가?

A. 모든 검진센터에서는 갑상선암에 대한 초음파를 기본 프로그램에서 제외해야 하는데 우선 국공립의료기관에서부터 시행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무증상인들이 갑상선암 검진할 의미가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홍보해야 하고, 일단 5밀리 이하의 갑상선암 수술에 대해서는 (근거없는 진료이기 때문에) 보험 급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나 독일에서만 태어났어도 아무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었던 사람들이 갑상선암 환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수술을 받고, 평생 약 먹는 고통을 막아야 하지 않겠나. 국민들도 무증상인 상태에서 갑상선암 검진을 의료진에게 요구하지 말아야 하고, 의료진들도 불필요한 갑상선암 검진을 권하지 않으면 갑상선암 과다진단 소동은 차츰 해결될 것으로 본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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